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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06-08 00:01

취임 한달 맞은 윤석헌 금감원장 ‘정중동’ 행보…‘식 브라더스’ 낙마 의식했나

취임 후 한달여만에 협회장 간담회
2주간 세 차례 간담회 김기식 대조
금융권 채용·영업관행 개선 등 강조
7월부터 본격적인 행보 시작될 듯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진행된 6개 금융협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역대 세 번째 민간 출신 금융감독원장인 윤석헌 원장은 취임 후 한 달간 특유의 호랑이 기질을 숨긴 채 보폭을 최소화했다. 앞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다 잇따라 불명예 퇴진한 전임 원장 2명의 낙마 사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면서도 금융권의 채용·영업관행을 강하게 질타하는가 하면,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갈등에서는 날을 세웠다.

윤 원장은 취임 5주차인 지난 4일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여신금융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6개 금융협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는 윤 원장이 지난달 8일 취임 이후 처음 개최한 업계 간담회였다. 취임한 지 한 달여만에야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윤 원장은 앞서 지난달 18일 취임 후 첫 공식 대외 행사인 ‘2018년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했으나, 이 회의의 경우 각 금융업권의 최고경영자(CEO)와 각계 외부 자문위원들이 뒤섞인 자리였다.

윤 원장이 취임 후 한 달간 주재한 공식 행사는 금융협회장 간담회와 금융감독자문위 전체회의가 전부다.

윤 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취임 후 불과 2주간 세 차례에 걸쳐 업계 사장단과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한 김기식 전 원장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김 전 원장은 취임 첫 주부터 불거진 각종 논란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증권사,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CEO들을 잇따라 만났다.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 경우 삼성증권의 배당사고에 따른 뒷수습 성격이 강했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다른 업권 수장들을 불러들였다.

단순히 대외 행보만 놓고 보면 “늑대(김기식)를 피하려다 호랑이(윤석헌)를 만났다”던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말이 무색하다.

금융권 안팎에서 윤 원장이 앞서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전임 원장 2명의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취임 초 일정을 최소화해 신임 금감원장의 행보에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고 공격적인 발언이나 행동으로 인한 논란의 여지를 차단했다는 해석이다.

직전 금감원장인 김기식 전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이 주관한 외유성 해외출장과 더미래연구소 후원 논란에 휩싸여 취임 2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금융권 저승사자’의 귀환으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던 김 전 원장은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 원장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집중공격 타깃이 됐다.

전임 원장인 최흥식 전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하나은행 채용에 지원한 친구 아들을 추천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취임 6개월만에 낙마했다. 최 전 원장은 재임 당시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밀어붙이면서 하나금융 등과 대립각을 세웠고 채용비리 검사와 관련해 표적검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대학 교수 재직시절 학교 측에 보고하지 않고 다수 기업의 사외이사를 겸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도 대응이나 해명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 수습과 삼성증권 배당사고,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 등 현안이 산적한 탓에 한 달이란 시간은 윤 원장이 발톱을 드러내기에 부족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 원장은 이러한 현안과 관련해서는 강경한 목소리로 분명한 소신과 개선 의지를 밝혔다.

윤 원장은 금융협회장 간담회 당시 “지난해부터 계속된 금융권에 대한 채용비리 검사에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관행이 다수 드러났고, 이로 인해 금융사 임직원들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매우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그동안 금융권의 채용관행은 달라진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자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서는 “금융사의 영업행위 대한 감독, 검사 기능을 강화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영업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금융사가 단기성과에 집착해 불완전판매 등으로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하거나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특히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치 사전통지 사실을 공개한 금감원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그건 그쪽 생각이고 저희는 나름대로 대처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금융권에서는 6·1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는 7월부터 윤 원장의 행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는 금융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의 계열사간 출자, 내부거래 등 위험을 통합 감독하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모범규준 최종안을 확정하고 7월부터 시범 시행할 예정이다.

윤 원장은 앞으로 금융업권별 CEO들과 순차적으로 만나겠다는 뜻도 밝혀 이르면 이달 말부터 상견례를 겸한 간담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윤 원장이 취임 직후 강조했던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도 주목된다. 개혁·진보 성향의 금융·경제학자 출신인 윤 원장은 과거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와 금융위원회의 권한 축소를 주장해왔다.

윤 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그동안 국가 위험 관리자로서 금감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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