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도입 1년, 암 진단 후 서울 대형병원 가는 경우 대폭 줄어, 다학제 진료 환자중심 시스템으로 병원 및 의료진 신뢰도 높아져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4월 대구최초로 암환자에게 최적화된 치료계획을 세우는 인공지능 프로그램(Watson for Oncology)를 도입했다.
IBM이 개발한 왓슨은 전 세계 의학저널과 교과서, 그리고 논문 등을 분석해 환자에게 최선의 진단과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고석봉 교수는 왓슨 도입으로 인한 가장 큰 장점으로 ‘다학제 진료’의 활성화를 꼽았다.
왓슨 도입 이전에 암진단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담당교수 1,2명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계획을 세웠으나, 왓슨 도입 이후에는 다학제 진료가 시행되어 병리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과종양학과, 핵의학과, 담당과 등 적어도 5~6 분야의 전문의가 함께 참여해서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그 결과를 왓슨 프로그램에 입력하여 왓슨의 최적화된 치료계획을 확인하고, 이와 불일치할 경우 재협의에 들어간다. 이 자리에는 환자와 보호자도 함께 참여하여 환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최종 치료방향을 결정한다.
전 세계 의료계에서 쏟아지는 첨단 치료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왓슨은 환자의 병력과 나이, 암병기 등에 따라 최적의 치료방법을 제시해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한다.
왓슨은 해당 환자의 치료방침을 ‘강력추천’ ‘고려’ ‘비추천’ 등으로 제시하며, 환자에게 필요한 항암약물, 수술, 방사선치료, 약물에 대한 부작용까지 자세한 내용을 제시한다.
고석봉 교수는 “대개 처음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큰 충격으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한 사람의 교수에게 설명을 들을 경우 ‘서울의 더 큰 병원에 가서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지만, 왓슨 프로그램의 추천과 전문가그룹과의 토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깊은 신뢰가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77세 여자 환자는 소화불량과 질출혈의 증상으로 개인병원에서 자궁경부암이 의심되어 대구가톨릭병원을 찾았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 결과 복막에 암세포가 보였고, 폐에도 의심소견이 있었다.
즉시 다학제 진료가 열렸다. 산부인과,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대장외과, 핵의학과 등 5~6명의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였다. 긴 협의 끝에 폐의 전이는 명확치 않다는 결론을 짓고 산부인과 전문의와 대장외과 전문의가 함께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결과 최종적으로 난관암으로 진단되어, 수술 후 항암 치료가 빠르게 진행됐다.
고석봉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왓슨 프로그램과 다학제 진료 덕분에 짧은 시간에 최적의 치료방법을 결정할 수 있었으며,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호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같이 모여서 토의하고 그 결과를 인공지능과 다시 한 번 협의하는 시스템이,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진단과 치료방법에 대한 확신과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왓슨의 장점이며, 이로써 지난 4월 이후, 서울로 가는 환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는 많은 부분, 환자중심으로 진료시스템이 바뀌었음을 입증한다.
예전에는 환자나 보호자가 질병의 상태나 치료방법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방법이 담당의사 1명에게 제한되어 있었으나, 왓슨 도입과 다학제 진료 이후,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적용과 전문가그룹 토의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모든 의문점을 한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년간(2017년 4월 17일~2018년 4월 16일)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시행한 왓슨 건수는 총 258건이며, 이중 88%가 왓슨과 의료진의 의견이 일치했다.
불일치 경우는 대개 위암 등 소화기 계통의 암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에 많이 발생하는 암의 경우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데이터 중심으로 이루어진 왓슨이 서양인에게 흔히 발생하지 않는 소화기계통의 암에 대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고가의 항암제를 쓰는데 있어서 왓슨이 추천하는 항암제가 한국보험공단에서 인정하지 않는 치료약일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환자의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진의 추천에 따라, 한국의료보험공단에서 인정하는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다른 항암제로 대체한다.
지난 1년간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의 왓슨 진료건수는 대장암이 95건, 유방암 39건, 부인생식기암(난소, 자궁경부) 38건, 직장암 37건, 폐암과 위암 23건 순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왓슨은 오늘도 진화하고 있다. 왓슨이 진료 가능한 암 종류는 지난해 4월 도입 시기에 6종이었던 것이 1년 만에 13종으로 증가했고 지금도 빠르게 업데이트 되고 있다.
최근 서울 대형병원에서도 왓슨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국형 암에 대한 데이터를 보완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고 교수는 “어떤 형태이든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PM)와 맞춤의료(personalized medicine)는 4차산업혁명시대 의료서비스의 대세이며, 미래의료의 초석이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에는 인공지능 정밀의료 시스템으로 암환자뿐 아니라 유전적 이상 유무를 진단해 개인에게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예측할 수 있으며, 이 같은 개인의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맞는 맞춤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는 왓슨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추가비용부담은 없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 도입으로 인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다학제 진료로 의료진들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해 보인다.
대구 강정영 기자 newswaydg@naver.com
뉴스웨이 강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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