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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G화학-SK이노, 도넘은 비방전···총수 결단 필요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LG화학-SK이노, 도넘은 비방전···총수 결단 필요하다

등록 2019.09.02 16:19

이세정

  기자

LG화학-SK이노, 도넘은 비방전···총수 결단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전기차 배터리를 둘러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패권싸움이 그룹 갈등으로 비화했다. 둘 중 하나는 분명히 지는 싸움이지만, 둘 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월 LG화학이 배터리 기술 침해 국제소송을 건 지 4개월 만에 맞소송에 나섰다. LG화학 뿐 아니라 LG전자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켰다. LG화학 측 소송이 핵심 전략기지로 삼은 미국 내 영업 중단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자, 이를 능가하는 타격을 주겠다며 내린 보복성 조치다. 결국 배터리 전쟁은 재계순위 3위 SK그룹과 4위 LG그룹간 대결로 확대됐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소송을 정당화하고 있다. 다만 기조는 다르다. LG화학은 후발업체가 경쟁사의 핵심기술 활용을 용인해 주면 산업 생태계와 국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SK이노베이션은 억울함을 풀기 위해 맞소송을 걸었다는 입장이다. 불가피하게 소송을 제기했지만, 협력해야 할 파트너 의미가 더 큰 만큼 대화로 풀어보자며 먼저 손을 내밀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타협 제안에 LG화학은 “기술탈취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배상할 경우 대화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사실상 소송전을 지속하겠다는 의미다.

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부랴부랴 중재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타전을 바라보는 업계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에 따라 패소하는 업체는 막대한 사업차질을 빚게 된다. 두 업체 모두 배터리 생산기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만큼, 지는 쪽은 완전히 새로운 배터리 생산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고, 만약 새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고객사를 납득시키기는 쉽지 않다.

승소 업체도 마냥 승리의 기쁨에 도취될 수 없다. 상대 업체의 ‘끝’을 봐야만 했냐는 비판이 쏟아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도태를 야기시켰다는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이번 소송전은 ‘팀킬’(TEAM KILL)에 가깝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한다지만, 수주 물량이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 확언할 수 없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생산업체인 노스볼트에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독일에 자체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테슬라도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중국 업체의 성장세도 위협적이다.

하지만 두 업체간 감정싸움은 이미 도를 넘었다. 치고받기를 반복하며 ‘끝까지 간다’식 비방을 주고 받은 만큼, 자체적으로 사태를 진압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얘기다. 현 상황에서 먼저 발을 빼는 쪽이 불리한 위치를 가져가기 때문에 소송전을 무를 수 없다.

결국 해답은 최고경영진인 총수끼리 담판을 짓는 것이다. 양측 총수 모두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공언해 온 만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직접 나선다면 사태는 한층 수월하게 마무리될 수 있다. 해외 소송에 따른 기술 유출과 국가 경쟁력 상실 우려는 단숨에 해소된다. 다달이 소송비용으로 빠져나가는 수십억원의 돈을 아끼는 것은 덤이다. 서로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보단, 공생할 때 기업 신뢰도와 경쟁력은 한층 높아질 터. 두 총수의 결단을 기대해 본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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