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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내 성추행 폭로···“젊은 여자만 보면”

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내 성추행 폭로···“젊은 여자만 보면”

등록 2018.02.07 10:23

김선민

  기자

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내 성추행 폭로. 사진=JTBC 뉴스룸최영미 시인, ‘괴물’로 문단 내 성추행 폭로. 사진=JTBC 뉴스룸

문단 내 성추행을 고발하는 시 '괴물'로 뒤늦게 주목을 받은 최영미(57) 시인이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낱낱이 폭로했다.

최영미 시인은 이날 '뉴스룸'에서 '괴물'을 쓴 계기에 대해 "잡지사로부터 페미니즘 특집이니까 관련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며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 누구를 써야겠다 하고 쓰지만, 시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막 들어온다.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을 기반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 작품은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로 실명이 언급된 원로 시인은 이날 한겨례와의 통화에서 "아마도 30여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가 이를 언급하자 최영미 시인은 "그 문인이 내가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상습범이고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데뷔할 때부터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목격했고 대한민국 도처에 피해자가 셀 수 없이 많다"고 반박했다.

또 문단 내 성폭력 문제에 관련해선 "내가 등단할 때 일상화돼 있었다. 첫 시집을 1994년에 내고 문단의 술자리에 많이 참석했는데, 그때 목격한 풍경은 놀라울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문단이 이런 곳인 줄 알았다면 내가 여기 들어왔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본 여성 문인이 이를 문제 제기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최영미 시인은 주장했다.

최영미 시인은 "어떤 여성 문인이 권력을 쥔 남성 문인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하면 뒤에 그들은 복수를 한다. 그들은 문단의 메이저 그룹 출판사, 잡지 등에서 편집위원으로 있는데, 자신의 요구를 거절한 (여성) 문인에게 원고 청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이 나와도 그에 대해 한 줄도 쓰지 않고 원고를 보내도 채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녀들의 피해가 입증할 수도 없고 '작품이 좋지 않아서 거절한 거예요'라고 말하면 하소연할 곳도 없다는 것이다. 그녀는 작가로서 생명이 거의 끝난다"고 털어놨다.

최영미 시인은 지난해 계간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이 오랜만에 받은 시 청탁이었다면서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빚어진 일이었냐는 손 앵커의 질문에 "관계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영미 시인은 "내가 거절한 요구가 한두 개가 아니고 한두 문인이 아니다. 30대 초반으로 젊을 때 문단 술자리에서 내게 성희롱, 성추행을 한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수십 명이었다. 그런 문화를 방조하는 분위기,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내가 그들의 성적인 요구를 거절해 복수한다면 그들은 한두 명이 아니고 아주 여러 명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특히 독신의 젊은 여성들이 타깃이 된다"며 "이런 상황들은 일일이 제가 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많다"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은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고발로 시작된 '미투'(Me Too·성폭력 피해고발) 확산으로 최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해당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빡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Me too(미투)/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한편, 앞서 최영미 시인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추행에 대해 먼저 언급했다.

최영미 시인은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어 "뉴스 보며 착잡한 심경이다.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라고 전했다.

최영미 시인은 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내 뒤에 아무런 조직도 지원군도 없는데 어떻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말했다.

최영미 시인은 1992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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