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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 기자
등록 :
2016-03-12 08:00

[인터뷰]‘널기다리며’ 김성오 “배우에게 연기란 행복이죠”

김성오 / 사진=이수길 기자


배우 김성오는 온몸으로 배역을 입은 탓에 종종 훈장이 생긴다.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성오는 어깨 수술을 마쳐 깁스를 한 상태였다. 거대한 깁스를 두른 그는 사진 촬영까지 진행하며 예정된 일정을 꾹꾹 소화했다.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언론시사회 당시 김성오는 깁스를 하고 나타나 기자들을 놀래켰다. 그런데 굉장히 익숙한 장면이다. 지난해 진행된 드라마 ‘맨도롱또똣’ 제작발표회에서도 그랬다. 그는 제주도 로케이션으로 진행된 촬영 도중 자전거 안장에 발을 부딪히는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며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그렇게 김성오는 만날 때마다 아픈 모습이다. 김성오는 ‘널 기다리며’ 촬영을 마친 후 ‘맨도롱 또똣’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당시 김성오는 굉장히 마른 모습으로 제작발표회 현장에 등장해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김성오가 그릴 연쇄살인범 역할이 더 기대되었다. 김성오는 온몸으로 배역을 입는다.

“‘널 기다리며’ 마지막 장면 촬영을 하는데 등을 발에 밟히는 장면을 찍던 도중 팔에 통증을 느꼈어요. 마치 용광로에 팔이 빠지는 느낌이었죠.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어요. 뜨겁더라고요. 마음속으로 ‘아 이거 큰일났구나’ 싶었죠. 다음날 병원에 가니 목이 뒤로 젖혀지며 허리 디스크가 돌출되었다고 하더라고요.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최근에 인대가 끊어져서 수술을 했어요. ‘맨도롱 또똣’때도 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촬영하다 부상을 당했죠. 아픈걸 달고 살았네요.”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 날, 유사 패턴의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심은경)와 형사(윤제문),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스릴러다. 김성오는 영화에서 연쇄살인마 기범으로 분했다. 그는 기범을 표현하기 위해 16kg을 감량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의 비주얼은 충격 그 자체였다. 바싹 마른 몸 자체로 살기를 뿜는다. 다이어트를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열일 제쳐두고 배역을 입기 위해 다이어트를 한 김성오의 열정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꿈이 배우였는데 좋아하는 영화 촬영을 하는데 열정 없이 되나요? ‘널 기다리며’도 당연히 열정을 가지고 촬영했어요. 만약 연기에 열정이 없다면 다른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촬영장에 나가는 게 즐겁고 재미있어요. 영화를 찍고 있다는 행복감이 엄청나죠. 제가 좋아하고 갈망하고 꿈꿔왔던 일을 하는데 그만한 열정은 당연한 거 아닐까요?”

김성오는 쑥쓰러운 듯 배우의 기본 자세일 뿐이라 역설했다. 왜 기범이어야 했을까. 앞서 다수의 작품에서 강렬한 악역을 연기한 바 있던 김성오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배역의 결이 좀 다르다. 예전에 연기한 악역들을 나열해 놓고 보아도 단연 돋보일 만큼 역대급이다.

“기범에 끌린 이유는 연쇄살인범이라서 였어요. 연쇄살인범은 영화에서 악역이죠. 그런데 기범은 시나리오를 통해 봤을 때 여느 작품에서 다뤄진 그저 그런 모습이 아니였어요. 연쇄살인범이 저지르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라 그의 이야기에 집중한 점에 끌렸죠. 기범의 감성을 표현한 시나리오라서 좋았어요. 이건 무조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다 싶었죠. 결국 연쇄살인범은 잡히고 나서 끝이잖아요. ‘널 기다리며’는 그가 15년 후 출소한 이야기를 다루죠. 도대체 기범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게 될까, 그의 뇌 구조가 그려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김성오는 ‘널 기다리며’ 이후에 악역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그럼에도 김성오는 좋은 시나리오 안에 그려진 매력적인 기범이라는 인물을 거부하기는 힘들었다. 시나리오 속에 돌아다니는 기범을 살아 숨 쉬게 하기 위해 김성오는 다이어트를 감행하며 배역을 위한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이었다. 악역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은 없어요. 과거에는 ‘왜 나한테는 악역만 들어오지’하는 물음이 있었어요. 속상했죠. 왜 영화 안에서 악역이 단순하게 표현될 수밖에 없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한 순간도 있었고요. 시간이 지나니 그런 생각은 결국 나만 괴로운 거더라고요. 선택을 받는 직업이 배우잖아요. 악역이든 다른 역할이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배우죠.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다는 거, 행복 아니겠어요? 세상에 무수한 악역이 존재하죠. 그 수많은 악한 사람은 죽을 때 까지 연기해도 모자랄 거에요. 앞으로 악역은 다양한 작품에서 다른 모습으로 풍부하게 그려질 겁니다.”

김성오는 그렇게 스스로 연기의 한계를 지웠다. 영역을 지운 채 그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고민이 그를 스쳐갔음이 느껴졌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고마움을 아는 김성오였다. 겸손과는 또 다른 결의 어떤 것이 느껴졌다.

“만약 ‘널 기다리며’의 기범과 똑같은 악역이라면 자신이 없겠죠. 그렇지만 악역이든 선한 역할이든 다른 사람을 표현할 수 있다면 파이팅을 가지고 할 수 있어요. 저를 통해 배역에 가지고 갈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악역이든 그렇지 않든 저를 믿고 불러주시면 감사하죠.”


김성오의 변신은 무죄다. 그는 애교만점 비서로 현빈 뒤를 졸졸 따라다니더니, 자전거를 타고 홍반장처럼 동네 일거수일투족을 관할하는 구수한 읍장으로 변신한다. 악역의 이미지가 강렬해서 대중이 기억하는 것이지만 그는 생각보다 다양한 배역의 탈을 썼다. 변신 과정이 무리 없이 매끄럽다. 그렇게 자신의 한계를 지운 채 다양한 배역에 녹아드는 김성오였다.

“배우로서 바라보는 목표가 있어요. 저만 알고 있는 목표라서 말씀드리기 부끄러워요. 지금도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요. 멀지요. 시인은 자신의 감성을 활자를 통해 표현하죠. 글자가 도구가 되고요. 한글이 없다면 시인의 생각은 전해지지 못하겠죠. 배우는 시나리오와 연출자의 생각을 몸으로 표현하는 직업이에요. 훌륭한 배우는 시인이 쓴 글자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출자의 생각과 작품의 맥락을 훌륭히 표현할 수 있어야 하죠. 연기를 다 알려면 한참 멀었어요. 작품에서 김성오라는 배우가 더욱 폭넓게 이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항상 내일을 기대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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