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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내리는 눈처럼 막을 수 없는 이끌림

[영화리뷰]‘남과 여’ 내리는 눈처럼 막을 수 없는 이끌림

등록 2016.02.22 14:24

이이슬

  기자

영화 '남과여' 포스터영화 '남과여' 포스터


“우린 만날 때마다 여행하는거 같아요. 돌아가지 말까요?”

두 남녀가 함께 길을 걷는다. 여자가 시간을 묻는다. 그런데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시간을 보지 않게 되었다고 답한다.

눈 덮힌 미지의 나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우연히 만난 상민(전도연 분)과 기홍(공유 분)은 서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끌린다는 것,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다. 왜 끌리는지, 언제부터 끌렸는지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을까.

영화 ‘남과 여’(감독 이윤기)에서 상민과 기홍은 그렇게 타지에서 만난 서로에게 이끌림을 느낀다. 사랑은 사고처럼 찾아왔다. 상민과 기홍은 아이를 배웅하다 우연히 만난다.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지만 둘은 어느새 서로를 그리워하게 된다. 둘 다 가정이 있는 몸이지만 서로에게 이끌린다.

이들은 공감대를 쌓아가며 서로에게 마음을 연다. 서로를 향해 쌓여가던 감정은 자신도 모르게 온 몸을 지배하며 상민과 기홍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영화는 이윤기 감독 특유의 건조한 시선으로 남녀를 바라본다. 가정이 있는 남녀가 서로에게 이끌린다는 극적인 상황을 단순하게 응시한다. 눈으로 덮힌 핀란드의 풍경이 영화의 분위기와 맞물려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러한 설정 탓인지 두 남녀의 만남은 판타지적인 색채가 강하다. 기홍이 상민에게 미지의 벌판을 가리키며 “함께 가보지 않겠냐”라고 묻는 장면은 ‘남과 여’를 함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상민은 아픈 아들을 보살피는 엄마로서 존재했지만, 자신을 보살펴주는 기홍을 만나며 포근함을 느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해방감에 휩싸이며 위안 받는다. 기홍 역시 마찬가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상처는 연민을 느끼게 했다. 연민은 곧 사랑이라 읽혔다.

‘남과 여’ 내리는 눈처럼 막을 수 없는 이끌림 기사의 사진

사진=쇼박스사진=쇼박스


‘남과 여’는 상민과 기홍이 서로의 아픔과 인간 자체를 끌어안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루어 질 수 없는 상황을 전제하고 있지만,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둘의 사랑이 이뤄지냐 마느냐는 중요한 화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영화는 서울과 핀란드를 오가며 펼쳐진다. 서울은 치열하게 견디는 현실을, 핀란드는 판타지적인 공간임을 암시한다. 전도연이 시사회에서 핀란드에서 벌어진 일이 판타지처럼 와닿았다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실 속 상민과 기홍의 사랑은 뜨겁다. 일터에 던져진 현대인의 치열한 하루살이와 가족 안에서의 기능을 비롯한 삶의 무게는 서로를 더욱 원하게 만들었다.

영화는 비와 눈을 적절한 장치로 활용한다. 서울에서 내리는 폭우는 상민과 기홍의 관계를 은유한다. 폭설을 만나 어쩌지 못하게 된 상민과 기홍의 모습과 서울에서 몰아치는 폭풍우는 현실 속 두 남녀의 갈등과 번뇌를 나타낸다.

또한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겪어가는 감정 변화를 꽤 설득력 있게 그렸다는 점도 괄목할 만하다. 가정이 있는 두 남녀가 그리는 사랑에 웬 설득력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상황과 상황의 매끄러운 전개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남과 여’는 사랑은 결국 판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영화는 사랑을 단순하게 채색하지 않았다. 많은 암시와 장치를 통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 넣었다. 마치 숨은그림찾기에서 찾아낸 도형에 색연필로 색칠하듯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영화는 오는 25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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