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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임정혁 기자
등록 :
2019-11-15 07:47

수정 :
2019-11-15 10:12

[삼성-르노 결별설②]이건희 회장과 ‘20년 인연’ 어떤 관계?

‘자동차 마니아’ 이건희 회장 지휘한 삼성車
2000년 매각 추진…르노가 지분 80.1% 인수
삼성카드가 19.9% 쥐고 브랜드 사용권 제공
만만치 않았던 삼성의 자동차사업 역사 남아

이건희 회장의 야심작인 SM5는 1998년 삼성자동차의 첫 번째 승용차로 화려하게 국내 시장에 데뷔했다.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은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혔다. 여기에 이건희 회장이 마침 ‘자동차 마니아’라는 사실도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것이란 예상에 설득력을 더했다.

실제로 삼성이 자동차 회사를 설립할 것이란 관측은 재계에서도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았고 결국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서야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삼성자동차는 막 태동하던 시기에 외환위기(IMF)를 겪고 실적이 악화돼 파산에 몰렸다. 이건희 회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개인재산을 삼성자동차에 투입하려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주식 시장 상장이 늦어지는 바람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삼성자동차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글로벌 완성차 기업 중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유일하게 눈길을 보낸 곳은 프랑스 르노그룹이었다.

당시 카를로스 곤 르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영위기에 처해 부도 직전이던 닛산자동차와 자본 제휴를 제안해 극적으로 닛산 재건에 성공적 결실을 맺었다. 2만명이 넘는 닛산 직원을 해고하는 혹독한 ‘리바이벌 플랜(회생 계획)’을 가동하며 닛산을 흑자 기업으로 일으켜 세웠다.

삼성자동차 인수에 적극 나선 배경에도 카를로스 곤의 입김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는 삼성자동차 인수 조건으로 브랜드 사용권을 가질 수 있도록 요청했고 19.9% 지분에 참여한 삼성 측이 이를 허락하면서 르노삼성자동차가 탄생했다.

이후 르노삼성자동차와 삼성은 약 20년간의 관계를 유지했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최대주주로 2000년 삼성자동차 지분 80.1%를 인수하면서 르노와 일본 닛산자동차 동맹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 편입됐다.

삼성 측은 삼성카드가 19.9% 지분을 갖고 르노삼성의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르노의 요청으로 브랜드 사용권만 장기임대 방식으로 빌려줬다. 르노가 한국 시장에서 삼성 이름을 쓸 수 있게 된 것은 내년 8월까지 계약이 돼 있어서다.

양측의 계약 구조는 르노삼성이 거두는 연간 매출 0.8%를 삼성 측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를 준수해 르노삼성은 삼성 로열티 명목으로 매년 삼성카드에 배당금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매출액 5조5989억원에 영업이익 3540억원을 거뒀다.

르노삼성의 르노 브랜드 전환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전까지 닛산 자동차를 들여와 한국형 버전을 내놨던 르노삼성은 르노 차종을 서서히 선보였다. 닛산 라인업을 바탕으로 SM5와 SM3 등을 출시했던 르노삼성은 2009년 3세대 SM5를 시작으로 르노 플랫폼으로 바꿨다. 이를 기점으로 시장에선 브랜드 선호도가 꺾였다.

2011년까지 SM3, SM5, SM7 세단으로 완성차 4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르노삼성은 2012년 부산공장 생산량이 반토막 나면서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현재 르노삼성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와 함께 완성차 마이너 3사로 분류된다. 중형 세단 SM5는 2000년대 초중반 무렵 현대차 쏘나타를 위협할 정도로 수요층의 브랜드 충성도가 대단했던 추억을 안고 있다.

SM5를 타던 한 차주는 “당시 SM5 오너들 사이에선 국산 프리미엄 세단을 탄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때 일각에서는 사실상의 외제차로 분류하기도 하는 등 위세가 대단했지만 최근엔 그렇지 않다는 냉정한 평가가 공존 중이다.

르노삼성은 현재 ‘르노’와 ‘르노삼성차’ 2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르노삼성은 중형세단 SM5 인기 등을 통해 익숙한 이름이지만 프랑스차 르노는 대중적으로 익숙하지 않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하는 ‘르노’ 브랜드 준비 작업에 르노삼성 관계자는 “지금도 몇몇 지역에선 르노차가 아닌 ‘삼성차’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르노는 생소한 브랜드여서 많이 알려나가는 작업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사용중인) 르노 이메일 사용은 본사 차원에서 시스템이 바뀌면서 모든 브랜드가 통합돼 이메일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별한 인연으로 탄생한 ‘르노삼성자동차’의 브랜드 사용권이 내년에 끝나면 사실상 삼성과의 동행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김정훈 기자 lennon@
임정혁 기자 d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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