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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등록 :
2019-11-06 17:23

수정 :
2019-11-06 17:29

[뉴스분석]‘IPO 연기’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시장가치 vs 기대치’ 괴리에 실망

FT 인터뷰서 ‘현대카드 IPO’ 2021년 이후로 연기 시사
시장서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1조8천억원~2조원 대
숏리스트 증권사들도 2조원대 초반 수준 써낸 듯
정 부회장, 최소 2조5천억원대는 평가받길 원해
AI 도입·글로벌 진출 가속화에 수익성도 개선 중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뉴스웨이 DB

“2020년까지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겠지만, 그때까지 IPO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현대카드의 상장을 2021년까지 늦추기를 원한다”

정태영 현태카드 부회장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숏리스트 선정까지 마친 마당에 IPO 연기를 암시한 것이어서 의중에 관심이 쏠린다. 인터뷰 내용과 최근 현대카드의 사업진행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정 부회장은 본인이 생각하는 현대카드의 가치와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 사이에 큰 괴리에 갈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IPO는 FI들의 자금 회수를 돕기 위한 차원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지분 9.99%)와 싱가포르투자청(9%), 칼라일그룹 계열의 알프인베스트파트너스(5%)는 현대커머셜과 함께 GE캐피털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을 사들였다. 어피너티PE를 비롯한 컨소시엄은 3766억원, 현대커머셜은 2981억원을 각각 들여 취득했다.

현대카드와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7년 현대카드 지분투자 당시 기업공개(IPO)를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6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 4일 IPO 주간사 숏리스트 6곳을 선정했다. 숏리스트 명단에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이름을 올렸고 외국계에선 JP모건과 모건스탠리, 씨티그룹글로벌마켓 증권이 포함됐다.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대다수 국내 증권사들은 현대카드 기업가치를 2조원 이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보수적으로 추정해왔던 1조80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정 부회장의 눈높이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FT는 “정 부회장은 지난 10월 현지 언론이 보도한 21억달러(약 2조4370억원) 보다는 ‘아마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구체적인 가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현재 시장에서 평가하는 가치보다 적어도 5000억원 이상 더 높아져야 한다.

FI의 투자 회수 차원에서 진행하는 만큼 IPO 속도를 내기보다는 투자금 대비 일정 수익을 얻지 못하면 IPO의 이유가 없다.

정 부회장은 글로벌 진출과 AI 시스템 도입이 기업 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IPO 소식 이후 현대카드는 글로벌 진출을 밝혔고 내년에는 새로운 AI 시스템도 도입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카드업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성 제고할만한 호재가 내년에 본격화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최근 현대카드는 베트남 진출을 선언하며 글로벌 진출의 첫 삽을 펐다. 베트남의 소비자금융 기업인 ‘FCCOM(Finance Company Limited for Community)’의 지분 50%를 490억 원에 인수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카드는 베트남 금융시장의 성장세와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증가 추이에 주목해 현지에서 연계 마케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복안이다.

베트남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안착하게 되면 이를 교두보로 삼아 동남아시아 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포부다.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현대카드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자체 개발 중인 AI 시스템도 내년 출시한다. 정 부회장은 “고객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3억달러(약 3500억원)를 들여 개발한 AI기반의 새로운 ‘엔진’이 출시되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FT를 통해 밝혔다.

그는 AI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사용해 고객 세분화가 아닌 고객 개별에 맞춘 ‘맞춤형’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의 발언이 신서압과 실적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당장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적 발언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카드사 가운데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PBR이 0.5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 카드업 업황이 어려운만큼 내년 업황도 대동소이 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대카드의 6월 말 순자산 3조2549억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기업가치는 대략 1조7576억원 수준이다. 2조5000억원을 넘으려면 PBR이 0.8% 이상이 적용돼야 하는데 삼성카드보다 실적과 시장 점유율이 낮은 현대카드가 이를 뛰어 넘을지는 의문이다.

현대카드 측은 “IPO는 시장상황, 재무적투자자 등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아 기간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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