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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희 기자
등록 :
2018-01-29 11:14

수정 :
2018-01-29 16:35

이재용 선고 일주일 앞…해외선 “희생양· 경제 악영향” 우려 목소리

오는 2월 5일 항소심 선고 공판 열려
묵시적 청탁‧포괄적 현안이 핵심쟁점
해외선 “이 부회장 실형 땐 경제 악영향”
“박 전 대통령 유죄 위한 희생양” 목소리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리는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선고가 일주일 뒤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다음달 5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진행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일 때 가능하다. 1심에서 5년형을 받은 이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실형 선고를 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쟁점은 ‘묵시적 청탁’과 ‘포괄적 현안’ = 원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 5가지에 대해 4개 혐의를 일부 유죄로 결론 냈다.

이 가운데 승마지원과 동계스포츠센터 후원금은 뇌물죄로 인정했지만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은 무죄로 봤다.

1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면서도 포괄적 현안에 관련해서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직무집행과 관련해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부정한 청탁을 했는데, 이것들이 묵시적인 청탁 관계를 이룬다는 뜻이다. 다만 원심 재판부는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이 부회장은 수동적으로 응했다는 모호한 결론을 내렸다.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 변호인측은 기업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이 이루어진다면 현안을 가지고 있는 모든 기업들이 뇌물 공여 대상이 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현안이 없는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변호인은 “개별 현안에 대하여 청탁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하고서도 ‘포괄적 현안에 대하여’, 그것도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하였다’고 판단한 제1심 판결은 공허한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의 후원이 당초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었고 실제로 박 전 대통령에게 귀속된 이익은 전혀 없다는게 삼성측의 주장이다. 결국 공무원에게 뇌물이 귀속되어야만 성립하는 ‘단순수뢰죄’에 대응하는 ‘뇌물공여죄’가 성립되지 않는 셈이다.

◇특검의 공소장 변경, 변수되나 = 관건은 특검의 공소장 변경이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출연금 역시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제3자뇌물가 아닌 직접뇌물로 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직접 뇌물로 법리를 구성하면 이 부회장 측이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항소심 동안 특검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넨 ‘부정한 청탁’의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오히려 재판 과정에서 반대의 경우가 드러나기도 했다. 2014년 9월15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1차 독대 이후 같은해 11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이 좌절 됐다. 2016년 2월 15일 3차 독대 다음날에는 삼성 측이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 주식 처분 유예기간 연장에 실패했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관계자들은 “청와대나 삼성 관계자로부터 어떤 압력도 받은 적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인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7월 독대 이전에 모두 완료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선 우려 목소리…실형 땐 “경제에 악영향” = 그동안 해외 정치‧경제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이 실형을 받을 경우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조지 앨런 전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상원의원은 27일(현지 시각) 뉴스위크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삼성의 한국 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생각하면, 이 부회장을 실형에 처하는 것은 삼성의 경영진뿐 아니라 한국 정치·경제 전반에 파장을 남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슬린 레이튼 미국기업연구소 객원연구원 역시 26일 포브스에 올린 기고문에서 “뇌물죄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나오지 않았으나 법원이 의도를 추정하고, 가정에 기반을 둬 유죄를 선고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회 참여한 바 있다.

일본의 경제 칼럼니스트 카타야먀 오사무도 12일 일본의 온라인 매체 ‘블로고스’에 올린 글에서 “이 부회장의 장기 구속이 이어지면 삼성의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고, 한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견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1월 라 트리뷴은 경제학자 가브리엘 지메네스 로슈가 쓴 ‘재벌 : 원하지 않는 것을 없애려다 소중한 것까지 잃지 말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이재용은 정부가 뇌물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재판을 받은 후 부패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에 근거해 유죄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재용은 명확하게 부패 혐의가 증명되지 않은 채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았다”며 “차기 정부의 적법성에 도움을 줄 박근혜의 유죄 판결을 위해 희생돼야만 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포브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당성과 정책은 공정하고 사실에 기반한 재판이 아니라 전임자의 유죄 판결에 의존하며 이 부회장의 유죄 판결은 이를 위한 필요 요건”이라며 “한국의 사법 제도는 실력주의 체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으며, 미국의 의회에서와 유사하게 법관들도 정치권의 우선순위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이 부회장은 무죄를 선고받았을 것”이라며 “이번 재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구체적 대가를 위해 지원을 제공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재희 기자 han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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