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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실 때문? 솜방망이 처벌받은 이재광 사장

[기자수첩]장관실 때문? 솜방망이 처벌받은 이재광 사장

등록 2019.10.15 17:52

수정 2019.10.15 18:05

이수정

  기자

장관실 때문? 솜방망이 처벌받은 이재광 사장 기사의 사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드러나길 원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 정부가 공공기관 CEO의 방만경영으로 인한 몇억 대 기금 낭비 사태를 축소 감사했다면 어떨까? 최근 이런 믿기지 않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14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핫 이슈는 단연 이재광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사장의 ‘방만 경영’이었다. 이 사장은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뼈저리게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태의 숨은 ‘공신’(公臣)을 놓치면 안된다. 국토교통부다.

최근 기자가 취재한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가 이재광 사장의 잘못된 경영 행태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토부가 그에게 보낸 경고장에 적힌 낭비 기금 액수는 실제보다 3배 이상 적다. 더욱이 몇억 대의 기금을 개인 결정에 따라 낭비했음에도 겨우 ‘경고’ 처분을 내린 점도 의아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이 사장 개인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경고 사유 중 하나는 ‘의무 임대 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임원용 사무실을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임대료 및 관리비 명목 기금이 불필요하게 지출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토부가 명시한 금액은 9831만원이다.

그러나 기자가 취재 중 입수한 서울역 T타워 임대차 계약서를 보면 HUG가 사용하고 있는 2층 서울북부관리센터(294㎡), 3층 정비사업금융1센터(478㎡), 23층 임원회의실(482㎡)의 총 임차금액은 월 5794만4510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호 의원실이 총면적 중 23층만 떼어 계산한 임대료는 약 2600만원 수준이다. 별도 조항인 ‘연 4개월 임대료 면제’를 적용하더라도 1년에 2억800만원 선이다. 같은 방법으로 관리비를 계산하면 월 1230만원, 1년에 1억476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둘을 합치면 낭비된 기금은 3억5560만원 선이지만, 국토부는 ‘9831만원’, 3분의 1로 축소해 경고장을 날렸다.

국토부는 사무실 이전 이후 6개 스타트업이 그곳을 채웠기 때문에 공실 기간을 78일로 잡아 책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용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 역시 사전 계획되지 않은 주먹구구식 수습이었다는 것을 국토부도 인정했다는 증언과 함께, 해당 사무실이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채 방치된 사진도 여러장 제시했다. 즉 국토부도 죄질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 봐줬다’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이전한 여의도 HUG 사무실에 국토부 장관실이 계획됐었다는 사실이 국감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HUG에 국토부 장관실이라니 황당한 전개다.

이재광 사장은 국감에서 국토부가 요청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개별 공공기관이 직속 관처인 국토부와 어떤 협의도 없이 장관실을 만든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국토부가 HUG 사무실 임대료 낭비 문제가 확대되길 원치 않았을 것이란 추정이 세간에 나도는 이유다.

HUG가 연간 운용하는 기금은 5조5000억원. 윤리경영 평가 D+. 사장은 낭비하고 관처는 봐주는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많은 기금이 또 새어나갈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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