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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등록 :
2020-01-29 07:01

기업은행 최장기 출근 저지 투쟁이 남긴 것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 18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기업은행 본사에서 ‘기업은행장은 청와대 수석 재취업 자리가 아니다’는 기자회견 및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업은행 노조 제공

신임 기업은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이 마무리 됐다. 금융권 최장기 출근 저지 기록을 남기면서 인사 때마다 불거지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정상 업무에 돌입했다. 지난 2일 임명된 후 노조의 투쟁에 막혀 임시 사무실에서 업부를 보다가 27일만에 본사 집무실 입성에 성공했다.

이번 기업은행 사태를 두고 낙하산 인사가 노조의 반대로 이어지고 노사 타협으로 진행되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노사 합의 이면을 보면 낙하산 인사를 수용하는 대신 노조는 그동안 원하던 숙원과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여당은 낙하산 인사임을 인정하는 꼴이고 노조는 이를 빌미로 원하던 것을 취한 셈이다.

이번에도 기업은행 노사가 체결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보면 희망퇴직을 재개와 2년으로 제한 된 인병 휴직 기간 탄력적 운영, 정규직 일괄전환 직원의 정원통합분 등의 요구 사항이 담겼다.

여기에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내용도 담겼다. 노조추천이사제는 금융 노조의 숙원과제이기도 하다. 여당 원내대표가 나서서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한다’는 선언에 동참한 만큼 수용 가능성도 높아졌다.

행장 임명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임원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개선한다는 것인데, 행장 선임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의 의사를 어느 정도 반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이다.

이번 노조의 투쟁이 ‘낙하산 인사 근절’을 내세운 만큼 해당 내용이 가장 주목받아야 하는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들어있지 않다. 합의해야 할 부분을 후일로 미루면서 이번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다른 민간 은행에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르고 있어 깜깜이 인사가 이뤄진다. 법 개정이나 제도적 장치 마련 없이는 다음 행장 인선때 이번과 같은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는 이유다. 내부 출신이 아니라고 해서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에서다.

윤 행장의 경우 이론과 실무를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원(기획재정부의 전신)에 들어가 금융정책실 금융정책과, 재무정책과, 재무부 차관비서관, 저축심의관실, 관세정책과 등을 거쳤다.

금융·재무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윤 행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면서 위기 극복 노하우를 익혔다. 노무현 정부에선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했다. 2009년에는 기재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면서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데 공을 세웠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둔 윤 행장을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은행은 인사권이 정부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면 외부에서 안정이 필요하면 내부에서 발탁한다”면서 “윤종원 행장이 자격이 미달하는 인사라면 모르겠지만 경제금융 부문의 경험이 있고, 경제금융 청와대 비서관을 전 정부에서 했고 우리 정부에서는 경제수석을 지냈고 IMF상임이사를 거치는 등 경영 부문에서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등 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노조의 투쟁은 관행처럼 있어왔다”면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이러한 행태가 반복된다면 경영의 질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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