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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카시오 데이터뱅크’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업인의 시계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의 ‘카시오 데이터뱅크’

등록 2020.11.03 07:27

수정 2021.01.11 07:48

주동일

  기자

김봉진 의장, 초심 강조하며 데이터뱅크 애정 보여플랫폼 역할했던 전자시계, ‘의도한 이미지’ 분석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카시오 DBC 611. 사진=연합뉴스, 카시오 제공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카시오 DBC 611. 사진=연합뉴스, 카시오 제공

명품 시계는 기업인의 상징이지만, 모든 기업인이 명품 시계를 차는 건 아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재산이 많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의 카시오 ‘흑새치’가 대표적이다. 가격은 8만원대로 저렴한 편이지만, IT업계 종사자의 실용성과 나름의 검소함·사회공헌을 강조하는 그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어울리는 시계다.

우리나라에선 손석희 JTBC 대표와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카시오 시계를 차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김봉진 의장은 여러 매체를 통해 카시오 시계에 담아온 ‘초심’을 강조하며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 “10년 넘게 같은 모델 고집···초심 일깨우는 ‘상아 젓가락’”

김 의장은 카시오 ‘DBC 611’을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중앙일보 자원봉사 캠페인 ‘전국자원봉사대축제’에 해당 시계를 기증한 뒤에도 같은 모델의 시계를 차고 공식 석상에 나타났을 정도다.

김 의장은 기증과 함께 “이 시계는 저에게 늘 초심을 일깨워 주는 상아 젓가락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비자’에 나오는 은나라 주왕의 말을 인용해 “좋은 젓가락을 쓰면 그릇도, 음식도 최상급만 찾게 돼 결국 패망한다”며 “좋은 시계를 차면 이에 어울리는 좋은 옷, 좋은 차가 갖고 싶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의장의 카시오 시계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김 의장이 검은 뿔테 안경, 티셔츠 등 시그니처가 뚜렷한 경영인인 데다, 디자이너 출신으로서 ‘페르소나’를 강조하며 폰트 개발 등에 집중해 배달의민족을 이끌어 온 점을 고려하면 카시오 시계 역시 자신의 페르소나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에 찬 타이맥스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 사진=UNWOUND 제공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중에 찬 타이맥스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 사진=UNWOUND 제공

◇ 시계와 이미지 : 빌 클린턴의 타이맥스

시계는 유명인의 인상을 만드는 데에 자주 사용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동안 찬 타이맥스 ‘아이언맨 트라이애슬론’ 시계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8만원 대에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한 시계다.

직전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뿐만 아니라 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아내 힐러리 클린턴까지 롤렉스를 찬 것과 비교하면 클린턴의 타이맥스 시계는 지금 보기에도 파격적이다. 실제로 클린턴의 시계는 시사위크·워싱턴포스트 등 당시 현지 언론으로부터 조롱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출신의 젊은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저렴한 타이맥스 시계로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얻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클린턴이 태어나 주지사로 지낸 아칸소에서 타이맥스가 1940년부터 생산 공장을 가동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 점에서, 해당 시계는 지지층에게 어필하는 수단으로도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임기를 마친 뒤 롤렉스뿐만 아니라 까르띠에, 로저드뷔, 예거 르쿨트르 등 다양한 명품 시계를 착용했다. 재임 중에 일부러 타이맥스를 착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음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 역시 이를 의식했는지 당선 이후 타이맥스 시계를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등장했지만 큰 반응은 얻지 못했다.

◇ 데이터뱅크, 그 시절의 스마트폰이자 플랫폼

실제로 카시오 DBC 611은 여러 특성을 고려했을 때 김 의장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모델은 카시오 데이터뱅크 라인으로 2012년 3월 출시했다. 김 의장이 해당 시계를 10년 넘게 찼다고 알려졌지만, 출시 연도를 고려하면 2012년 전엔 비슷한 데이터뱅크 모델을 찼을 것으로 추측된다.

데이터뱅크는 1984년 카시오가 문자판을 통해 계산기·전화번호부 등의 기능을 더하면서 탄생했다. 휴대폰이 보급되기 전,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적은 수첩과 계산기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당시로선 편의성을 높이는 일종의 IT 혁신이었다.

당시 카시오는 심장박동기, 멀티 게임기 등 일상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전자시계에 담으려 노력했다. 사람들이 휴대전화보다 시계를 필수품으로 여긴 시절이다 보니, 요즘 스마트폰이나 플랫폼 앱의 역할을 전자시계가 대신했던 셈이다. 카시오 데이터뱅크가 플랫폼 기업 대표에게 의미가 남달랐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는 이유다.

또 몇 년 전부터 뉴트로 유행에 힘입어 장난스러우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카시오 빈티지 시계를 수집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이 역시 ‘을지로체’ 등으로 배달의민족이 추구해 온 페르소나와 유사한 점이 많다. DBC 611역시 1985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생산된 ‘DBC 600’의 문자판과 화면 배치만 바꾼 시계로, 다이오드식 발광 등 빈티지한 요소를 담았다.

뉴스웨이 주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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