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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김용환, 장기 성장 기반 마련한 ‘첫 연임 회장’

[농협금융 김광수號 출항]떠나는 김용환, 장기 성장 기반 마련한 ‘첫 연임 회장’

등록 2018.04.19 23:41

정백현

  기자

2016년 빅배스 결단···거액 적자 감수건전성 높이며 회사 체질 개선 성과 내순익 창출 기반 마련·디지털 확장 큰 공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3연임 가능성이 높았던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결국 용퇴를 선택했다. CEO로서 3년의 여정을 마치고 떠나는 김용환 회장은 농협금융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임기를 모두 마친 회장이자 연임에 성공한 회장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퇴장하게 됐다.

김용환 회장은 19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차기 회장 후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회장은 “장기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CEO가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다른 금융지주 수준으로 임기를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후보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제23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금감원 수석부원장과 수출입은행장 등을 지냈던 김 회장은 지난 2015년 4월 제4대 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김 회장의 경영 여정을 돌이켜보면 영광과 시련을 동시에 경험했다고 볼 수 있다. 김 회장은 2016년 5월 조선·해운업의 경영난 부각 이후 부실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빅배스(기존의 부실 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하는 모험을 걸었다.

당시 김 회장은 “제때 부실 정리를 한꺼번에 하지 못하면 농협금융의 부실은 더 커질 수 있다”며 “적자가 나고 수익이 덜 나더라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면서 과감한 빅배스 결단을 내렸다.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농협금융은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이에 대한 영향으로 2016년 상반기 20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적자의 아픔을 견뎌내는 과정에서 여신심사 체계 개편 등 강도 높은 혁신 전략을 시행한 것도 김 회장의 의지였다.

김 회장의 기다림은 결국 빛을 발했다. 회사의 건전성은 빠르게 회복됐고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이 고르게 성장한 덕분에 다시 본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 기준 순이익이 8598억원에 이르면서 지주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이 다른 금융지주보다 한 발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지털과 글로벌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서서히 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여전히 국가 산업 구조에서 농업이 중심인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직접 돌며 농업 개발 경험 기반의 현지 금융 사업 협력에 공을 들였다. 또한 신개념 모바일 금융 서비스인 ‘올원뱅크’의 흥행 성공도 김 회장의 공적이라고 꼽는 이들도 있다.

이와 같은 성과를 앞세워 김 회장은 지난해 1년의 연임 기회를 받았다. 역대 농협금융 회장 중 단 한 명도 임기를 채운 사례가 없었고 연임의 사례 또한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경영 역량은 그야말로 제대로 합격점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김 회장의 지난 3년이 모두 영광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지인 아들의 금감원 채용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무혐의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김 회장의 이름에 흠집이 난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김 회장이 다방면으로 펼친 노력 덕분에 농협금융은 연간 기준 순이익 1조원 이상을 시현할 수 있도록 확실한 성장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김광수 차기 회장 내정자가 김용환 회장이 마련한 기반 위에서 더 큰 성장의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용환 회장이 관료 출신 금융권 CEO 중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것이 사실”이라며 “내실을 다지는 관리형 CEO로서 경영 실적을 대폭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은 금융권 내부에서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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