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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잃은 ‘금융 CEO 철퇴론’···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금융CEO 제재 감경]명분 잃은 ‘금융 CEO 철퇴론’···확실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등록 2021.04.23 16:38

정백현

  기자

손태승·진옥동·조용병, 사전통보보다 징계 감경금융권 불안케 만든 ‘제재 만능설’ 지속 명분 잃어금융 소비자 보호 지속 위한 환경부터 만들어줘야지배구조법 등에 CEO 제재 범위·사안 명확화 필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한 은행권 제재 국면이 일단락됐다. 제재를 받았던 CEO들이 당초 사전통보된 제재 수위보다 한 단계 낮은 징계를 받으면서 무차별적 고강도 제재의 명분이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회사 CEO에 대한 제재 기준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규정 개선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다.

아울러 낮은 단계의 징계를 받는 조건으로 내건 금융회사들의 소비자 보호 정책이 오롯이 실천될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잖게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 8일과 22일 각각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라임 펀드 환매 중단 사태 관련 제재심을 열고 이들에게 각각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수준의 제재를 내리기로 했다.

손태승 회장이 받게 된 문책 경고 징계는 금융권 재취업이 어려운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진 은행장이 받은 주의적 경고와 조 회장이 받은 주의 징계는 경징계에 속하는 제재 수위여서 향후 거취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이들 3인은 당초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의 제재를 사전 통보받았다. 그러나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모두 금융 사고에 대한 소비자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겠다는 노력 의지를 피력했고 이것이 징계 감경 사유로 작용하게 됐다.

이번 라임 사태 관련 은행권 징계 감경으로 금융당국이 꾸준히 강조하던 ‘제재 만능설’은 명분을 잃게 됐다. 무조건 금융회사를 때리는 것보다 금융회사가 소비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대안을 내놓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시각이 이번 제재 확정으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당국, 특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의 고위 관계자들은 금융 사고를 일으킨 금융회사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로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유지해왔다.

윤 원장은 지난 2018년 취임 후 꾸준히 “소비자 보호에 실패한 금융회사와 경영진에 대해서는 엄중한 제재가 우선돼야 한다”며 금융회사에 강력한 철퇴를 휘두르겠다는 의지를 지속했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가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이번 징계 처리 과정에서 보듯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보호 대안을 마련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금융 사고를 방지하고 CEO 공백으로 인한 시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무차별적 징계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됐다.

이번 징계 과정을 계기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회사 CEO 제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법제화돼야 한다는 여론이 다시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 임직원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규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나와 있다. 해당 법령에는 내부통제기준을 위반한 임직원에 대해서는 제재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으나 세부 근거가 다소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더구나 조용병 회장처럼 자회사의 금융 사고 책임을 모회사 CEO인 금융지주 회장까지 묻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제재가 필요한 CEO의 범위, 제재 필요 사안 등을 법에 정확히 명시하는 ‘가이드라인 확립 필요’가 금융권의 중론이다.

물론 징계의 사유를 스스로 제공한 금융회사 처지에서도 고쳐야 할 점이 여전히 많다. 금융회사의 귀책으로 징계 사유가 발생한 만큼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융회사들이 감독당국에 밝힌 소비자 보호 대안을 보면 CEO의 제재 수위를 깎기 위해 내민 카드라는 성격이 짙다. 금융권 일각에서 “왜 애초부터 이런 자세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반 법령이 만들어진 만큼 이제 공은 금융회사에 넘어온 셈”이라며 “금융 소비자들이 상품 불완전 판매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금융회사의 자체적 노력은 물론 당국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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