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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등록 :
2016-06-21 09:19

[위기의 롯데]‘유통왕국’ 롯데 아성 ‘붕괴 위기’

‘그룹 기둥’ 유통 사업 줄줄이 흔들려
롯데쇼핑 주력 사업 역성장에 적자전환
홈쇼핑은 행정제재…협력사 불만 폭발
면세점 사업 권토중래도 사실상 불투명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 포착으로 압수수색 중-신동빈 회장 자택,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17곳.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검찰이 10일 밤 늦게까지 롯데그룹 본사와 계열사 등 17곳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벌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그룹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이날 오전 8시쯤 롯데그룹의 비자금 조성 정황을 포착하고 서울 중구 롯데호텔 본사와 계열사 7곳, 신동빈 회장 자택과 일부 임원 주거지 등 17곳을 압수수색 했다.

유통왕국으로 수십년간 아성을 지켜온 재계 5위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력 사업이 역성장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홈쇼핑, 면세점 등 사업이 줄줄이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그룹마저 비자금 조성 수사로 초토화 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성장 정체 빠진 백화점·마트=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은 소비 침체와 업계 전반의 성장세 둔화로 저성장 늪에 빠져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이 2006년 증시 상장 후 처음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29조127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27.8%나 줄어든 853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3461억원의 대규모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국내 소비 침체로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 경기 둔화로 해외 사업 부문까지 부진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사업부는 매출이 전년(8조437억원)보다 소폭 감소한 8조32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4.8%나 줄어든 5131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등 할인점도 매출은 전년(8조20990억원)보다 조금 늘어난 8조3237억원을 올렸지만 61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특히 국내 사업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1%나 줄어들면서 타격이 컸다.

지난 1분기에도 백화점과 할인점 사업 모두 역신장 했다. 백화점 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9783억원, 14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씩 줄었다. 할인점 사업의 매출은 2조137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20억원으로 집계돼 무려 79.8%나 줄어들었다.

여기에 롯데마트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까지 연루되며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마트는 2006∼2011년 자체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41명(사망 16명)의 피해자를 냈다. 이 사건으로 당시 영업본부장을 지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구속되며 제2롯데월드 사업까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롯데홈쇼핑 협력사 항의방문 및 피켓시위.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홈쇼핑 재승인·해외사업 논란=롯데홈쇼핑은 ‘프라임타임 6개월 영업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악재를 만난 데 이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과 연루됐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 임직원 범죄사실을 축소한 서류를 제출한 것이 적발되면서 최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6개월간 하루 6시간(오전 8~11시·오후 8~11시)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시간은 판매량이 최고조에 달해 ‘프라임타임’으로 불리는 황금시간대로, 롯데홈쇼핑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올해 취급고가 5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 중단으로 인해 협력업체의 반발도 심각한 상황이다. 롯데홈쇼핑에 입점해있는 협력사들은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난 15일 롯데홈쇼핑 본사에서 침묵 시위 후 강현구 대표와 직접 면담하는 등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수사가 시작되면서 사업권 재승인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도 재조명 받고 있다. 임직원 범죄 사실을 누락하고도 사업권을 다시 받은 점, 결격 사유가 있는 심사위원들이 재승인 심사에 참여한 점 등으로 롯데홈쇼핑과 미래부 공무원 사이의 유착이 있었다는 의심을 불렀다.

뿐만 아니라 롯데홈쇼핑이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를 인수했던 과정에 대해서도 비리 의혹이 제기된다. 럭키파이를 적정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해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롯데그룹은 2010년 페이퍼컴퍼니 LHSC를 세워 럭키파이를 인수했다. 롯데쇼핑홍콩지주와 롯데쇼핑,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를 통해 LHSC에 1900억원 가량을 투자하는 방식이었다. 롯데홈쇼핑은 지분 24.03%를 보유했으며 지난해 관련 손상차손만 24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열린 롯데면세점 노동조합 월드타워점 사업권 박탈 규탄 기자회견.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면세점, 오너리스크에 사업권 날릴 위기=‘권토중래’를 다짐했던 롯데면세점마저 또 한 번 ‘오너리스크’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연매출 5000억원에 달하는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었다.

최근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를 추가하기로 하면서 ‘0순위’ 후보로 꼽혔지만 사내이사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 로비에 연루된 정황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모기업인 호텔롯데가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어 면세점 재탈환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최근 잇딴 검찰 수사로 인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돼 롯데면세점은 해외 사업 확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 후 재원 중 총 1조7930억원을 해외 호텔 및 리조트, 면세업체 인수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상장이 무산되면서 ‘세계 1위 면세점’을 목표로 최근까지 진행 중이던 1조7000억원 규모의 미국 면세점 인수 협상마저 불발되고 말았다.

롯데그룹은 유통을 바탕으로 성장해 대부분의 유통사업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 재계 5위까지 오른 기업이다. 그 만큼 유통 사업이 롯데의 전체 사업에서 상징적 의미를 차지하는 만큼 앞으로의 대안이 중요할 전망이다.

정혜인 기자 h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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