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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 기자
등록 :
2018-03-27 15:53

수정 :
2018-03-28 16:17

10대 보험사 ‘어용 이사회’…7곳 의장에 非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중 사외이사 3명뿐
지배구조법 사외이사 선임 원칙
효율성 이유로 대표이사에 맡겨
사외이사 추천하고 보수도 정해

2018년 주요 보험사 이사회 의장 선임 현황. 그래픽=박현정 기자

올해 국내 10대 보험사 중 7곳의 이사회 의장직을 현직 대표이사와 오너 등 비(非)사외이사가 차지했다.

회사를 경영하거나 소유한 이들에게 감시자 역할을 맡겨 사실상 ‘어용(御用) 이사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NH농협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상위 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이사회 의장 10명 중 사외이사는 3명이다.

각 업계 1위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김준영, 박대동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김 이사는 행시 14회 출신으로 성균관대 총장을 역임했다. 박 이사는 행시 22회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거쳐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미래에셋생명도 처음으로 언론인 출신의 김경한 사외이사에게 의사봉을 맡겼다. 김 이사는 방송사 경제부장을 거쳐 현재 한 언론사 대표로 재직 중이다.

나머지 7개 보험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경영진 또는 오너가 이사회 소집과 운영에 관한 권한을 틀어쥔 셈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사의 이사회는 매년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도 의장으로 선임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사유를 공시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 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이 점을 이용해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혔다.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핑계로 감시망을 피해가고 있다.

각 업계 2위권 대형사인 교보생명과 현대해상의 각각 오너인 신창재 회장, 정몽윤 회장이 이사회 의장이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 주식 33.78%, 정 회장은 현대해상 주식 21.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대표이사인 신 회장의 경우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보수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에 관여하는 것은 물론 자신의 보수도 직접 정하는 셈이다.

현대해상은 정 회장이 의사봉을 잡고 오른팔, 왼팔 격인 공동 대표이사 이철영 부회장에게 위험관리위원회, 박찬종 사장에게 임추위 위원을 맡겼다.

양대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과 김정남 DB손해보험 사장도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한다. 차 부회장과 김 사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돼 나란히 4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이사회 내 총 6개 위원회 중 사내이사 2명으로만 구성된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양종희 사장, 김용범 부회장이 이사회 의사봉을 잡았다.

양 사장은 지난해까지 리스크관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나, 올해는 리스크관리위원회에만 참여하기로 했다.

김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지주회사인 메리츠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직도 겸직한다. 김 부회장 역시 임추위 위원으로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을 행사한다.

이 밖에 농협생명도 대표이사인 서기봉 사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해당 보험사들은 산업과 회사에 대한 이해도,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이사회 의장 선임 관행을 고집하고 있다.

DB손보는 이사회 의장 선임 공시를 통해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지배구조 관련 제도 변화 등에 적시 대응하기 위해 회사에 대한 높은 이해와 실행력을 갖춘 김정남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원활한 이사회 소집과 효율적인 이사회 운영을 위해 사내이사인 김용범 대표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며 “업무 집행 관련 전문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추진 등 이사회 운영과 관련된 여러 측면을 고려할 때 사내이사를 선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경영자와 감시자가 동일한 비정상적 이사회 구성은 이사회의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보험사들이 선임 사외이사 선임을 명분으로 법망을 피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다”며 “조직과 경영을 감시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객관적 시각과 자격을 갖춘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영 기자 j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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