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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德將)’ 최종구, 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이유

‘덕장(德將)’ 최종구, 회의에서 목소리 높인 이유

등록 2018.04.23 17:59

정백현

  기자

업무 속도 지연·삼성 지배구조 두고 작심 발언금감원장 공석 상태서 책임자로서 존재감 발휘시장이 당국 압박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금융권에서 ‘덕장(德將)’으로 소문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위 내부 직원들에게는 일처리 속도가 더 빨라져야 한다고 채근했고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재벌계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압박했다.

무엇보다 좀처럼 화내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 것이 외부에 알려진 최종구 위원장의 성품이기에 최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게 된 배경에 대해 금융권 안팎이 궁금해 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부회의를 주재했다. 매주 금요일이면 진행되는 일상적인 회의였지만 이날 최 위원장의 어조는 다른 회의와 사뭇 달랐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금융 혁신 과제의 성격상 성과가 바로 나타나기는 어렵지만 금융 소비자나 국민의 기대를 감안하면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업무의 성과는 마음에 와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 본연의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금융위 직원들이 국민들의 기대 수준에 맞게끔 더 빠르게 일해야 한다”며 “당면한 입법 노력이나 제도 개선 노력에 적극 나서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혁신 정책을 실천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최 위원장이 가장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시장을 향한 직언이었다. 최 위원장은 금융회사의 대기업 계열사 주식 소유 문제를 언급하며 “관련 법률 개정 전까지 해당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온당치 않은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가 언급한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금융회사’는 누가 봐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였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8.2%, 1.4%의 삼성전자 지분을 갖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금융그룹 통합감독체계 적용 대상 중 금융-비금융 계열사 순환출자 사례는 삼성 뿐이다.

최 위원장은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방안을 적극 강구해달라”고 했는데 이 대목은 금융당국이 앞으로 삼성을 상대로 직·간접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음을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감독체계가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의 동반 부실을 막기 위해 도입되는 만큼 금융당국은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를 사실상 금기시하겠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규제 도입까지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삼성이 스스로 내놓은 해답은 아직 없다.

최근 금융위가 발표한 통합감독 모범 규준에는 그룹 내 계열사에 출자한 지분은 적격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출자한 삼성전자 지분이 적격자본에서 빠지게 될 경우 삼성생명의 자본 적정성 지표는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 자본의 15%(4조6682억원) 수준 이상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 가치(약 21조원)을 필요자본으로 쌓거나 이 금액에 상응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시장에 내놔야 한다. 삼성 입장에서는 계산법이 매우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외부에 내놓고 삼성 비금융 계열사가 이 지분을 산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제아무리 삼성 계열사들의 실탄 사정이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21조원에 달하는 현금을 지분 매입에 쓰기란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최 위원장이 대대적인 압박 메시지를 보낸 만큼 삼성생명은 빠른 시일 내에 어떻게든 삼성전자 지분 처리에 대한 자발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 위원장이 대내외적으로 압박 메시지를 던진 것을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최 위원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후 현재까지 가시적으로 낸 금융 혁신의 성과가 시원치 않은데다 금융감독원장까지 연달아 공석이 됐기에 직접 총대를 멨다는 해석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당국의 영(令)이 서지 않는다’는 비판을 대내외적으로 받고 있는 만큼 최 위원장이 금융당국의 최고 책임자로서 ‘할 말은 제대로 하겠다’는 뜻을 시장 안팎에 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 위원장이 금융당국 안팎에서 도통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이번 작심발언은 이같은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시장이 최 위원장의 압박에 얼마나 수긍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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