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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밴데”···국회 선후배는 짬밥순(?)

[여의도일기]“내가 선밴데”···국회 선후배는 짬밥순(?)

등록 2018.12.26 14:09

임대현

  기자

이학재-김관영, 상임위 놓고 말싸움 벌이며 ‘선배 논란’도이학재 “김관영 지나쳐···나이로 봐도 선수로 봐도 선배”이해찬-손학규, 단식투쟁 중 만나···은근슬쩍 반말한 까닭김진태, ‘정치선배’ 이종걸에게 “사시 늦게 된 이유있다”

이학재(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관영(오른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이학재(왼쪽)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관영(오른쪽)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금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정당은 단 1명의 의원을 집중적으로 손가락질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은 최근 당적을 바꾼 이학재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바른미래당에서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복당을 했죠.

정치적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당을 바꾸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만, 이학재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몫이었던 정보위원장 자리를 그대로 가져가버려서 욕을 먹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바른미래당은 상임위원장 자리를 단 2곳만 갖고 있었는데, 2곳 중에 1곳을 가져가서 한국당으로 갔으니 그럴만도 하죠.

그러다 이게 말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어제(19일) 이학재 의원은 “김관영 원내대표가 도를 지나친 발언을 해서 유감을 표시한다”며 “제가 나이로 봐도 그렇고, 선수로 봐도 그렇고, 선배이기도 하고, 같은 당에 있기도 했는데 ‘벼룩의 간’ 같은 그런 인격 모독 발언을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재미있는 발언이죠. “내가 선배인데”라니. 요즘 이런 말을 하면 흔히 ‘꼰대’라고 지적당하기 십상인데요. 실제로 김 원내대표의 나이는 69년생으로 64년생인 이 의원보다 5살 어립니다. 18대 국회에서 첫 입문해 3선을 지낸 이 의원이 19대 국회부터 재선을 했던 김 원내대표보다 ‘정치 선배’이기도 하죠.

이처럼 의원들의 선후배를 따져서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국회서 목격한 장면 중에 선후배의 중요성을 확인할만한 일화 몇 개를 되짚어보려고 합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국회에서 단식을 했죠. 연동형 비례대표를 주장하면서 단식을 하다가 얼마 전에 합의가 됐습니다. 당시에 손 대표를 찾아온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설전이 참 재밌습니다.

이 대표가 손 대표를 향해 “왜 단식을 하고 그래요”라고 약간의 역정을 내면서 말했습니다. 이에 손 대표가 웃으면서 “김영삼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습니까”라며 대답을 대신했죠. 두 사람 모두 당대표서 서로를 존칭으로 부르고 있었는데요.

이후 손 대표가 예산안을 통과시켰던 민주당을 향해 ‘야합’이라고 하자, 이 대표는 “그걸 야합이라고 이야기해요?”라며 더욱 쏘아붙였습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야합이지.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했는데···선거법 개정을 확실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지”라고 받아쳤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손 대표가 은근슬쩍 말을 놓는 모습이 포인트입니다.

사실 나이로 따지면 손 대표가 더 많습니다. 손학규 대표는 47년생이구요. 이해찬 대표는 52년생입니다. 두 사람은 또 같은 서울대 출신으로 손 대표가 65학번(정치학과), 이 대표가 72학번(사회학과)입니다. 나이나 학번으로 보면 손 대표가 선배라서 은근슬쩍 말을 놓은 걸까요?

재밌는 사실은 정계입문을 이 대표가 먼저 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13대 국회에 입문해서 벌써 7선입니다. 손 대표는 14대 국회부터 입문했습니다. 이러면 누구를 선배로 봐야하는지 헷갈리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보겠습니다.

얼마 전 한국당 원내대표 선거에서 강석호 의원이 김학용 의원과 단일화하면서 출마포기했습니다. 강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현시점에서 저보다 김학용 의원이 더욱 잘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면서 “선배로서 후배에게 양보하는 모습으로 대한민국 보수를 재건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훈훈하게 “선배니깐 양보한다”라는 것이죠.

실제로 강 의원은 55년생으로 61년생인 김 의원보다 나이가 많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18대 국회에서 동시에 첫 여의도 입성을 이루었는데요. 이러면 동기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강 의원은 1991년도에 포항시 의원을 했습니다. 당시에 김 의원은 국회의원 비서관을 하고 있어서, 아마도 시의원을 먼저 했으니 선배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2015년 김진태 페이스북 글2015년 김진태 페이스북 글

최근 얘기는 아닌데, 2015년에 있었던 일을 마지막으로 해보겠습니다. 당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헌법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헌법 공부를 좀 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정작 헌법공부 해야할 사람은 본인”이라며 “사법시험 늦게 합격한 이유가 있다”라고 조롱했습니다.

이종걸 의원은 59년생, 김진태 의원은 64년생입니다. 나이차이도 나지만, 당시 이 의원은 4선이었고 김 의원은 초선이었습니다. 한참 선배인 사람에게 사시 늦게 합격한 걸 지적하다니 참 대단했죠? 김 의원 말만 보면 정말 ‘하극상’이 따로 없는데요.

그런데 알고보니 김진태 의원이 사시를 먼저 합격했던 것이었습니다. 비꼬는 말투에는 이유가 있었죠. 김 의원은 86년도에 사시에 합격했고, 이 의원은 88년도에 합격했습니다. 사시로만 보면 김 의원이 선배인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일일이 국회의원들 선후배를 따져보니, 역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위계질서를 만들지 말고, 300명 의원들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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