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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7-14 16:49

보금자리론 실수요자 요건 현실화 여론 커지는데…귀 닫은 금융당국

환경 변화에도 집값 6억·소득 8500만원 원칙 고수
주금공 내 他 정책 모기지 상품과 형평성 위배 지적
“실수요자 위한다면 대출 요건 완화해야” 여론 고조
금융당국 “요건 변경 계획 無…후폭풍도 고려해야”

결혼 2년차 30대 직장인 A 씨는 현재 전세로 얻은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A 씨는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주 중인 지역 인근에 자가 주택 구입을 결심하고 정부가 공급하는 주택 자금 마련 대출 상품인 보금자리론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를 통해 보금자리론 가능 요건을 확인한 A 씨는 절망해야 했다. A 씨가 물색한 아파트 가격이나 부부의 연소득이 주금공 기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원하던 아파트의 가격은 6억원을 넘었고 이들의 합산 연소득은 9300만원(과세 전)이었다. 반면 주금공 규정에서 6억원 이하의 아파트 구입 자금을 받으려면 연소득이 8500만원 이하여야 했다. 더구나 아무리 많이 대출을 받는다고 해도 한도는 3억원을 넘을 수 없었다.

A 씨는 “실수요자 대부분이 입주를 원하는 수도권 아파트 평균 가격은 이미 6억원을 훌쩍 넘었고 웬만한 맞벌이 직장인 부부의 과세 전 연봉을 합치면 1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많다”며 “보금자리론의 현재 요건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는 A 씨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보금자리론을 통해 내집마련 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대부분의 맞벌이 직장인 부부들의 소득 수준이나 이들이 찾는 아파트를 요건에 대입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넘기에 보금자리론을 이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주금공의 감독기관인 금융위원회는 보금자리론 자격 요건 완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결론은 “자격 요건 변경을 검토한 적이 없다”다. 그런데 이런 답변이 나온 근거를 들어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수도권에서만 6억원 이하 아파트를 찾기 어려울 뿐 다른 지역에서는 찾기 쉽다”는 것이 금융위 측의 해석이다. 이미 서울지역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섰고 가격 상승세가 수도권 전반으로 퍼지는데다 절대 다수의 실수요자가 수도권 지역의 주택 구매를 원하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현실과 당국의 온도 차는 꽤 심한 셈이다.

14일 현재 주금공이 내세운 보금자리론 자격 요건에 따르면 단독 세대주나 부부 합산 연소득 금액이 7000만원 이하(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의 수요자만이 최대 3억원 이하의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다. 대출 공급이 가능한 주택 가격은 6억원 이내여야 한다.

보금자리론은 지역별 부동산 규제 상황에 따라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받을 수 있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실수요자는 집값의 최대 70%까지 2%대의 낮은 금리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실수요자가 찾고 있다.

그러나 주금공이 내세운 요건이 지나치게 빡빡한 탓에 보금자리론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은행 주담대를 받기 위해 몰려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권의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폭증했고 신용대출 등 일부 상품에 대해서는 접근 문턱을 올려가는 상황이다.

현재 마련된 소득과 주택 가격 규정은 지난 2018년 4월 한 차례 완화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원활한 내집마련을 위해 다자녀 가구의 최대 대출 한도를 4억원으로 높이고 신혼부부 소득 요건을 최대 8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완화 규정이 발표된 시점에만 반짝 효과를 냈을 뿐 이후에는 시장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 실수요자들의 이야기다. 대부분 소득과 주택 가격 요건 부분에서 현실과 규정상 기준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신혼부부 소득의 경우 4년제 대학교를 나와 일반 기업에서 일하는 보통의 도시근로자 맞벌이 신혼부부의 사정은 이 기준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 결혼정보회사가 집계한 올해 표준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부부 연소득 평균 합산액의 최저치는 8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수의 신혼부부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보금자리론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수준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가격의 비현실성이다. 보금자리론이 내세우고 있는 대출 가능 주택의 최고 가격선은 6억원이다. 그러나 서울에서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비중은 30%대에 불과하다. 서울 외에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도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아파트 구매를 위해서는 보금자리론의 효용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정책 모기지 상품과의 형평성도 문제다. 똑같이 주금공이 계획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과 적격대출의 집값 상한선은 나란히 9억원이다. 게다가 안심대출의 경우 신혼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이 1억원으로 책정돼 있다.

물론 두 상품과 보금자리론은 다소 성격의 차이가 있지만 똑같이 정부가 공급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마다 소득과 주택 가격의 상한선이 다르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실수요자들의 원활한 주택 마련 자금 조달을 위해 보금자리론 공급 기준과 대출 한도를 상향 조정해달라”는 글이 등장하는 등 대출 규제 완화를 바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모기지 상품의 성격이 같지 않기 때문에 여러 요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여러 의견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당장 요건을 바꾸기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과 집값 상한선 등 대출 요건을 완화한다면 보금자리론을 받으려는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며 “이미 1분기에만 17조원 이상 보금자리론 대출이 공급됐기 때문에 무리한 요건 변경은 자칫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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