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꼬리가 길면 밟힌다. 어떤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단 한번의 '실수' 때문이 아니다. 공매도 이야기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힘 싸움을 벌이는 등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가운데, 상반기에만 금융투자회사 수십 곳이 불법 공매도로 적발됐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제11차 정례회의에서 공매도 순 보유잔고 및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금융투자회사 18개 사에 과징금·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그중 국내 투자자들에게 친숙한 신한투자증권은 3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다섯차례에 걸쳐 99개 종목의 공매도 순 보유 잔액을 지연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18~2019년에도 두 차례에 걸쳐 공매도 제한 위반으로 과태료 7000만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회사는 직전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주문하면서 '업틱룰'을 위반했다. 업틱룰은 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다.
이밖에도 금융위 증선위는 이번 정례회의에서 삼성헤지자산운용(3000만원), 링크자산운용(6600만원), 비욘드자산운용(600만원) 등에 과태료를 부과하고 공매도 제한을 위반한 퀸트인자산운용에는 3억5090만원, PFM 2억8610만원, PAM 1410만원 등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증권이 삼성전자 한 종목에만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공매도 위반 거래를 한 점이 드러나면서 과태료 10억원을 부과받았다. 한투증권은 지난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3년 3개월 동안 삼성전자를 포함한 938개 사 1억4089만주(5조9504억원어치)를 공매도하면서 이를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
대다수의 회사는 늑장 보고 및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포장했지만, 실수 여부와 관계없이 불법 공매도는 그 자체로 시장교란 행위다. 실수라는 해명도 그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온 것은 더 이상 실수라 일컬어질 수 없고, 고의이자 명백한 잘못이다.
변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당국의 낮은 처벌 수위도 문제다. 제재 수준은 대부분 과징금·과태료에서 그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함께 터져 나오고 있다.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영업정지와 같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금융시스템은 신뢰가 생명이다. 당국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위해 공매도의 순기능을 강조하지만, 만연하는 불법 행위조차 막지 못한다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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