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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김상조는 판사출신 국장을 왜 업무배제시켰을까?

지철호 이어 유선주 국장까지⋯내부 갑질센터에 신고 접수
김상조 “결재 버튼 하나라도 누르면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
유선주, 법적대응 검토⋯“갑질 아니다, 근거 없는 업무배제”
정치권도 시끌…野 “권한남용” vs 공정위 “권한 따른 결정”

2018 공정위 국정감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공정위 내부 갑질신고센터에 유선주 심판관리관(국장)이 부하 직원에게 ‘갑질’을 했다는 다수의 신고내역이 접수됐다. 해당 국의 과장을 포함한 소속 직원 절반 이상이 최근 공정위 감사담당관실 내 갑질신고센터에 유 국장을 신고한 것이다.

10월 10일 이 사실을 접한 김 위원장은 유 국장을 따로 불렀다. 김 위원장은 유 국장에게 “이후 직무를 정지한다”며 “직무정지 명령에 따르지 않고 업무를 보거나 결재 버튼을 하나라도 누르면 명령 불복종으로 징계하겠다”고 말했다.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유 국장이 어떤 갑질을 했는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자 다음날 유 국장은 김 위원장에게 한통의 서류를 보냈다. 전날 김 위원장이 지시한 업무배제가 잘못됐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였다. 유 국장은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김 위원장이 내린 결정은 법에 근거를 두지 않은 자의적인 판단인만큼 ‘무효’라는 입장을 내비춘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공정위는 유 국장의 업무배제는 ‘갑질근절 대책에 의한 기관장의 권한에 따른 조치’라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유정욱 공정위 감사담당관은 “7월 정부가 발표한 ‘갑질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기관장으로서 판단한 것”이라며 “대책에 의하면 기관장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 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 국장의 법무대리인은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 등을 할 때는 처분사유를 적은 설명서를 교부해야 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 명령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직무배제’의 경우 국가공무원법 또는 시행령 등에 정해져 있는 징계처분이 아니기 때문에 자의적인 처분은 그 자체로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제기했다. 물론 자신은 갑질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유 국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공정위 국감에 증인으로 나섰다. 유 국장은“저는 기존의 관행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관행으로 유지되는 면담을 금지하는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새로 면담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 국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소회의 의원 논의를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표결결과를 회의록에 담고 녹음기록으로 남기는 지침 개선을 추진해왔다”면서 “이런 과정에서 지난 4월 사무처장이 저를 불러 이곳은 준 사법기관이 아니다. 잘 못 알고 온 것 같다. 일 안하고 있던지 알아서 판단하라고 한 뒤, 업무를 하나하나 박탈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부서)직원들이 하극상을 하도록 방치를 했다. 정상화시켜 달라 요청을 했다. 하지만 사무처장은 갑질을 했다면서 직무정지를 내렸다. 김상조 위원장이 지시했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다수의 갑질 신고가 있었기에 사실 확인을 위해 제 권한과 책임에 따라서 일시적이고 잠정적으로 한 것”이라며“공공부문 갑질 근절 대책과 관련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보면 피해자가 희망할 때 가능하다”고 답했다.

유 국장의 폭로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쟁점은 사건처리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발언내용과 표결결과를 회의록에 남기도록 하는 지침을 없애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앞서 재취업 문제로 불구속 기소된 지철호 부위원장을 업무배제 하면서 ‘월권’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지 부위원장은 검찰의 불구속 기소 이후 한 달가량 국회 보고 등 대외활동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매주 열리는 공정위 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김 위원장과 지 부위원장 간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공정위 퇴직관료들의 재취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압수수색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 대응을 두고 입장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 부위원장은 검찰 압수수색에 대해 공정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속고발권 폐지에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 위원장과 대립을 했던 두 사람 모두 업무배제 조치를 당하면서 권한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부위원장에 대한 업무배제는 위원장의 권한이 아닌 임명권자인 대통령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지 부위원장의 전원회의 참석을 배제한 것은 심의 권한 등 독립성을 침해한 조치란 견해도 있었다.

또한 유 국장에 대한 업무배제 조치는 무리한 처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을 만큼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조사 후 문제가 밝혀졌을 때 조치하면 좋을 텐데 (이번 직무정지 결정에)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갑론을박이 있다”고 전했다.

주현철 기자 jhch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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