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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시즌, 목소리 커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주총시즌, 목소리 커진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록 2018.03.18 06:02

정혜인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 하면서의결권 자문사 역할·영향력 확대권력기관화 우려···전문인력 부족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에 접어들면서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화 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란 주요 기업의 주총 안건을 분석해 기관 투자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기관을 말한다. 세계 여러 나라의 기업들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해외 기업에 대해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의결권 자문사에 자문을 구한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에 투자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에 의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영향력은 막강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1위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있다. ISS는 미국 금융사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큰 권위를 갖고 있다. ISS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 산하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2년부터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의안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경제개혁연대 자매기관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도 대표적인 국내 의결권 자문사다.

이들의 목소리가 최근 더 커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가 본격화 하고 있어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보험사, 자문사 등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고자 만든 주주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위탁받은 자금의 주인인 국민이나 고객에서 이를 투명하게 보고하도록 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기존에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쳤던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기업의 지속 가능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201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해 2016년 12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스튜어드십 코드 7개 원칙을 발표하고 시행됐다.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공식화 했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들이 모든 기업을 파악할 만한 전문 인력과 의결권 행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확산될수록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도 커지는 것이다.

국내에서 의결권 자문사가 가장 주목 받았던 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진 2015년이다.

당시 ISS는 0.35 대 1이란 ‘합병 비율’을 이유로 제일모직 주주로선 합병 찬성을,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선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 자문시장 2위 업체인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도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합병에 반대하는 것이 옳다고 권고했다. 이 권고에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했고 다른 국내 기관들도 합병에 손을 들었다.

이는 추후 ‘최순실 국정농단’과 맞물려 이재용 삼성전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발단이 되기도 했다. 이 합병으로 이후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도 본격화 했다.

최근에는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 안건을 놓고 의결권 자문사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으면서 화제가 됐다. ISS와 기업지배구조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백 사장의 연임에 찬성했고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반대하는 내용의 리포트를 내놨다. 지난 16일 열린 주총에서 백 사장은 연임에 성공했다.

또 하나금융 주총 의안 중 하나인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재선임도 최근 의결권 자문사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안건 중 하나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아이카이스트 부실 대출 의혹, 채용비리 의혹 등을 들어 김 회장의 재선임 안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면 ISS는 이 의혹들이 재선임에 반대할 만한 사유가 아니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23일 열릴 하나금융지주의 주총 결과가 어떻게 될지 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기관 투자자들의 자문 수요를 모두 소화할 정도의 전문 인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자문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보니 심도 있는 분석을 하지 못하거나 더 나아가 잘못된 분석을 하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의결권 자문사가 권력기관화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의결권 자문사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상장사들이 생겨나면서 논이 된 바 있다.

또 기관 투자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참고용일뿐이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를 따르지 않는 데에도 부담이 따른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이 자문사의 권고를 듣지 않고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면서 큰 비난에 직면한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자문사들의 권고를 무조건 따르면서 오히려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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