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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사촌 대결서 완승···’조용한 리더십’ 빛났다

정유경, 사촌 대결서 완승···’조용한 리더십’ 빛났다

등록 2018.06.22 19:21

정혜인

  기자

9천억 매출 인천공항 보세사업권 싹쓸이총점 40% 차지하는 입찰가에 통큰 베팅‘신성장동력’ 면세점 낙점 후 과감한 투자백화점·패션 등 그룹사업 공격적으로 확장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 제공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사진=신세계 제공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펼친 ‘사촌 언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정 사장은 외부에 잘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라는 별명이 있는 것과 달리 경영 성향이 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입찰가를 ‘통 크게’ 베팅하면서 사업권을 싹쓸이 했다는 평가다.

관세청은 보세판매장특허심사위원회(위원장 동국대 김갑순 교수)이 22일 천안시 병천면 소재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인천국제공항 T1 DF1와 DF5의 사업자로 신세계디에프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총점 1000점 만점 심사에서 모두 호텔신라를 앞섰다. 특히 500점 만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가 배정된 ‘운영인의 경영능력’ 항목에서 큰 점수를 얻은 것이 주효했다. 이 항목 중 400점을 ‘입찰가격’이 차지하고 있다. 다른 평가 항목에서는 신세계와 신라가 큰 차이가 없었다. 결국 입찰가격이 이번 승부를 가른 셈이다.

정 사장은 연간 임대료로 DF1 2762억원, DF5 608억원의 거금을 써냈다. 호텔신라가 DF1에 2202억원, DF5에 496억원을 써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운영기간인 5년간 임대료 차이는 560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입찰한 두 구역의 지난해 매출은 국내 면세업계 매출 128억348만 달러(14조2200억원)의 6∼7%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번에 매출액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였던 만큼, ‘통큰 베팅’을 한 것이다. 정 사장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사장은 이번에 맞대결을 펼친 이부진 사장과 사촌지간이다. 두 사람 모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손녀로 이부진 사장의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남매지간이다. 이 사장에게 정 사장은 고종사촌 동생, 정 사장에게 이 사장은 외사촌 언니인 것이다.

사촌지간이지만 정 사장의 경영 스타일은 이 사장과 결이 다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 사장은 사업을 위해서라면 외부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다. 다른 오너 출신 대표이사들과 달리 대표 취임 이래 매년 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고, 면세점 사업권과 명품 브랜드 유치 등을 위해 직접 국내외로 발 벗고 뛰어다닌다.

정 사장은 ‘은둔의 경영자’로 불릴 정도로 공식석상 노출이 적다. 1996년 입사 이래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6년 말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오픈식에 참석했던 것이 유일할 정도다. 그러나 정 사장은 경영 성향이 매우 공격적인 편으로 과감한 추진력을 겸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국내 면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당시 면세점 독립법인을 설립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백화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면세점을 낙점한 셈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에도 신세계면세점은 승승장구 했다. 신세계DF가 운영하는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조164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신세계 연결매출의 30%에 해당한다. 신세계는 신세계디에프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에는 신세계디에프와 조선호텔로 나뉘어 있었던 면세사업을 일원화 해 효율성도 꾀했다.

정 사장은 본업인 백화점에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실험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정 사장은 2015년 백화점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책임경영을 맡았다. 이후 신세계 강남점을 증축하는 동시에 상품 품목에 따른 편집매장 형식으로 리뉴얼 하면서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센텀시티점 증축, 김해점, 하남점, 동대구점 신규 출점 등도 매출 증가에 크게 일조했다. 지난 1월에는 가구업체 까사미아 인수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뚝심’ 있는 경영 스타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정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지난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후 수년간의 적자를 봤다. 정 사장은 오히려 신규 브랜드 론칭, 제조업 진출 등으로 화장품 사업의 덩치를 키웠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 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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