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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정 기자
등록 :
2020-04-08 15:17

수정 :
2020-04-08 15:51

[조양호 별세 1년]가족과 등진 한진가 장녀 조현아…끝내 추모식 불참

조 전 부사장, 오너가 중 유일하게 참석 안해
KCGI·반도건설과 연합…부담 적지 않았을 듯
그룹서 직책 없는 친척도 참석, 의도적 회피 무게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1주기 추모식. 사진=이세정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끝내 부친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동생인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그룹 전체를 적으로 돌린 만큼, 추모행사에 얼굴을 비추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진그룹은 8일 오후 1시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조 전 회장 별세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행사에는 조 회장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참석했다. 조 회장 부인과 자녀, 조 전 회장의 다른 가족들도 동석했다.

이 고문은 지난달 열린 시아버지(고 조중훈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 행사에 불참한 바 있다. 하지만 고인과는 46년간 부부의 연을 맺은 만큼, 행사에 참석해 남편의 넋을 기렸다.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 조 전 부사장은 이번 추모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가족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게 부친의 선영을 다녀갈 것이라 추측했지만, 이날 이른 새벽부터 추모식 직전까지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이 기일 당일에 선영을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행사를 위해 준비한 조화와 천막 등을 정리해야 한다. 조 전 부사장이 그룹 측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려 할 것이란 주장이다.

이번 행사는 그룹 차원에서 기획한 만큼, 조 전 부사장이 함께하긴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부친 별세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준 KCGI와 손을 잡으면서 한진그룹과 대립하는 형국이다. 환영은 커넝,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조 전 부사장이 의도적으로 불참한 것이란 주장에도 무게가 쏠린다. 추모식에는 그룹 내 직책이 없는 다른 오너가 일원들이 고인을 기리기 위해 참석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조 회장이 선대 회장의 공동경영 유훈을 어겼다며 경영권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무산되고, 자신의 수족들이 모두 퇴진하자 분노를 터트린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조 회장과 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고 조 회장의 경영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모친인 이명희 고문과 막내동생인 조 전무는 장남 편에 섰다. 또 “조 전 부사장이 다시 가족 일원으로서 한진그룹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치길 바란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오히려 오너가 전체를 공격하고 나섰다.

조 전 부사장은 시장에서 불거진 대한항공 리베이트 의혹으로 조 회장뿐 아니라 부친을 공격했다. 대한항공은 프랑스 에어버스로부터 항공기 구매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조 전 부사장은 “리베이트 사태에 대해 창업주 일가의 일원으로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이번 사건에 관여된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베이트 의혹을 사실상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의혹은 1996년 발생했다. 리베이트가 사실일 경우 조 회장보단, 조 전 회장이 생전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을 비롯한 모든 오너가가 경영에서 물러나는 대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막대한 상속세 부담을 진 가족들을 무직으로 내모는 셈이다.

3자 연합은 지난달 열린 지주사 한진칼의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저지와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 7인의 이사회 진입을 노렸다. 이사의 자격을 제한하는 정관변경 등도 시도했다. 하지만 3자 연합의 계획은 전부 실패했다.

이들은 임시 주총 등 장기전에 돌입했다. 한진칼 주가가 7만원대 이상의 고가로 형성됐지만,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이날 기준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을 43.74%다.

조 회장 측도 이와 유사한 수준의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표대결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양 측간 경영권 싸움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그룹 내부에서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반발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대한항공은 6개월간 국내 직원을 상대로 휴업을 결정했다. 현 경영진이 외부 세력을 방어하느라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과 나머지 가족들이 연락도 하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나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족으로 추모행사에 참석하더라도 환대 받지 못할 것이고, 3자 주주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불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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