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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등록 :
2018-05-06 09:00

이주열 “갈수록 물가 오를것”…하반기 기준금리 인상에 무게

“금리 결정시엔 현재보다는 장래의 물가를 더 우선”
“남북 경협 확대 가능성에 중앙은행의 역할 작아”

제21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저녁 마닐라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은 총재가 하반기 물가전망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 하반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21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한 이 총재는 4일 저녁 마닐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최근 물가가 1% 초중반 수준이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6%)이 확대된 데 대해서는 “물가 전망이 바뀐 것은 없다”며 크게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그는 “통화정책에 있어서는 6개월 또는 1년 후의 물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물가 오름세 둔화로 기준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진 가운데 금리 인상의 의지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설명회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리 결정시엔 현재보다는 장래의 물가를 더 우선한다”는 설명과도 결을 같이한다.

최근 1분기 전년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1.0% △2월 1.4% △3월 1.3%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 상승률은 지난해 상·하반기 각각 1.6%, 1.5%에서 1분기 1.3%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최근 낮은 물가 지표 탓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늘었던 바 있다.

최근 오름폭을 확대하고 있는 유가에 대해서는 “수요도 늘고, 감산 연장 가능성과 일부 지정학적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유가가 올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경제에 성장과 물가를 큰 폭으로 수정해야할 만큼 그렇게 더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외식비가 급등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수요측 압력 크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려면 수요가 뒷받침해 줘야 한다”며 “수요측 압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는 결국 비용쪽 압력을 업주가 부담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임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장 몫으로 금통위원 후보로 추천된 임지원 JP모건체이스은행 서울지점 수석본부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총재는 “20년 동안 이코노미스트로서 경제 현안을 분석·예측해 왔다”며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통화당국의 메시지가 어떤 의미를 갖고, 시장과 어떻게 교감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이해가 깊을 것으로 본다”며 “여성이라는 점도 다양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통위원은 추천기관이나 특정 집단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시경제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며 “그동안 금통위를 주시하고 평가하다가 입장이 달라지면 본인도 상당히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남북 정상회담 이후 제기되고 있는 남북 경협 확대 가능성과 관련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남북경협 과정에서 물품대금을 원활하게 지급하면서도 군사적 사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된 ‘개성페이’에 대해서도 “아직은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북한경제실을 중심으로 북한 연구는 적지 않게 해왔다”며 “통일 관련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특히 통화제도나 외환관리와 관련된 연구 많이 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북한이 개방하고 어느 정도 시장경제 원리를 받아들이게 되면 예를 들어 통계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급결제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현재로서는 북한연구 조직을 추가로 만들거나 인원 확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한국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고용 부진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총재는 “4차 산업혁명도 고용에는 상당한 부담 줄 것”이라며 “없어지는 일자리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쇼핑업체들이 소매점을 대체하면서 유통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추는 ‘아마존 효과’에 대해서도 “개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물류혁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고용 안정성이 저하되는 것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총재는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로는 공장 해외 이전, 기술혁신, 물류 혁신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도 상당히 크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고용 문제의 해법에 대해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며 “특히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그러나 통화정책 목표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외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기준금리가 주요 정책수단인 상황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에 고용까지 포함하면 목적간 상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수정 기자 chri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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