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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스토리뉴스 #더]‘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등록 2020.09.10 14:41

박정아

  기자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기어이 여기까지 왔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중이다.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산발적 감염이 나타나고 있는 탓에 당장 민족 이동이 예상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방역당국은 다가올 추석 연휴에 “어르신이 있는 고향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효도”라며 이동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이 권고를 따를지는 알 수 없다. 온라인에서는 일부 네티즌들이 차라리 ‘연휴 기간 이동을 전면 금지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매년 명절이면 어김없이 펼쳐지던 귀성 행렬도 올해만큼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좀 다른 풍경이 될 전망이다. 추석 기차표만 해도 감염 확산 우려로 전체의 절반 정도의 좌석만 예매가 진행됐고, 이번 연휴에 관해 벌써부터 ‘언택트 혹은 비대면’이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코로나의 영향으로 달라질 추석 풍경은 이뿐만이 아닌 듯하다. 우선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다가올 연휴에 쓸 경비부터 바짝 줄일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 885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 잡코리아의 설문에 따르면 올해 예상되는 추석 경비는 평균 35만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38만원보다 7.9% 감소한 수치다. 결혼 여부에 따라서는 기혼의 경우 지난해 양가 부모님 용돈을 포함한 49만원에서 올해 32.3만원으로 크게 줄었고, 미혼 역시 28.2만원에서 23.5만원으로 낮아졌다.

다른 설문 결과에서는 적지 않은 이들이 다가올 연휴 기간에 아르바이트(알바)를 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개인회원 4,387명에게 물은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무려 59.5%가 연휴에 알바를 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코로나 이후 발생한 갑작스러운 실업 또는 휴직 탓에 줄어든 수입을 채우기 위해서(30.8%)’였다.

코로나 시대의 추석 명절, 이렇듯 적지 않은 직장인은 허리띠를 졸라맬 것으로 보인다.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반대로 한편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바짝 제한됐던 금액 한도가 확 풀리기도 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선물 상한선이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된 것이다.

이는 올해 추석 명절에 한시적(10월 4일까지)으로 이뤄지며,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농축수산물(한우, 생선, 과일, 화훼)과 농축수산가공품(농수산물 원·재료를 50% 넘게 사용해 가공한 홍삼, 젓갈, 김치 등)에 한해 적용된다.

장기화된 코로나에 역대급 태풍 피해까지 더해지며 농축수산업계의 어려움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예외적인 조정 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일시적인 상향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부분에서는) 청탁금지법이 철저하게 준수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에 일부에서는 경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김영란법 취지에 어긋난다’, ‘공무원만 좋은 거 아니냐’라는 지적과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물 상한선을 올려 위기에 빠진 농축수산업계를 돕겠다는 계획이 영 근거 없는 이야기만도 아닌 듯하다.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추석을 맞아 각 유통업체가 선보인 선물세트에는 중저가와 고가 제품의 양극화 양상이 뚜렷하게 포착된다. 감염증 우려로 명절 기간 이동 자제가 권장됨에 따라 만남을 대신해 친척·지인 보낼 선물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코로나 불황으로 기업 및 가계 사정이 어려워진 상황을 고려해 중저가 선물의 물량을 대폭 늘리면서도, 일부 수요층을 노린 고가의 제품 역시 놓치지 않고 양쪽으로 힘을 싣고 있다.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추석 대목을 통해 그간 거리두기로 입었던 매출 하락을 방어해내겠다는 전략이다.

▲9000만원 와인세트, 200만원 굴비, 170만원 한우 ▲1~2만원대 과일, 통조림, 손소독제&손비누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부쩍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가 선물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20만원 이상 한우 세트의 매출이 전년 대비 28.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업체 측은 프리미엄 세트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나섰다.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고향이나 친척·지인 등을 찾아가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대신 선물이라도 좋은 것으로 보내자는 심리로 풀이된다.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이번 추석은 가족과 친지를 위해 가급적 집에서 쉴 것을 권고드립니다.”

계속된 바이러스 확산 탓에 전례 없는 ‘비대면 명절’이 권고되는 올해 추석. 그 영향으로 우리의 추석 풍경에도 한편으로는 허리띠를 바짝 조이면서도 다른 쪽에서는 확 풀어내기도 하는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비록 코로나로 경제 사정은 어려워도 마음만은 풍성하게 보내고자 하는 생각은 다르지 않을 터다.

코로나 대유행 시대에 맞는 첫 번째 추석, 선물의 무게보다 무겁게 담아낸 감사의 마음과 화면 너머로 건네는 안부 인사가 더 빛나야 할 때가 아닐까. ‘더도 말고 더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옛말이 올해만큼은 더 많은 이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말이 됐으면 한다.

‘바짝 줄이거나 확 풀거나’ 코로나가 빚은 추석의 양면 기사의 사진

뉴스웨이 박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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