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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19-12-19 16:03

신동빈의 과감한 인적쇄신...롯데 사상 초유 물갈이 인사(종합)

롯데지주 대표에 송용덕 선임…투톱체제로
주요 부문 조직개편 후 BU장 책임·권한 확대
성과 입각한 인사로 50대 CEO 대거 기용
신동빈 “스스로 시장 틀 바꾸는 게임 체인저 돼야”

사진=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실적주의’를 내세워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유통BU장과 호텔·서비스 BU장이 교체됐고 실적이 부진했던 주요 계열사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사상 초유의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대대적인 쇄신과 변화에 대한 신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드러났다는 평가다.

롯데그룹은 19일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유통·식품·화학·서비스 부문 50여 개 계열사의 2020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는 미래 성장 전략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젊은 인재를 대거 기용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펼쳤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되어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롯데는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사업부문별 역량 강화를 위해 롯데지주를 비롯해 유통, 화학 등 그룹 주요 사업부문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성과 평가에 기반한 인사를 진행하였으며, 50대 중반의 CEO를 대거 선임하고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을 적극 발탁하는 등 인사 쇄신을 통한 롯데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우선 그룹 사령탑인 롯데지주는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기존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 사업 및 글로벌 사업 전략과 재무,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담당하며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도 계속해 나간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은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인사, 노무, 경영개선 업무를 담당한다.

롯데지주에서 그룹의 재무 업무를 총괄하던 재무혁신실장 이봉철 사장이 호텔&서비스BU장을 새롭게 맡게 됐다. 이봉철 사장은 2012년에는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14년부터는 그룹의 재무혁신실장으로 근무하며 롯데의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끌었다. 이 사장 보임 후 롯데지주 재혁신실장은 재무1팀장 추광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맡는다.

유통BU장인 이원준 부회장은 이번 정기임원인사에서 물러났다. 신임 유통BU장으로는 롯데백화점 강희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후 임명됐다.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쳤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끈 후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아왔다.

이와 함께 롯데의 주요 성장 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슈퍼, e커머스, 롭스 등 각 사업부문별 대표이사 체제에서 롯데쇼핑 단일 대표이사 체제의 통합법인으로 재편한다. 롯데쇼핑 통합법인은 쇼핑 내 전 사업부의 투자 및 전략, 인사를 아우르게 된다. 기존 각 계열사들은 사업부로 전환되며, 각 사업부장들은 사업부의 실질적인 사업 운영을 담당한다. 재편된 롯데쇼핑 대표이사는 신임 유통BU장인 강희태 부회장이 겸임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통합 케미칼의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임병연 롯데케미칼 대표이사가 유임됐고, 첨단소재사업 대표는 롯데첨단소재 이영준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보임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음료와 주류 각자 대표이사 체계에서 이번 임원인사를 통해 이영구 대표이사 체제로 통합됐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각 BU장의 권한도 대폭 확대됐다. 그간 롯데그룹은 4개 BU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각 계열사 대표들에게 거의 경영 전권을 위임해왔으나 이번 인사를 통해 BU장에게 실질적으로 계열사를 총괄해 이끄는 역할을 맡겨 경영에 더 깊이 관여하도록 하고 인사, 예산 등 권한도 확대했다.

기존의 사업본부 대표를 사업부장으로 조정한 롯데쇼핑은 문영표 부사장이 롯데마트 사업부장으로 유임된 것을 제외하고는 4개 사업부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백화점 사업부장에 롯데홈쇼핑의 황범석 전무, 슈퍼 사업부장에 롯데마트 남창희 전무, 이커머스 사업부장에 롯데지주 조영제 전무, 롭스 사업부장에 롯데백화점 홍성호 전무가 선임됐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코리아세븐 대표이사는 최경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내정됐다. 롯데컬처웍스 대표이사는 롯데지주 기원규 전무가 맡고, 롯데멤버스 대표이사는 롯데백화점 전형식 상무가 전무로 승진, 보임한다.

화학BU에서는 롯데정밀화학 대표이사로 정경문 전무가 내부 선임됐다. 롯데비피화학 대표이사로는 롯데케미칼 김용석 전무가 내정됐다

식품BU에서는 롯데중앙연구소 대표이사는 이경훤 전무가, 롯데자이언츠 대표로는 롯데케미칼 이석환 전무가 내정됐다.

호텔&서비스BU에서는 호텔롯데의 신임 대표이사에 김현식 전무가 내정됐고, 롯데상사 대표이사로는 정기호 상무가 내부선임을 통해 보임됐다. 롯데월드 신임 대표이사는 최홍훈 전무가 내정됐는데, 롯데월드로 입사해 대표까지 역임하게 된, 최초의 공채 출신 대표이사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대표이사로는 최세환 상무가 전무로 승진, 내정됐다. 올해 51세로, 이번 신임 대표이사 중 최연소다.

이번 인사는 철저하게 실적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방점으로 단행됐다. 그 동안 재판으로 운신의 폭이 좁았던 신 회장이 지난 10월 확정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후 첫 인사인만큼 대대적인 쇄신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침체, 일본 불매운동 등의 영향으로 롯데그룹의 주력 사업 대부분이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10월 말 주요 경영진이 모인 자리에서 비상 경영 체제를 선언하는 등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선제적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강희태 유통BU장은 그룹 주력 사업인 유통사업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롯데쇼핑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13조3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해 예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업이익은 3844억원으로 24.1%나 급감했다. 위축된 오프라인 사업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이커머스 사업 본격화를 진두지휘 하게 된다.

이봉철 호텔·서비스 BU장은 호텔롯데 상장의 중책을 맡았다. 롯데그룹은 일본 영향력을 벗어나기 위해 롯데지주를 설립하고 2016년부터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 왔으나 경영 비리, 면세점 특혜 등으로 수사를 받으면서 상장 작업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 회장의 형량이 확정된 데 이어 롯데면세점 특허 유지 결정이 나면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재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이 신임 BU장은 그룹 내 대표적 ‘재무통’으로, 호텔롯데 상장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번 인사를 바탕으로 그간 성과를 낸 인재들을 각 계열사 전면에 배치하고 그룹 조직을 재정비함으로써 ‘뉴롯데’ 완성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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