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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9-05-10 07:05

‘키코, 10년 만에 새국면’‥윤석헌 금감원장, 묵은 갈등 풀어낼까?

금감원, 다음달 분쟁조정위원회 상정
4곳 조정안 마련…피해액 ‘1700억원’
학자 시절 소신 취임 후에도 이어져
‘불완전 판매’ 여부가 핵심 쟁점될듯
시중은행이 조정안 수용할지가 관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수면 위로 끌어올린 ‘키코(KIKO) 사태’가 10년 만에 다시 심판대에 오른다. 소비자 보호를 목표로 지난 1년간 금융감독 혁신에 주력해온 윤 원장이 묵은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키코 문제’를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한 뒤 이르면 상반기 안에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윤석헌 원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부터 피해기업을 중심으로 분쟁 조정 신청을 받았으며 4곳을 선정해 재조사에 착수했다. 이어 은행 측 입장을 듣는 동시에 법조계와 학계의 자문을 얻으며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해둔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도록 하는 파생금융상품이다. 2007~2008년 당시 많은 수출 기업이 가입해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이 상품엔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기업이 손해를 본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환율이 약정해 놓은 하한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계약이 무효가 되고 상한선 이상으로 오르면 기업이 약정 금액의 2배로 은행에 팔아야 한다는 옵션이 붙어서다.

때문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전후 환율이 요동치자 키코에 가입한 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폐업도 속출했다. 금융당국의 조사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 키코 계약 거래기업은 738곳, 손실은 총 3조2000억원(기업당 44억원)에 달했다.

이에 금감원은 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 등 4개사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안을 마련하면 은행과의 합의를 유도할 방침이다.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은 은행은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이다. 손실금액은 총 17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일부를 은행이 보상하라고 권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사안은 윤석헌 원장이 소신을 갖고 추진하는 주요 사안 중 하나다. 그는 교수 시절 키코가 ‘사기 상품’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고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혁신안을 내놓으면서도 피해기업에 대한 재조사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금감원장에 취임한 이후에는 서둘러 관련 조직을 꾸리고 조사에 착수하면서 엄정한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관건은 금감원 측이 키코 사태를 놓고 어떤 논리를 펴느냐다. 이미 금감원 검사와 검찰 수사 등 다양한 조사가 이뤄졌고 일부 기업은 은행을 상대로 소송도 걸었지만 2013년 대법원이 은행 측 손을 들어준 바 있어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은행이 소비자에게 장외파생상품 구조 안에 포함된 수수료 등과 ‘마이너스 시장가치’에 대해 고지할 의무가 없다는 게 당시 판결문의 요지였다. 따라서 윤 원장과 금감원으로서는 대법원 판결의 범주를 벗어난 논리가 필요한 처지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측이 ‘불완전 판매’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은행이 상품 판매에 앞서 손실 위험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렸는지 여부가 이번 분조위의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분조위가 보상 비율을 마련한다 해도 이를 은행이 받아들일진 미지수다. 조정안은 법적구속력이 없어 수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한 내 거부하겠다고 회신하면 그 효력은 사라진다.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분쟁조정이 이어진다면 은행으로서는 수천억원대 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수용을 꺼릴 것이란 게 업계의 조심스런 시각이다.

이에 대해 윤석헌 원장은 지난 3월의 첫 기자간담회에서 “엄밀히 말해 재조사는 아니며 키코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근 한 공식 석상에선 “분쟁조정위의 판단은 법원과 별개로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분쟁 해결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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