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백현 기자
등록 :
2020-04-01 17:38

현실이 된 ‘저금리-저실적 공포’…깊어지는 은행권의 시름

은행권 평균 대출금리, 통계 이래 최저 수준
예대금리차 변동 없지만 앞으로 전망이 문제
비이자이익 극대화·비용 절감으로 생존 기대

한 은행의 창구 전경 . 사진=뉴스웨이DB

은행권이 올해 초부터 우려했던 ‘저금리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은행들이 대출 상품에 매기던 금리의 수준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이 이자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줄어들게 되는데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 구조상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은행 처지에서는 영업전략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31일 발표한 2월 말 기준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현황에 따르면 은행권 평균 전체 대출금리는 3.08%로 1월 말보다 0.11%포인트 내려갔다. 기업대출의 금리는 3.19%로 0.13%포인트 인하됐고 가계대출의 금리는 2.90%로 0.05%포인트 낮아졌다.

이번에 집계된 전체 평균 대출금리(3.08%)와 기업대출 금리(3.19%), 가계대출 금리(2.90%)는 모두 한은이 은행권의 평균 금리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6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은행들의 걱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지난 3월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고 가계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가 몇 개월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수익성 추이의 지표가 되는 순이자마진(NIM)이 얼마나 더 내려갈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NIM은 자산운용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뒤 이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국내 은행권의 지난해 말 NIM은 1.46%로 3분기보다 0.09%포인트 내려갔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벌서부터 1.3%대 중후반대의 NIM 수치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때마다 NIM도 약 0.01%포인트 내려가는 점을 고려한다면 1.3%대 NIM을 예측해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민생 지원책 중 하나로 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의 각종 대출이나 각종 정책 펀드 지원도 향후 건전성 측면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금을 공급해 준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제때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경영 여건이 나빠져도산하게 된다면 이를 돌려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출에 대한 재원이나 정책 펀드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은행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넓게 보면 은행 전체의 수익성은 물론 대출 연체율로 인한 건전성 악화 문제도 함께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건전성 악화는 은행의 대외적 신용등급 하락과도 연계되는 큰 문제다.

그나마 은행 처지에서 다행인 점을 꼽자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예대금리차)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면 은행이 이른바 ‘이자 장사’로 남기는 이익의 금액이 커지지만 반대로 차이가 줄어들면 은행에 남는 돈은 줄어든다. 특히 은행의 이익 창출 환경이 계속 나빠진 상황에서 금리까지 떨어지면서 앞으로 이자이익의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올해 2월 말과 1월 말의 은행권 예대금리차는 나란히 1.65%로 변동이 없었다. 잔액 기준으로는 오히려 금리차가 0.01%포인트 늘어 2.18%가 됐다.

각 은행은 “예견했던 악재”라며 애써 표정을 감추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올해 경영 목표치를 수정하거나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 분석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2분기부터 금리 인하의 악재가 본격 반영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각 은행이 현재 상황에서 신경 쓰는 대안으로는 비이자수익의 극대화와 디지털 대응이 유이(唯二)한 선택지가 됐다. 기존의 성장 전략 중 빠지지 않았던 글로벌 공략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탓에 대안 목록에서 사라졌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각종 금융지원 프로그램으로 인해 은행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상당해졌다”면서 “오프라인 영업점 통폐합 등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안팎으로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뚜렷한 생존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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