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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천억 짜리 도박, 정치 테마주의 세계

[NW리포트]하루 수천억 짜리 도박, 정치 테마주의 세계

등록 2019.12.10 07:50

고병훈

,  

천진영

  기자

성장성·호재 없이도 유력 정치 테마주 기승 추미애 테마주에 광진구 기업 일제히 껑충 총선 출마 준비, 오세훈 테마주도 반사이익 이낙연 총리 후임 거론 김진표 ‘롤러코스터’차기 대선주자 이낙연·황교안 테마주도 들썩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주식 시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부분 종목들이 실적이나 성장성, 별도의 호재가 없음에도 유력 정치인의 거취에 따라 주가가 급등하거나 폭락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유력 정치인의 이름을 딴 테마주는 뚜렷한 실체 없이 ‘특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다. 이를테면 A가 대통령이 되면 A의 친인척이나 동문이 경영하는 기업의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테마주 매수는 주로 개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기관 및 외국인이 개입하지 않아 기업가치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실체 없는 정치 테마주의 경우 단순히 기대감에 의한 심리 싸움이기 때문에 투자가 아닌 도박이 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차기 법무부장관 지명된 추미애···오세훈 테마주도 반사이익?=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공석이었던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추 후보자는 여성 판사 출신으로는 처음 국회에 입성했고 여성 의원으로서는 최초로 지역구 의원 5선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여기에 당 대표까지 지낸 현역 의원인 만큼 큰 무리 없이 인사검증 과정을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추 후보자 관련 테마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추미애 테마주로는 추 의원 지역구인 서울시 광진구에 소재하고 있는 제룡전기와 제룡산업, 공약 이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모헨즈 등이 있다. 또 대표적인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제약, 우리들휴브레인도 친문 성향이 강한 추 의원 테마주로 분류된다.

제룡전기는 변압기, 개폐기, GIS 제조 및 판매에 관한 사업을 주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각각 27억원, 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4억원을 기록하며 안정궤도에 접어들었다.

금속, 합성수지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주사업으로 하는 제룡산업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83억원) 대비 61.4% 감소한 3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4% 감소한 16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룡전기와 제룡산업은 최근 한 달간 주가가 각각 11.5%, 6.4%씩 오르며 ‘추미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레미콘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모헨즈는 추미애 의원의 공약 중 하나인 새만금 관련 종목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편입됐다. 모헨즈는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6.1% 뛰었다. 같은 기간 우리들제약과 우리들휴브레인의 주가는 각각 7.8%, 10.7% 하락하며 관련주 수혜를 받지 못했다.

한편, 추 의원의 법무부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내년 4월 총선에서 추 의원과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관련주도 관심을 끌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추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아 일찌감치 충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오 전 시장의 테마주로는 진양화학, 진양산업, 진양폴리, 진양홀딩스 등 주로 진양그룹 종목들이 최우선으로 꼽힌다. 해당 종목들은 진양홀딩스의 대표 양준영 부회장이 오 전 시장과 고려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오세훈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양 부회장은 진양홀딩스의 최대주주인 KPX홀딩스의 오너, 양규모 회장의 아들이다. 양규모 회장은 작고한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의 동생으로 KPX그룹은 1985년 전두환 정부 시절 해체된 국제그룹을 모태로 한 기업이다.

한국거래소는 오 전 시장의 정치활동이 본격적으로 재개된 지난해 말 진양그룹 주가가 비정상적인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주가 급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진양화학과 진양산업은 공시를 통해 “최근 당사의 양준영 이사와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학교 동문 이라는 이유로 당사 주식이 속칭 테마주로 여겨지며 심한 주가 변동을 겪어 공시를 내게 됐다”며 “양준영 이사는 오 전 시장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이며, 현재까지 당사와 양준영 이사는 사적, 공적으로 오 전 시장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난항 겪는 ‘김진표 총리 카드’···관련주도 롤러코스터=이낙연 국무총리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독교 편향성과 보수적인 정치색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앞서 투자자들은 김 의원이 차기 총리로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달부터 ‘김진표 테마주 찾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김진표 테마주로는 해성산업, 해성디에스, 한국팩키지, 한국제지 등 해성산업 계열과 대륙제관 등이 꼽힌다. 해성산업은 단재완 회장이 김진표 의원과 경복고등학교 동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김진표 대장주’로 분류됐다. 또 대륙제관 박봉준 대표도 김 의원과 같은 경복고, 위스콘신대 대학원 출신이다.

해성산업의 계열사인 한국제지는 김 의원이 직접 사외이사를 맡은 적이 있을 만큼 김 의원 테마주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종목이다. 김진표 테마주 수혜를 입은 해성산업은 지난달 29일 주가가 전일 대비 16.51%(1750원) 급등한 1만235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진표 총리 카드’에 대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경실련 등 핵심 여권 지지층의 반대가 이어지자 해성산업을 비롯한 관련주들의 주가가 다시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대선주자 선호도 1·2위 이낙연·황교안···테마주 ‘들썩’=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 2위를 차지했다는 여론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주식 시장에서 총선 테마주가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 관련 테마주로는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이월드, 남화산업 등이 꼽힌다. 이들 종목은 이 총리의 친동생이 대표이사로 재직했거나, 학교 동문이 경영진으로 구성, 이 총리의 전 지역구 소속 기업이다.

가장 주목 받았던 남선알미늄은 9일 장 마감 기준 2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남선알미늄은 계열관계인 SM그룹 삼환기업의 이계연 전 대표이사가 이 총리의 친동생으로 알려지며 이낙연 테마주로 분류됐다. 특히 이 총리의 총선 출마설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달 11일에는 전거래일보다 29.96% 오른 514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계연 전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하면서 관련주는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들썩이기 시작한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주가는 한 달 전 대비 25.16%, 27.06%씩 떨어졌다.

이월드는 이 총리와 광주제일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테마주로 부상했다. 이랜드그룹 산하 계열사로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이 광주제일고 출신이다. 현재 이월드는 최대주주가 이랜드파크로 지분 59.81%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외 계열사 관계인 이랜드월드가 14.62% 가지고 있다.

남화산업의 경우 이 총리의 지역구인 전남 무안에 무안CC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어 테마주로 구분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1만3900원에 거래를 마쳤으며, 한 달 전 대비 44% 뛰었다.

대선주자 선호도 2위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같은 이유로 관련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한창제지는 김승한 회장과 황 대표가 성균관대 동문인데다 목근수 사외이사가 황 대표와 사법고시 동기라는 점에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주가가 급등할 만한 특별한 동기가 없음에도 황 대표가 한국당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 주당 800원대이던 한창제지 주가는 한 달 만인 11월 5일에 1850원으로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후 등락을 거듭한 가운데 최근 한 달 새 한창제지의 주가는 0.17% 하락했다.

이 외에도 이재명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의 주가는 9일 8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당시 에이텍의 최대 주주인 신승영 대표이사가 성남창조경영 최고경영자(CEO) 포럼 운영위원직을 맡았다는 이유에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앞서 지난 9월 6일 이재명 경기지사가 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에이텍 주가는 하루 만에 28.69% 급락한 바 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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