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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등록 :
2015-11-2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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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두산그룹…변신, 또 변신

120년 전통 면직물 유통으로 시작한 최장수 기업
식음료·무역·운수업 등 영위하며 중공업 중심 재편
경기 침체로 한계 직면…면세점 진출 유통 승부수

동대문 두산타워 면세점.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국내 최장수 기업 두산이 창립 12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시내 면세점 사업 유치에 성공하며 유통기업으로의 변모를 선언한 것이다. 90년말 외환위기 이후 착수한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작업에서 선회해 20년만에 소비재를 또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두산의 이번 행보는 그룹 내 주력사업으로 육성해온 중공업 부문의 부진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의 영향을 덜 타는 면세점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룹 입장에서는 인프라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시킴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특히 두산은 그간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운영한 적은 없지만 다양한 사업을 통해 유통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온 바 있어 국내 유통시장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산은 오랜 역사 만큼이나 많은 사업을 영위해왔고 정체성의 변화도 많았다. 1960년대에는 건설과 식음료, 1970~80년대에는 유통·기술·소재부문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유통업의 강자로 불리는 등 업계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두산의 모태는 1986년 서울 배오개(현 종로4가)에 설립된 ‘박승직상점’으로 기록돼 있다. 지난 1995년 한국기네스협회가 국내 최고(最古) 기업 인증서를 발급함에 따라 역사를 정식으로 인정받았다. 국내 최초의 근대적 상점으로 알려진 이 곳은 면직물을 비롯해 화장품과 같은 다양한 상품을 내놓으며 성장을 이어갔다.

이후 박승직의 장남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이 1946년 ‘두산상회(현 두산글로넷)’로 재개업하면서 운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룹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금도 쓰이는 두산(斗山)이라는 이름은 ‘한 말 한 말 쌓아가며 산을 이루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산상회는 50년대 ‘두산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무역업에도 진출했다. 특히 두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OB맥주의 전신 ‘동양맥주주식회사’가 세워진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맥주를 판매함으로써 소비재 산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60년대 두산은 건설과 중공업 사업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동산토건(현 두산건설)을 설립해 토목사업에 참여했고 1967년에는 윤한공업사(현 두산건설 메카텍 사업부)를 통해 기계공업 분야에도 발을 들이게 됐다.

이 시기에는 두산의 식음료 사업도 발전을 거듭했다. 1963년 OB맥주를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으며 1968년에는 코카콜라와 환타를 생산해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두산은 7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기존 사업을 확충하는 한편 외국기업과의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한 내실 강화에 치중했다. 이를 통해 한국오크공업(현 두산전자)과 두산개발, 동양농산(현 두산타워) 등 업체가 탄생했으며 OB그룹에서 두산그룹으로 명칭도 바꿨다.

하지만 두산은 창립 100주년을 맞은 1996년 글로벌 기업 도약을 목표로 사업 구조조정을 결심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그룹 실적을 견인하던 소비재 사업과 결별하고 중공업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이에 두산은 1996년 한국네슬레와 한국3M를 시작으로 코카콜라·두산씨그램·OB맥주·종가집김치·처음처럼·KFC 등을 차례로 매각했으며 지난 9월 두산동아 지분을 예스24에 넘기는 것으로 20여개 소비재브랜드를 모두 정리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23개 계열사를 ㈜두산·두산건설·두산포장·오리콤 등 4개사로 통합하는 한편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밥캣(Bobcat) 등 10여건의 M&A를 연이어 성사시키며 중공업 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짙어진 글로벌 경기불황은 두산에 시련을 안겼다. 건설·조선·중공업·기계 부문 등 주요 사업이 직격탄을 맞아 이렇다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의 경우 두산그룹 16개 계열사의 해외매출이 전년 대비 총 9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업황 부진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 3분기만 해도 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엔진 등 주요계열사는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각 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10% 정도 줄었고 영업이익도 많게는 80% 가까이 하락했다. 두산엔진은 영업손실 268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규모가 258% 커졌다.

이렇다보니 박용만 두산 회장이 올해 갑작스럽게 면세점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그룹의 ‘생존’을 위한 관점에서 내린 결단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도 유통사업을 다시 넓히기 위해 성장가능성이 큰 면세점 사업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면세점은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약 20%의 성장을 이어가는 등 유통부문 중에서도 전망이 좋은 사업으로 꼽힌다.

앞서 두산의 면세점 사업 진출에 냉소적이던 업계 전반의 시선도 돌아서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 추가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실적에 미치는 효과가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도 면세사업이 캐시카우 역할을 함으로써 현금흐름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 측에서도 장기간 동대문 두산타워를 운영해왔기 때문에 시너지가 날 것으로 자신했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이 명동 다음으로 많이 찾는 동대문을 중심으로 관광벨트 조성에도 일조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재계에서는 면세점 사업을 손에 넣은 두산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기 자금 투입과 면세점 운영 경험 부족 등 열세를 안고 있지만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 그간의 저력을 발휘한다면 단기간에 본궤도에 안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20년만에 소비재 사업으로 돌아오면서 중공업 사업 부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면서 “약 15년간 이어온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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