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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영 기자
등록 :
2020-09-09 15:26

美 급락에 원정개미 1조 베팅, 테슬라·애플 화답할까

국내 투자자 이달 미국주식 1조5800억 순매수
조정 국면 맞은 테슬라·애플 대형 기술주 집중
전문가 “추가 조정 우려 vs 대세적 하락 아냐”

그래픽=박혜수 기자

미국 기술주의 폭락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세다. 잇단 악재에 20% 넘게 추락한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얻게 된 학습 효과로 저가 매수 전략에 나선 가운데 향후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8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순매수 규모는 13억3134만달러(약 1조585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8월 한 달간 순매수 결제금액인 14억9083만달러(약 1조7745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테슬라다. 이 기간 4억8930만달러(약 5824억원)어치 사들였다. 2위 종목인 애플과 2배에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애플의 순매수 규모는 총 2억5091만달러(약 2986억원)다. 이어 엔비디아(1억5726만달러), 아마존(1억2880만달러), 페이스북(2601만달러) 순이다.

주목할 점은 테슬라, 애플 등 미국 증시 상승장을 이끌던 대형 기술주가 줄줄이 하락한 시점과 맞물린다. 지난달 31일 498.32달러까지 치솟은 테슬라 주가는 이달 들어 8일(현지시간)까지 33.7% 급락했다. 이날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1.06% 급락한 330.21달러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무려 820억달러나 빠진 셈이다. 같은 기간 애플(-12.5%)을 포함해 FANG으로 불리는 페이스북(-7.5%), 아마존(-8.7%), 넷플릭스(-4.2%), 구글(-6.5%) 등도 조정을 받았다.

국내 투자자들의 이 같은 투자 성격은 코로나19 여파로 증시는 꺾였지만, 기간이 길지 않았고 이후 반등했다는 ‘학습 효과’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저가 매수 전략이 성공적으로 평가받는 것도 해외주식 투자 열풍을 부추긴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기술주의 과도한 가치평가를 고려하면 추가로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올라탄 테슬라의 경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자산관리 회사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테슬라 주가는 최근 주식분할 발표 이후 30% 이상 랠리를 보였으며, 기업가치는 토요타와 폭스바겐을 합한 것보다 높다”며 “테슬라 연간 생산량은 50만대로, 양사 총 생산량(2000만대)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왜곡”이라고 밝혔다. 현재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위해선 영업이익률 15% 이상, 연간 1000만대 이상 생산량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간 테슬라 펀더멘탈(기초체력)을 둘러싼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컨스트럭츠 최고경영자(CEO)는 “월가에서 가장 위험한 주식”이라며 “테슬라가 10년 이내에 30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도요타처럼 생산성을 끌어올리더라도 현재 주가가 예상 수익 대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의 적정주가를 50달러로 제시했다.

본격적인 조정 국면을 맞은 테슬라는 지난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편입 불발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편입 기대로 강력한 베팅에 들어간 강세 투자자들에게 실망으로 이어졌으며, 주가는 급락했다고 평가했다. S&P 지수 편입은 기업의 최근 실적을 포함한 4분기 연속 누적 실적을 제출하지만, 단순히 수학적 공식에 기반해 결정되지 않는다. 테슬라의 경우 정량적 기준으로는 포함될 자격을 갖췄지만, 질적 측면에서 논란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분분했다.

다만 S&P 500 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들은 ”언제든 새로운 회사를 포함시킬 수 있다”며 “테슬라가 연내 S&P 지수에 들어갈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전했다. 베어드 애널리스트 벤 캘로는 “(편입 대상 제외로)당분간 주가에 하방압력이 가해질 것으로 예상되나 결과적으로 테슬라는 S&P 500에 편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기술주 중심의 급락은 비정상적인 콜 옵션 매수에 따른 것으로 대세적인 하락 국면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WSJ, CNBC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테슬라, 아마존 MS 등에 대해 40억달러어치의 콜옵션(매수권리)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중심의 주가 하락은 그동안의 대규모 기술주에 대한 콜 옵션 매수에 따른 변동성 확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며 “주가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콜 옵션 포지션의 확대로 풋/콜 비율은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역사점 저점을 기록 중”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 기업들의 양호한 신용도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는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대세적 하락 국면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천진영 기자 cj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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