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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빅3 기업 기상도···한진·현대 ‘맑음’ 동부 ‘뇌우’

구조조정 빅3 기업 기상도···한진·현대 ‘맑음’ 동부 ‘뇌우’

등록 2014.07.04 09:51

정백현

  기자

한진·현대, 빠른 자산 매각으로 자구계획 60% 이상 성취동부, 채권단과 대립각 세우다 결국 표류···그룹 존폐 위기

비슷한 시점에 구조조정에 나섰던 동부그룹과 한진그룹, 현대그룹이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진과 현대는 자구계획의 절반 이상을 달성한 반면 자구계획 실천을 두고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웠던 동부는 해체 위기에 놓였다.

세 기업은 지난해 말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해결을 위해 일제히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한진그룹은 5조5000억원의 현금을 조달하겠다고 밝혔고 현대그룹은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놨다. 동부그룹 역시 3조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해 당면한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출발은 동부가 가장 앞섰다. 지난해 11월 자구계획을 발표한 동부그룹은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김준기 회장의 사재를 출연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당시 시장은 유동성 위기에 대해 선제적 방어에 나선 동부를 두고 두산그룹과 함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업 중 모범이 되는 곳’이라 칭송하며 높은 신뢰를 보냈다.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은 동부보다 한 발 늦은 12월 말에 잇달아 자구계획을 내놨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을 사우디 아람코에 처분하고 한진해운의 유상증자에 대한항공이 참여하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을 공개했다.

현대그룹 역시 그룹의 핵심 사업이던 금융업을 포기하고 여러 유휴 자산과 유가증권 등을 처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작은 동부가 가장 빨랐지만 진행 과정에서는 현대그룹이 가장 빠른 진척을 보였다. 현대그룹은 자구계획 발표 직후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금융지주사의 지분 등을 잇달아 처분하면서 빠른 속도로 현금을 조달해나갔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LNG사업부를 1조원에 가까운 금액에 매각하고 현대증권 매각 방식 확정으로 2000억원을 먼저 조달했으며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이 각각 유상증자와 외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불과 6개월 만에 2조원 이상의 현금 조달에 성공했다.

현대그룹은 현재 현대로지스틱스의 매각 문제를 두고 일본계 재무 투자자인 오릭스 측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의 자구계획 진척도는 62.5%, 조달된 현금은 2조646억원이다. 현재 시점에서 남은 것은 남산 반얀트리호텔 등 일부 자산의 매각이다.

한진그룹도 올해 초 아람코 측과 에쓰오일 지분 처분에 합의하고 한진해운에 대한 금융 지원이 착착 성사되면서 빠르게 현금을 조달했다. 에쓰오일 지분은 당초 2조2000억원 안팎에서 매각될 것으로 보였지만 환율 약세와 주당 가치 하락으로 1조9830억원에 처분됐다.

현재 시점에서 한진그룹의 자구계획 진척도는 약 80%에 이른다. 한진해운에 대한 대한항공의 지원이 대부분 이뤄진 덕이다. 한진에게 남은 것은 각 계열사들의 유휴 자산 매각이다. 한진은 이들 자산이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시점을 검토해 점진적으로 매각할 방침이다.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이 빠른 진척도를 보이며 사실상 유동성 위기 탈출에 성공한 반면 가장 빨리 자구계획을 발표했던 동부그룹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패키지 매각 고집 등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표류했다. 현재는 그룹의 존폐 여부까지 가늠해야 할 상황이다.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동부그룹의 항변에도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과 동부당진발전의 패키지 매각을 포스코에 종용했다. 그러나 포스코는 미래 사업 가능성의 부재와 매각대금에 대한 이견으로 패키지 인수를 거부했다.

그 사이 동부그룹 각 계열사의 신용등급은 하락했고 동부제철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갔다. 때문에 시장 안팎에서는 동부가 STX와 동양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매각이 완료됐거나 매각 계획이 확정된 자산은 동부익스프레스와 동부특수강 뿐이다. 동부익스프레스는 KTB 프라이빗에쿼티(PE)에 3100억원에 매각하기로 확정됐고 동부특수강은 1100억원에 산업은행 사모투자펀드(PEF)로 넘어갔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환경에서 볼 때 동부가 자력으로 재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볼 수 있다”며 “채권단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 아니라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숨통이 트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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