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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지원, 거절하려던 영화 ‘허삼관’ 선택한 이유

[인터뷰] 배우 하지원, 거절하려던 영화 ‘허삼관’ 선택한 이유

등록 2015.01.23 09:17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지원은 어느덧 아이콘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시간에서 조금은 비켜간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때 그녀의 아픔에 “나도 아프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남성들이 부지기수였다. 강렬한 여전사 캐릭터로서 자리한 하지원의 모습에서도 남성들은 보호본능이 발동하며 그의 모습에 넋을 빼앗겼다. 동네 헬스장에선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남정네들의 얼굴에 피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드라마에서 하지원이 보여 준 로맨틱한 설레임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진 탓이다. 아니 설랬다. 그렇게 하지원은 아이콘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현재의 하지원은 엄마로 돌아왔다. 억척스런 엄마다. 하지원이 엄마란 파격을 선택한 것은 어찌보면 시간의 흐름에 자신의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맡긴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하지원은 ‘허삼관’의 절세미녀에서 억척 엄마 ‘허옥란’으로 돌아왔다.

벌써 데뷔 20년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하지원은 여배우란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다. 사실 여배우란 이름처럼 하지원에게 잘 어울리는 타이틀도 없어 보인다. 그에겐 설명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아우라가 존재하고 있다. 누구라도 이 점에 대해선 이견을 달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하지원이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으로 돌아온단 사실에 대해선 놀랍기도 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스스로 엄마란 배역에 대해 거리를 둔 적은 당연히 없었어요. 글쎄요. 내가 ‘이쯤 되면 엄마 연기를 해봐야’지란 생각을 해본 적도 없고. 그저 10대 20대 30대에 맞는 역할이 있잖아요. 자연스럽게 내가 엄마란 이름을 받아들일 나이가 됐다고 생각한 것 뿐이에요. 그 첫 번째가 ‘허삼관’의 ‘허옥란’이었고, 그저 역할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해낸 것뿐인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행이죠.”

자연스럽게 엄마란 이름을 받아들일 나이가 됐긴 하다. 하지만 하지원은 ‘허삼관’에서 자신의 현재 모습인 모든 남정네의 눈길을 사로잡는 절세미인부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아들의 엄마 그리고 생활의 느낌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묻어 있는 억척 여인의 모습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허옥란’을 되살려냈다. 이쯤되면 꽤 성공적인 ‘엄마 신고식’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연기를 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에요. 제가 망각하고 있던 부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죠. 제가 한 번도 ‘엄마로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거에요. 난 엄마를 연기하는 거지 생각까지는 못했죠. 생각이 바뀌니 눈에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특히 일락이가 만두가 먹고 싶어서 친아빠를 찾아가는 장면에선 정말 가슴이 미어지더라구요. 이게 정말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온 거구나란 생각이 ‘허삼관’을 통해서 처음 들었죠.”

사실 하지원과 ‘허옥란’은 만날 수 없던 인연이었다. 연출과 주연을 겸한 하정우는 처음부터 ‘허옥란’으로 하지원을 염두했다. 하지원은 ‘허삼관’의 시나리오를 받고 실제로는 거절할 생각이었단다. 아니 거절을 할 마음으로 하정우 감독과 만남을 가졌다. 거절을 하기 위해 만난다는 이유가 솔직히 납득하기 쉽지 않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원작 소설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제가 온 시나리오가 ‘허삼관’이었죠. 사실 부담이 됐어요.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엄마 역에 자연스러운 시기가 됐다고 생각은 했지만 부담이었죠. 무엇보다 그 원작 속 허옥란이란 인물을 살릴 용기가 없었어요. 그런데 웃긴 건 진짜 궁금했죠. 이 원작이 대체 어떻게 살아날까. 어떻게 만들어 질까. 그래서 그 궁금증에 만났어요. 그리고 제가 넘어갔죠. 하하하. 아니 제 마음이 바뀐 거에요. 사실은 하고 싶기도 했구요(웃음)”

마음을 다잡고 출발한 하지원표 ‘허옥란’은 완벽하게 꼭 맞는 맞춤형이었다. 특히 옥란이 선보인 의상은 시절의 정감과 배역의 정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특별한 요소였다. 처녀 시절 옥란과 결혼 이후 옥란의 모습은 의상의 대비로 확연한 대비를 줬다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처녀시절 공사판에서 강냉이 들고 등장한 옥란은 ‘한 줄기 빛같은 비타민’이라고 생각했어요. 목소리도 더 맑고 청량하게 좀 과장을 했죠. 반면 결혼 후에는 헐렁한 바지나 자연스럽게 늘어진 티셔츠 등을 골라서 입어봤어요. 색깔도 특별하게 카키색 같은 진한 색깔, 거기에 메이크업도 없이 완전 노메이크업이고. 진짜 옥란의 외면을 가꾸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니까요. 하하하.”

사실 그 모든 세세한 부분은 연출자 하정우의 심하다 싶을 정도의 ‘컨펌’을 받고 이뤄진 결과물이란다. 옷의 색깔, 심지어 목이 늘어진 정도까지 정해줬다고. 하지만 하지원은 하정우의 이런 세밀한 ‘참견’(?) 결코 싫지 않았단다. 오히려 그는 하정우의 이런 점을 ‘내조’라고 표현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영화에서 제가 전혜진 선배와 싸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주신 디렉션이 ‘액션 하지원’이었죠.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말에 머리가 멍해졌어요. 고민 고민하다가 전혜진 선배에게 주먹을 한 방 퍽 날렸는데 그게 감독님은 좋으셨나봐요. 물론 전혜진 선배가 기운을 정말 잘 받아주신 것도 있구요. 딱 그 장면만 봐도 하정우 감독의 성향을 알 수 있었죠. 해당 배우가 뭘 젤 잘하고 뭘 진짜 잘 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요. 감독으로서도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하정우의 진짜 내조는 따로 있었다. 하지원이 ‘기황후’ 촬영 뒤 불과 2개월 후 ‘허삼관’에 합류해 경황이 없는 시기에 ‘월간 허삼관’이란 자체 제작 잡지를 만들어 보내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잡지 안에는 하지원이 단계별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세밀하고 빼곡하게 요약돼 있었다. 특히 하정우 감독이 선물한 생일 선물은 하지원은 최고로 감동케 했던 깜짝 이벤트라고. 물론 선물은 비밀이란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전 현장에 가기 전 사실 배역 준비 기간이 무척 긴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이번엔 솔직하게 제가 손을 댄게 별로 없어요. 하 감독님이 다 알아서 해주셔서 너무 편했죠. 그러니 현장이 놀이터처럼 느껴졌어요. 우리 세 아들과 만날 까르르 거리며 놀다 오는 기분이었다니깐요. 진짜 힐링 같은 현장이었고. 정말 많이 웃었어요.”

하지원은 작품이 끝나면 그 안에서 빠져나오는 데 조금은 힘든 스타일이란다. 하지만 ‘허삼관’은 다른 것 같다고. ‘허삼관’의 가족들이 어딘가에서 웃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을 것 같다며 안심이란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참 이런 작품 만나는 것도 배우로서 복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제 자신을 쓸모 있는 배우 생생한 배우로 엮어가고 싶어요. 60대나 70대에도 그런 느낌이 나는 고두심 선생님이나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로 기억되는 게 바람이에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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