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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이제 존재감 드러낼 때

[기자수첩]여가부, 이제 존재감 드러낼 때

등록 2018.03.19 10:00

안민

  기자

여가부, 이제 존재감 드러낼 때 기사의 사진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 미안하다.”, “가족들을 위해 그만 덮어달라.”

배우 조민기 씨가 가족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다. 조민기 씨는 한 대학교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에 소환을 앞둬 스스로 생을 달리했다.

우리 사회에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은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검찰 조직 내 성추행, 성폭행 사실을 방송을 통해 폭로하면서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문학계를 비롯해 연극계, 종교계, 방송계, 영화계 등 사회 곳곳에서 암암리에 관행처럼 일어났던 일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게다가 ‘깨끗한 정치, 바른 정치’의 이미지를 표방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역시 수행 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으로 오늘(19일) 검찰에 2차 소환됐다. 국민과 도민들은 그를 향해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를 감출 수 없었고, 분노했다.

이제는 미투운동의 뜻이 ‘나도 폭로한다’라는 의미로 바뀔 정도로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등의 범죄가 만연하게 돼 더욱 씁쓸하다.

그리고 본인이 가진 권력과 자리, 지위를 이용해 연약한 여성들을 유린했다는 점도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여성가족부의 역할 부재다.

여가부는 지난 8일 뒤늦게 ‘문화예술계 및 직장에서의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놨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행되는 권력형 성폭력 범죄에 대한 법정형을 최대 10년까지로 높이고, 권력형 성폭력 범죄 공소시효의 연장 등을 추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여가부가 내놓은 대책이 미심쩍다.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늘리는 건 좋지만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피해 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더이상 권력형 성범죄가 우리 사회에서 관행처럼 단행되지 않게 말이다.

여가부, 이제는 존재감을 보일 때다. 더이상 대선 때마다 폐지론에 이름을 올리는 정부 부처가 안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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