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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인터뷰] 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등록 2016.02.02 06:00

이이슬

  기자

 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기사의 사진


‘혜리가 '응답하라1988'이라고?’

2015년 3월 혜리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1988’(이하 응팔)에 주인공 성덕선 역으로 낙점되었다는 사실이 기사화 되자 인터넷에는 이 같은 반응으로 들썩였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많은 고정 팬을 거느린 시리즈 드라마다. KBS에서 ‘남자의 자격’ 등을 연출한 신원호 PD가 CJ E&M으로 이적해 처음 선보인 드라마 시리즈로 2012년 7월 방송된 ‘응답하라1997’에서는 에이핑크 정은지가, 2013년 방송된 ‘응답하라1994’에서는 배우 고아라가 여자주인공 역할을 각각 연기했다.

정은지, 서인국, 고아라, 정우, 유연석 등 다수의 스타를 배출한 시리즈였기에 ‘응팔’ 시리즈에 누가 낙점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주인공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였기에 타이틀 롤은 중요했다. 누리꾼들은 다수의 여배우들을 거론하며 ‘응팔’ 주인공으로 누가 낙점될 것인지에 관심을 가졌다.

높은 관심 탓인지 혜리가 기사화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반응에 혜리는 적지 않은 속 앓이를 해야했다. 걸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혜리는 그룹 활동을 통해 비춰졌던 상큼 발랄하고 섹시한 이미지와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을 통해 비춰진 애교 넘치던 모습이 발목을 잡았다.

혜리는 JTBC ‘선암여고 탐정단’과 SBS ‘지킬 하이드, 나’를 통해 연기에 도전했지만 분량은 많지 않았다. 짧은 분량을 통해 그가 무언가를 보여주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논란과 함께 시작하게 된 ‘응팔’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2015년 11월 첫 방송과 동시에 혜리의 걱정은 환희로 바뀌었다. 혜리는 최근 뉴스웨이와 만난 자리에서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뜨거운 인기에 혜리는 미소를 찾은 듯 보였다.

 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기사의 사진


기자는 그룹 걸스데이로 활동할 당시 혜리를 기억한다. 혜리는 쾌활하고 웃음이 많은 그룹 내 막내였다. ‘응답하라1988’ 촬영을 앞두고 단발로 머리를 싹둑 자른 혜리는 촬영에 대해 많이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첫 주연 도전이 성공적일지, 대중의 반응은 어떨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듯 했다. 좋은 연기를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받아든 혜리의 밝은 표정을 보니 번지는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아서 보람차고 기뻐요. ‘응답하라1988’이라는 작품은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보고 싶을 거에요, 덕선이. 방송이 끝났는데 아직도 주변에서 ‘덕선이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세요. 아직 덕선이에게서 못나온 것 같아요. 길게 작품을 하고 푹 빠져있었던 적이 처음이라서 더 그런가봐요.”

혜리의 눈에서는 아직 덕선이가 보였다. 덕선이를 보내기까지 앞으로 더 시간이 필요할 듯해 보였다. 처음 덕선이를 만난 순간을 회상하며 혜리는 수다쟁이로 변신했다.

“덕선이는 저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마음이 갔어요. 감정도 확실한 친구에요. 슬펐다가 좋았다가 눈물도 많고, 액션도 크죠. 그런 부분들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드라마 준비하면서 그런 부분을 꺼내는 것을 연습했어요. 그 과정에서 덕선이를 만들어 가는 작업을 오래 했어요. 그런 모습들을 자연스럽게 봐주셔서 다행이에요. 그런데 대본을 잘 읽어보니 덤벙대고 눈치가 없는 부분은 저와 비슷하지 않더라고요.(웃음)”

안도하는 혜리에게 캐스팅 당시를 꺼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해주셔서 저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혜리는 시작도 전에 뭇매를 맞아야 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혜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려의 시선은 어찌 보면 당연해요. 연기에 대한 믿음을 그전에는 드린 적이 없었잖아요. 믿음을 준 배우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당시에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러니 저는 덕선이에 오롯이 집중하자는 마음이 컸죠. 감독님과 스태프들, 배우들이 저를 믿어주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나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더 편하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이 작품에서 내가 튀면 어쩌나. 작품에 누가되지 말아야 할텐데, 페를 끼치면 안되는데 걱정도 많이 했죠.”

 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기사의 사진


혜리는 극중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쌍문동 성동일-이일화의 둘째 딸 성덕선으로 분하며 첫째언니 성보라한테 치이기 일쑤였다. 서울대에 다니는 언니 성보라의 그늘에서 성덕선은 사랑에 대한 갈망과 둘째로서 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씩씩 쾌활한 여고생이었다.

“감정 연기를 해야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어요. 걱정도 많이 됐죠.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우는 모습을 보시고 시청자들도 같이 울어주실까 걱정했는데, 신원호 PD님이 그때마다 ‘괜찮아, 전도연으로 만들어 줄게’ 하셨어요.(웃음) 감독님만 믿고 열심히 연기했어요. 거의 매 회 울었어요. 코믹하게 우는 장면을 포함해 스무장면 넘게 울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생일 장면이었어요. 케이크 앞에서 목 놓아 울며 둘째의 설움을 토로하는 장면이죠. 그 장면 촬영 당시 실제로 울어버렸어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크게 울었죠. 찍고 나서 정신이 없을 정도로 울어버린거에요. 끝나고 나서 든 생각은 ‘고비 하나 넘겼구나’ 였죠.”

극 초반 덕선이는 선우를 좋아했다. 이후 정환이에게 설렜다가 결국 택이와의 결혼에 골인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진다의 줄임말)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덕선이의 남편찾기는 그만큼 화제를 모았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러하지만 여주인공 덕선이의 남편이 누가 되느냐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금사빠라는 말은 속상해요. 덕선이가 수동적이라는 말, 혹은 연기를 못한다는 말보다 더 속상한 말이에요. 덕선이는 사춘기 여고생이죠. 그 나이대 덕선이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린 날의 풋사랑, 설레는 10대의 어린 사랑 같은 거죠. 예쁜 장면도 많았어요. 정환(류준열 분)이에게 셔츠를 선물했는데 ‘왜 입지 않을까’ 신경을 쓰는 장면 등이 그렇죠. 덕선이는 친구 동룡(이동휘 분)의 말에 사랑을 깨우쳐요. 동룡이는 덕선이가 ‘나는 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일까’라고 되뇌이자 ‘네가 주체가 되어 생각해보라’고 조언해요. 그걸 계기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게 되죠. 남편이 택이(박보검 분)라는 사실은 후반에 알았어요. 대본을 보며 덕선이가 왜 이런 행동과 말을 할까 고민을 했죠. 어느 순간 덕선이가 약속을 깨는 택이를 보며 ‘되는 일이 없다’라고 하더라고요. 궁금했죠. 감독님께 물어봤더니 ‘택이가 남편이기 때문이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결국 남편은 택이었다.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 파에게는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혜리는 어땠을까. 극 초반 정환이를 좋아하기도 한 덕선이었다.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물었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기에 모든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결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어려웠을 거에요. 덕선이는 결핍이 있는 친구였어요. 사랑에 목말아 있었죠. 주변에서 쟤가 널 좋아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 조르르 달려나서 ‘나도 네가 좋아’라고 할 수 있는 귀여운 사춘기 여고생이죠. 혼란스러운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정환이는 5년이 지나서야 교백을 해요. 그런데 덕선이는 ‘아 맞다, 나 고등학생때 그랬지’라고 미소지을 뿐이죠. 그 조차도 덕선이에게는 소중했던 첫사랑이 아니었을까요.”

혜리에게 덕선이가 시청자들의 가슴속에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냐고 물었다. 그는 대뜸 ‘보내지 말아달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야말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배우라는 단어가 제법 어울린다는 소감마저 들었다. 혜리는 묵직한 자세로 작품과 배역을 대하고 있었다. 어떻게 접근하는지도 알았지만 보내는 방법은 알지 못하는 혜리였다.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덕선이가 계셨으면 좋겠어요. 보내지 말아주세요.(웃음) 덕선이를 참 많이 사랑했어요. 예쁜 여주인공이 많잖아요. 그런데 덕선이는 예쁘기 보다는 사랑스러운 아이였어요. 착하고 마음씨가 예쁜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아이요. 모든게 아름다운 아이로 기억해주세요.”

 혜리 “마음씨 예쁜 덕선이··· 많이 사랑했어요” 기사의 사진


혜리는 ‘응답하라1988’을 통해 무섭게 성장했다. 걸스데이의 막내인 혜리지만, 어엿한 배우 혜리가 됐다. 혜리의 연기 또한 재평가되었고, 그의 몸값이 100억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그의 달라진 입지를 입증하기도 했다. 혜리는 그렇게 성장했고, 달라졌다.

“‘응답하라1988’ 잘했죠?(웃음) 작품을 하면서 든 생각이 혼자 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에요.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애정을 쏟고 열심히 하니 그만큼 좋은 결과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제가 잘나서 못할 일이 없는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며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인기에 취할 법도 하지만 혜리는 주변인들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뉴스에 도배되고, 광고를 휩쓸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혜리였지만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더 차분해진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2016년의 혜리는 혜리일 뿐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저는 2016년에도 똑같을 거에요. 많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지만 솔직히 계속 사랑해주시고 기억해주실 수는 없잖아요. 잊혀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저는 계속 저에요. 사랑에 목메지 않고 올해도 열심히 할 거에요. 하고 싶은 작품과 장르는 정말 많아요. 비현실적인 스토리 보다는 공감 가는 스토리와 솔직한 배역에 끌려요.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와 작품은 정말 많아요. 채우기 위해서는 비워야 될 것 같아요. 우선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오래 쉬지는 않을 것 같아요. 좋은 곡이 있으면 걸스데이로, 좋은 작품이 있으면 배우 혜리로 인사드릴 것 같아요. 열심히 산다면 2015년 같은 성적표를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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