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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린 기자
등록 :
2018-11-07 15:40

수정 :
2018-11-07 15:44

韓 경제전망 갑론을박…“위기” vs “둔화”

정부·여당 “어렵다는 데 동의…위기란 표현은 과해”
전문가들 “경기 침체 넘어 실물 분야는 위기 상황”
KDI “위기로 보긴 어렵지만 문제는 굳어버린 저성장”

장하성 정책실장

우리 경제의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며 ‘경제위기론’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 그 정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경제지표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경제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정부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KDI는 6일 ‘KDI 경제전망’(2018년 하반기)을 통해 “한국 경제는 내수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질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실질성장률을 각각 2.7%·2.6%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올해 2.9%·내년 2.7%)에서 각각 0.2%포인트·0.1%포인트 내렸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잠재성장률이 2.7~2.8%로 형성돼 있다고 보는데, 내년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모습”이라며 “경기가 거의 정점을 지나면서 하향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또한 향후 국내 경제 전망과 관련해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인데, 한 5년 정도는 상당히 어려운 시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날 세종로 버텍스코리아에서 열린 ‘2019 한국경제 대전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유럽식 복지국가의 함정’을 뒤쫓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면서 “세계 자본주의가 퇴보하는 상황이고 한국 경제가 그 영향을 받고 있다. 내환보다 외우가 더 안 좋은 상황이 경계가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이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경기 둔화나 경기 침체라는 표현에는 동의한다”면서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표현은 과하다”고 주장했다.

장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과거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경제 위기라고 규정한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도였다”며 “(현재) 국가 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표현은 과한 해석이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일부에선 지금 경제 상황을 위기로 보기도 한다”며 “근거 없는 위기론이 국민 경제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에선 ‘경제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며,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경기가 확실히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는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선행 지표들이 나빠지고 있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의 모든 지표가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어 경기 침체를 넘어 실물 분야는 위기 상황”이라며 “금융시장은 일부 유동성 문제가 생기고 있고 대외 여건도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금융연구원 등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2.6%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다른 기관보다 낙관적인 전망치를 내놓는 한국은행 역시 내년 성장률을 기존 2.9%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과 언론이 ‘경제위기론’을 조장하고 있다며 장 실장의 주장을 옹호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위기를 조장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계속해서 경제정책이 실패했고 완전히 나라가 망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이게 보도되니까 경지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금 지표가 안 좋은 것은 시설투자와 고용인데, 시설투자 문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며 “실물지표도 수출이나 소비 관련 증가폭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때 추락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양호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가 어렵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위기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게 사실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 31일 기자들과 만나 “선행지표만 갖고 경기침체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다른 거시지표 상황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국감에서도 ‘국가부도 우려 위기인지’ 묻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김현욱 실장은 “지금을 경제 위기라고 보기 어렵지만 긍정적으로 보기도 힘들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제조업의 산업경쟁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규제개혁 등 경제활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진짜 문제는 경기 호황이냐 불황이냐가 아니라 그 경계마저 모호할 정도로 굳어져버린 저성장”이라며 “정부가 당장 경기 논란에 매몰돼 단기 부양책을 내놓기 보다는 재정을 활용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경제 전망이) 굉장히 안 좋지만 앞으로 한국 경제가 적응해 나가면서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여지를 뒀다.

이어 “이럴 때 정책 대응이 중요한데 ‘(경제)투톱’이 상호 갈등하면서 엇박자를 내서 밖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리더십이 취약한 상황 아니냐”면서 “연말 인사 조치를 봐야 한다. 어떤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하는지 봐야 할 것 같다”고 충고했다.

주혜린 기자 joojoo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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