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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상속세 신고 9개월 뒤 연부연납 담보 잡은 사연

조원태 일가, 2620억 규모 상속세 분납키로
작년 10월 신청 불구, 담보 제공은 올해 7월
원칙은 담보 즉시 제공…경우 따라 안할수도
경영권 분쟁 따른 주가상승 염두 전략 가능성
한진칼 주식 3만→9만원대, 담보비율 확 줄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재산 상속 신고를 한 지 약 9개월 만에 연부연납(5년간 6회 분납) 승인을 받았다. 상속세 신고 당일에 연부연납이 자동승인된 다른 그룹 오너가와는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따른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주가가 오를수록 담보로 제공할 주식수가 줄기 때문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 한진가 오너 4명은 지난 7월10일 종로세무서에 연부연납 담보로 한진칼 주식 5.89%(348만5940주)를 제공했다.

조 회장을 비롯한 3남매는 각각 한진칼 주식 76만3850주(1.29%)를, 이 고문은 119만4390주(2.02%)를 담보로 내놨다.

연부연납 담보로 제공된 상장주식의 가치평가는 계약체결 전날 주가를 기준으로 한다. 7월9일 한진칼 종가는 9만200원이고, 오너가의 총 담보 가치는 3144억원 규모다.

상속세의 120%에 해당하는 담보를 맡겨야 하는 만큼, 오너가가 오는 2024년까지 부담해야 할 세금은 총 2620억원으로 계산된다. 이로 파악할 수 있는 조 전 회장의 상속 재산은 약 4367억원 상당이다.

오너가는 지난해 10월29일 국세청에 상속세 신고를 완료한 바 있다. 유족들은 피상속인 사망 이후 6개월째 되는 달의 말일까지 상속세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조 전 회장이 4월8일 작고한 만큼, 기한은 10월 31일까지였다.

또 연부연납 담보를 신청하면서 1회분 세금도 납부했다. 금액은 대략 44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상속세 신고에 따라 조 전 회장이 생전 체결한 연부연납 담보와 조 전 회장 소유 주식 등을 법정비율로 물려받았다.

특이점은 연부연납 신청 이후 담보를 맡기기까지 9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재벌 총수일가의 경우 상속세 신고와 동시에 연부연납 승인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례로 LG그룹은 2018년 5월 구본무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6개월이 지난 11월에 상속세 신고를 마쳤다. LG그룹 오너가는 신고 당일인 11월27일에 ㈜LG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부연납을 인정받았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회장 일가의 연부연납 신청에도 불구, 담보가 잡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오너가가 주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담보를 추후 제공하는 예외조항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세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연부연납 신청과 담보(부동산 제외) 제공이 동시에 이뤄지면 우선 허가로 간주된다. 납세 담보가 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은 상속세 신고가 접수된 이후 법정결정기한(최대 9개월) 내에 연부연납 담보의 적절성을 검토한 뒤 최종 승인 여부를 가린다. 이 기간 동안 담보 가치가 상속세액보다 미달된다고 판단되면 보완을 주문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 담보 제공을 미룰 수 있다. 국세청이 상속세액 조사와 검토를 마친 뒤 통지하면, 합당한 담보를 내놓는 식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세 신고 때 연부연납을 신청하면서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담보가 없거나 보완이 필요하면 이를 요청하고, 사후보완이 충족된 날이 연부연납 허가가 떨어진 날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 일가가 어떤 이유로 연부연납 담보를 미제공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담보 계약을 상속세 신고일이 아닌 7월로 미루면서 상당한 이익을 본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신고 하루 전인 작년 10월28일 한진칼 주식 종가(3만100원)를 기준으로 추산한 담보 제공 주식은 1044만5183주(17.70%)다. 조 전 회장이 남긴 한진칼 주식 전량 17.84%(보통주 기준)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마저도 조 전 회장이 생전 연부연납 담보로 맡긴 100만주를 제외하면 15.96%에 그친다.

하지만 주가가 9만원대를 돌파한 올해 담보를 걸면서 12%에 가까운 지분을 지킬수 있게 된 셈이다.

오너가가 KCGI로부터 경영권 공격을 받던 시기인 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담보 제공을 미뤘다는 추론이다. 통상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곧바로 주가에 반영된다.

오너가는 매년 1인당 110억원의 상속세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주식 매입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이 경우 가장 손쉽게 급전을 마련하는 방법이 주식담보대출이다.

주가가 저점에 머무를 때보다 고점일 때 담보로 준다면, 담보 비중을 낮출 수 있다. 결국 주담대 등을 활용한 현금 확보가 한층 수월해진다는 해석이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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