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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10-24 16:55

삼성생명 “암보험금 지급 시간 더 달라”…정치권·금융당국 압박에 고심

금감원에 의견서 제출기한 연장 요청
일괄구제 사안 아니어서 지급 가능성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본사. 사진=삼성생명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 일괄 지급을 거부해 금융감독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입원치료 관련 암보험금 지급 권고에 대해서도 수용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하지만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전방위 보험금 지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암보험금은 일괄구제 사안이 아니어서 지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생명은 암보험 가입자 A씨에게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을 지급토록 한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결정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서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18일 개최한 분조위에서 A씨가 제기한 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삼성생명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으며, 추석연휴 이후인 이달 4일 삼성생명 측에 분조위 결정문을 발송했다.

삼성생명은 의견서 제출 기한 마지막 날인 이날 수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제출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삼성생명은 암수술 후 요양병원 입원은 면역력 강화나 연명치료를 위한 것이어서 직접적인 암 치료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A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A씨는 항암치료 과정 중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례로 금감원과 보험업계가 요양병원 입원 시에도 보험금을 지급키로 협의해 온 세 가지 기준 중 하나에 해당한다. 양측은 말기 암, 암수술 직후, 항암치료 기간 요양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보다 신중한 검토를 위해 의견서 제출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생명이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보험금을 지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 지급을 거부해 금감원과 정면충돌한 상황에서 암보험 가입자 1명에 대한 보험금 지급 권고까지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보험사 보험금 지급 요급 집회.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최근 금융당국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암보험금 지급 문제가 도마에 오른 점도 부담이다.

지난 12일 금감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삼성생명이 고객 몰래 직접치료라는 문구를 끼워 넣어 암보험 보험증권을 바꿨고, 주치의의 소견을 무시한 채 자문의의 의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무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당시 “금감원에서 완전히 방치한 것이다. 주치의 의견은 자문의 소견서로 무시되고 유령의사로부터 본인의 병을 진단받고 입원 필요성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라며 “의료기관도 아닌 금감원에서 문제가 생기면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다고 피해버리고 정보력 면에서 한참 열세인 환자들이 판례를 찾아서 일일이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에서 약관 정의가 모호해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의학적 측면이 아니라 약관 원칙이 무엇인지 재확인한 중요한 판례”라며 “가장 핵심적 판례가 있는데 왜 이런 식으로 대응하고 있나. 왜 보험사가 편을 드는 듯 한 행동을 하고 있나. 소비자들이 다시 한 번 고통 겪는 일이 없길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석헌 금감원장은 “암 환자들의 고통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금감원은 법원 판례를 중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판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겠지만 기본적으로 법원의 입장은 보험계약의 내용이 증권뿐 아니라 계약 체결 전후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판단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좀 들여다봐야 할 이슈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은데 (암 환자들을) 만나 뵙도록 하고 자세한 얘기를 듣겠다. 최선을 방법의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암보험금 지급은 즉시연금과 달리 일괄구제 사안이 아니라는 점도 보험금 지급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윤 원장은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8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암보험은 (즉시연금과) 다르게 하려고 한다. 치료 기간 등이 다르고 암 자체가 복잡해서 균일 상품으로 간주하기 쉽지 않다”며 밝힌 바 있다.

이번 분쟁조정 당사자인 A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유사 사례의 다른 암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일괄 지급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삼성생명 만기환급(상속만기)형 즉시연금 가입자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을 지급토록 한 분조위의 결정에 따라 모든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2012년 9월 즉시연금에 가입한 B씨에게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 연금을 지급했으나, 상품의 약관에는 연금 지급 시 해당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었다.

삼성생명은 올해 2월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해 B씨에게 과소 지급한 연금과 이자를 전액 지급했으나, 동일한 유형의 다른 가입자에게는 미지급금을 일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7월 26일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고 상품 가입설계서상의 최저보증이율 적용 시 예시 금액보다 적게 지급한 금액만 지급키로 했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24일과 27일 지급한 미지급금은 71억원(2만2700건)으로, 금감원이 일괄 지급을 요구한 4300억원(5만5000건)의 60분의 1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보험금 청구 소송비용 지원에 나선 금감원과 충돌했다. 삼성생명은 처음 소송을 제기했던 민원인이 분쟁조정 신청을 취하하자 다른 민원인을 상대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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