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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의 ‘뉴 한진’ 시동…복장부터 싹 바꾼다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서 청사진 제시
항공운송사업 주력…비핵심분야 구조조정 시사
젊은조직으로 혁신…복장 자율·점심시간 선택제
가족 협력·우호지분 등 경영권 안정화 자신감도

뉴스웨이 DB.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앞으로 만들어 갈 ‘뉴 한진’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주력인 항공운송사업에 집중하는 한편, 보수적인 분위기에서 탈피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든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조 회장은 경영권 안정화를 기반으로 신뢰 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22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비전을 밝혔다. 이번 자리는 올해 4월 조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식 간담회다. 앞서 6월 개최한 제75회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에서 간단한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지만, 그룹 방향성이나 중장기적 전략을 공식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조 회장은 새로운 한진그룹에 대해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할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창업주 때부터 이어져 경영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주력인 항공운송사업에만 집중해 이 분야 최고가 되겠다”면서 “대한항공이 주축이고, 이를 뒷받침하는 사업 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리할 부문이 조금 있을 것 같다”며 사업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항공운송사업과 항공기 제작, 호텔업 등 핵심 사업을 제외한 사업분야 중 이익이 나지 않으면 과감히 버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정리 대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사업 철회보다는, 계열사별 비핵심사업을 정리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부문은 ㈜한진의 차량종합사업이다. 법인 장기 렌터카와 제주지역 단기 렌터카는 물론 주유소, 일반 대리점 판매, 윤활유 판매, 자동차정비 등의 사업을 맡고 있다. 항공운송업과 가장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면서, 수익성이 크지 않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억원대에 그쳤다.

항공운송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 회장은 긴축경영 방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비용구조를 들여다봤는데 상당히 높다”며 “내년 역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 중으로 개선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창립 이후 처음으로 3개월짜리 단기 무급 희망휴직을 도입했는데, 연장선상으로 추가적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비주력사업 정리와 함께 비용절감 등으로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 회장은 젊은 조직으로의 혁신도 꾀한다. 그는 “전체적으로보면 한진그룹은 보수적인 편”이라며 “올드 패션 분위기라 조금 더 젊어질 계기가 필요하고,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임원회의에 종이와 펜을 없애자고 할 정도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며 “고위 임원 10명 정도가 프리토킹을 하다보면 발빠르게 움직여지고, 금방 반영되서 좋은 점이 있다.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빨리빨리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유연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올해 9월부터 시작한 복장 전면 자율화가 대표적이다. 상반기 도입된 연중 상시 넥타이를 매지 않는 ‘노타이’ 근무를 확대한 것이다.

또 직후 직원 편의를 높이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개인 선호와 근무 패턴에 맞게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갖는 ‘점심시간 자율 선택제’를 운영 중이다. 오후 5시30분에 정시 퇴근 안내방송과 함께 퇴근을 알리는 팝업 메시지를 PC에 표출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딱딱한 형식의 기내 안전 비디오는 케이팝 스타를 앞세워 친근하게 바꿨다. 대한항공은 이달 초 아이돌 그룹 슈퍼엠과 가수 보아가 춤과 노래로 수하물 보관법과 비상구 관련 내용, 구명복 착용 방법 등 항공기 탑승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설명하는 영상을 전 노선에 도입했다.

조 회장은 “케이팝과 접목한 대한항공 기내 안전 영상만 보더라도 (분위기가) 젊게 바뀐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 Entertainment) 소속 아티스트인 슈퍼엠(SuperM)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위촉했다.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에 대한 강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오너가 지배력이 위협 받으면 경영환경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선친 뜻에 따라 세 명(3남매)이서 자기가 맡은 분야에 충실하기로 합의했다”며 “가족 간에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고, 아직은 외부 방어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시장에서 제기된 가족간 불화설을 불식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회장과 모친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전 회장 재산과 지분을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으면서 가족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우호지분 확보가 중요한 데, 경험에 의해 쉽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KCGI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델타항공의 지분 투자와 관련해서는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들어온 것이지만, (주주총회가 있는) 3월 되면 (우호지분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우리에게 반기를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 산하에 거버넌스위원회와 보상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기업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고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주주가치를 높여 지지기반을 자기겠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부끄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서 국민 신뢰가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하진 않는다”면서 “장기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세정 기자 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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