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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 전국 최고 한우맨 ‘우뚝’···무안 몽탄 ‘거기한우’

삼성맨, 전국 최고 한우맨 ‘우뚝’···무안 몽탄 ‘거기한우’

등록 2019.05.14 13:56

노상래

  기자

귀농 14년 만에 전남 서남권 유일 후보씨수소 선발 지난해 KPN 1444-올해 KPN 1498 선정...두 번째 경사

씨수소 KPN 1498을 생산한 어미 소와 고봉석(오른쪽), 박금옥(왼쪽) 씨 부부씨수소 KPN 1498을 생산한 어미 소와 고봉석(오른쪽), 박금옥(왼쪽) 씨 부부

무안군 몽탄면에서 ‘거기한우’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고봉석(61)·박금옥(60) 씨 부부가 전남 서남권에선 유일하게 한우 후보씨수소를 생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 삼성에서 근무하다 스스로 사직서를 쓰고 나와 귀농한 지 14년 만에 얻은 값진 결실이어서 고 씨 부부의 감회가 남다르다.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가축개량협의회 한우분과실무위원회를 통해 한우 후보씨수소 37두를 선발했다.

이번에 선발된 후보씨수소는 한우육종농가, 도축산기술연구소(강원, 경북, 충남·북, 전북도) 및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생산된 수송아지 약 4천 마리 중 유전체 정보 등을 활용해 선정된 우량 당대검정우 464마리를 증체 및 육질의 유전능력을 다시 검증해 선발한 상위 8%(37두) 이내 우수 개체다.

이처럼 까다로운 후보씨수소 선정에서 전남 서남권에선 유일하게 몽탄에서 ‘거기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봉석 씨의 KPN 1498이 선정됐다. 후보씨수소를 생산한 한우육종농가는 개량장려금을 한 마리당 1천만 원을 지원받는다.

고 씨의 후보씨수소 선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KPN 1444가 후보씨수소에 선정된바 있다.

고 씨가 생산한 후보씨수소의 정액은 후대검정농가에 보급돼 송아지 생산에 이용되고 24개월 후 성적이 우수하다고 평가되면 보증종모우가 돼 전국에 보급되는 우수 정액이 된다. 보증종모우가 되면 5천만 원의 장려금도 받는다.

우리나라 한우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고 씨 부부가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IMF 당시 회사로부터 버림받는 동료들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 버려지겠지’라는 생각에 귀농을 준비했다. 그리고 2005년 47세 나이에 국내 최고 기업 삼성을 스스로 나와 고향 몽탄에 ‘거기한우’ 농장 울타리를 쳤다.

이에 앞서 부부는 귀농을 준비하면서 전국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리스트를 만든 후 한 달 동안 유명하다는 한우농장을 모두 둘러봤다. 견학 결과 한우농사의 바탕이 되는 암소집단이 우수할수록 안정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알아내고 좋은 암소 만들기에 매진했다. 남들은 20~30년이 걸린다는 육종농가에 도전 8년 만에 진입했다.

하지만 같은 해 예기치 못한 소결핵이 발병하면서 사력을 다해 개량한 우수혈통 한우 150마리를 모두 살 처분해야만 했다.

한우도 인생도 포기할까 고민하던 그에게 “예순일곱까지는 한우를 키우려하지 않았느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 라고 아내 금옥 씨는 토닥였다. 다시 힘을 낸 고 씨는 시세보다 2~3배 비싼 가격으로 개량이 잘 된 소를 확보해 지금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에 주변인들은 “개량이 잘된 소의 분양은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해도 선뜻 나서는 이가 없다” 며 “그런데 고 씨가 분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축산 농가들이 외면을 할 수 없을 만큼 인심이 후한 것은 물론 성실근면한 모습을 봐온 탓도 컸을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 씨 부부는 2010년부터 주변농가 150여명(4,500여두)이 참여하는 학습조직 ‘황금한우영농조합법인’을 구성해 농가교육과 견학, 물품 공동구매, 암소 초음파 진단사업 등을 실시해 지역 축산농가와 함께 잘사는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무안군 한우 개량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고 씨는 한우 농가 소득 증대와 가축 시장 활성화를 위해 DNA 검사를 통한 친자 확인 사업을 추진할 것을 군에 제안했다. 친자 확인을 통해 우수혈통임이 입증되면 송아지 한 마리 당 30만 원 이상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NA검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두당 3만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투자 비용 대비 10배의 소득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고봉석 씨는 “무안군이 친자확인 사업만 정확히 실시해도 전국의 대상들이 무안으로 몰릴 것”이라면서 “행정과 농축협, 농가가 함께 고민하면 머지않아 ‘무안 한우’가 전국 최고라는 명성을 떨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노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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