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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기자
등록 :
2018-04-10 09:29

수정 :
2018-05-16 17:36

[중견그룹 보스상륙작전-사조그룹①]오너3세 주지홍 상무, 세금 한 푼 안내고 승계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한 푼 안내고 그룹 승계
주식으로 상속세 납부…가치 떨어지자 재매수
36개 계열사 거느려…자산 규모만 3조5천억대

국내 자산 1조~5조원 사이의 중견기업을 살펴보면 규제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편법이 만연하다. 세금 내지 않고 편법으로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거나, 공정한 경쟁보다 계열사끼리 내부거래를 통해 쉽게 ‘부(富)’를 늘리는 기업들이 상당하다. 재벌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회사가 총수 일가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을 넘는 계열사와 200억원 또는 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경우 규제를 하고 있다. 반면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기업의 지배주주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지속하는 이유는 상속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쉽기 때문이다. 편법 상속이 판을 치다보니 ‘원칙 지키는 기업은 바보’ 소리를 듣기까지 한다. 매출의 100%를 내부 거래하는 극단적 기업도 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는 용납이 안되고 중견·중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봐주는 것은 아니다. 영향력의 차이일 뿐이다.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편법’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견 기업들을 차례로 살펴본다.


◇사조그룹, 편법승계 적나라하게 보여줘 =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 한 푼 안 내고 매출 3조원의 그룹을 승계한 사조그룹은 ‘편법증여’의 판박이다.

사조는 3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3조원대 기업이다. 사조그룹은 우리나라 원양어업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참치캔, 맛살, 어묵, 식용유 등을 팔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친숙하다. 원양어업이 전체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식품쪽인데 현재 상장 법인만 여섯 개다. 사조 산업, 사조 해표, 사조 오양, 사조 대림, 사조 시푸드, 동아원 등이 상장했으며 비상장사가 29개 가량이다. 해외 법인까지 합쳐 자산 규모는 3조 5000억원에 이른다.

경영권은 창업주 2세인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9)이 갖고 있다. 지분으로 보면 주 회장의 장남 주지홍 사조그룹 상무(41)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30대에 3조원대 기업을 물려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주 상무는 3조 기업을 물려받으면서 세금은 원칙대로 냈을까? 아니다. 한 푼도 내지 않았다. 3조짜리 회사를 세금 한 푼 안내고 ‘꿀꺽’ 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상속 및 증여는 사실상 불로소득에 가까워 그 규모가 30억원이 넘으면 세율이 50%로 높다.

사조에서 핵심 기업은 사조산업이다. 매출도 가장 많고 대부분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즉 사조산업의 최대 주주가 되면 사조 전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조산업의 최대 주주는 주 상무의 아버지 주 회장이었다. 원칙대로 하자면 아버지 주식을 아들인 주 상무가 물려받으면 된다. 문제는 천문학적 세금이다. 주 회장 부자는 수백억원의 세금을 내는 대신 편법을 선택했다.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아닌 사조시스템즈라는 계열사(23.75%)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을 하는 비상장사로 대부분 계열사 일감으로 매출을 올린다.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39.7%),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8·13.7%)이다. 주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분만 봤을 때 이미 3세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 12월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년 만에 23.75%로 껑충 뛰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식 매입에 약 480억원을 썼는데, 매입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했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자본금이 2억7000만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56~91%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0년 57억에서 지난해 318억원으로 6년 사이 6배가량 늘었고, 자산도 같은 시기 241억원에서 1541억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주 상무가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았다면 240억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3조원대 그룹을 세금 한푼 들이지 않고 지배하게 됐다. 전형적인 ‘편법승계’다.

◇현금 대신 비상장주식으로 상속세 납부 = 주지홍 사조그룹 상무는 2015년 9월 비상장사인 사조시스템즈의 주식 17만2300주를 국세청에 물납했다. 2014년 7월 동생인 주제홍씨가 사고로 급작스럽게 숨지면서 그가 보유 중이던 사조시스템즈 주식 53.3%를 상속, 비상장주식을 상속세(30억원)로 낸 것이다.

주 상무는 임원 급여를 받아왔고 사조산업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세 납부 때 현금 마련이 어려운 경우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상속·증여세법의 허점을 이용했다.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이나 현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어렵고 가치 하락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기재부가 공매를 통해 사조시스템즈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5번이나 유찰됐다. 결국 30억원에 달하던 가격을 27억원대로 낮추자 사조시스템즈가 매수했다. 주지홍 상무는 현금 한 푼 안 내고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로 등극했고 세금으로 냈던 주식도 회삿돈을 이용해 자사주로 만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편법승계라고 지적했다. 법의 사각지대를 활용해 비상장주식과 회사돈을 활용, 경영권을 거머쥔 것이라는 평가다.

사조의 승계과정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재벌 대기업이 주로 써먹었던 수법이다. 삼성, 현대차, SK, 한화 등은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시스템통합이나 물류 등을 맡는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승계 자금을 마련하거나 지배구조의 정점으로 올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약 20년 전 대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편법 상속의 물꼬를 트고, 이를 중견그룹이 뒤따라가는 모양새라며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dw0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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