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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증권사 보고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포커스]①증권사 보고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등록 2013.06.25 06:00

수정 2013.06.26 08:59

장원석

  기자

지난 12일 삼성전자 주가가 6.2% 폭락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 1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폭락하자 “말도 안된다”며 이유를 찾기에 급급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은 외국계 증권사인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면서 시작됐다.

같은달 7일 JP모건의 보고서 파문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6.2% 폭락했다. 11일에는 모간스탠리가 올해 '갤럭시S4'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목표가를 180만원에서 175만원으로 낮춰 잡으면서 외국인의 매도물량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4일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9.8%나 하락했다.


◇하루 300여건의 보고서 나와도 ‘매도’ 의견 찾기 힘들어

삼성전자 주가 폭락에 대해 국내 증권사들이 일제히 “과도한 우려로 반등이 가능하다”는 분석보고서를 내며 삼성전자 구하기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투심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매도 보고서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증권사 리포트였기에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까닭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국내 증권사의 종목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매도’의견을 낸 리포트는 겨우 4건이었다.

이 기간 쏟아진 12만22건에 달하는 리포트의 0.003%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지난 1분기에 5354억원 규모의 어닝쇼크를 낸 GS건설의 경우에도 메리츠종금증권의 매도 의견 리포트가 유일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하루 300여건, 1년에 수만건의 보고서가 올라온다”며 “그런데 이 바닥이 홍길동의 나라라 매도를 매도라 말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를 잘 읽고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매수라고 해놓고 ‘보고서에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주가 탄력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등의 말을 써놓으면 팔라는 얘기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터디룸에서 주식 투자를 공부하는 사람들 모임 같은 곳에 물어봐도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투자에 참고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매수’ 추천해 놓고 정작 자신은 ‘매도’

증권사 리포트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또 다른 이유에 대해 증권사들이 매수를 추천한 종목에 대해 ‘매도’ 의견 한번 내지 않고 정작 자신들은 순매도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증권사 내부 보고에선 공개 보고서와 다른 실제 의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증권사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결국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들만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믿고 투자 했다가 손해를 본다는 얘기다.

만약 주가가 떨어지고 실적이 나쁘다면, 매수의견을 중립의견으로 조정하면 그만이다. 그 사이 손해는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 몫으로 남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매출 비중이 높은 주고객사인 운용사,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종목 리포트를 제공해 영업하는 판에 매도의견을 내는 간 큰 애널리스트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증권사 리포트에서 제시하는 목표주가와 투자의견을 그대로 믿지 말고, 보고서에서 분석하는 기업 가치와 단서조건 등을 더 비중 있게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 ‘매도’ 리포트 냈다간 해당 기업·투자자들에게 왕따

물론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모두 양심 불량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매도’ 의견을 내면 해당 기업에게 탐방을 거부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원성을 사는 일이 발생하는 현실에 부딪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도 의견을 냈다가 해당 기업에서 보복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회사채 부문에서 곧바로 항의가 들어온다”며 “또 개인투자자들도 원성이 빗발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기에 애널리스트들은 함부로 소신껏 매도 의견을 낼 수가 없다.

시스템의 차이도 또 한 가지 이유다 .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리포트가 조회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모든 투자자에게 애널리스트의 분석 자료가 공개된다. 정보의 공유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정작 애널리스트들은 자신의 솔직한 의견을 보호받을 수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계증권사의 리포트는 자유롭고 경향이 있어 투자의견이나 전망을 국내 증권사에 비해 직설적으로 밝힌다”며 “글로벌 대형기관의 명성이 걸려 있어 맞고 틀리는 것을 떠나 일단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의견을 내지 못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매도 리포트를 냈을 경우 해당 기업들에게서 받는 보복이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의 기업 자체가 대부분 독과점 기업이다 보니, 이들 기업에게 탐방을 거부당하면 증권사 입장에서도 난처하게 되기 싶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 보고서가 홍길동 나라가 된 건 사회적 분위기 탓이 크다‘며 ”현재 매년하고 있는 애널 평가를 강화해 정확한 투자 의견을 내는 애널이 대접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one218@

뉴스웨이 장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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