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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가격 자율화 2년···‘묻지마’ 인하 압박 여전

[자본시장 액티브X를 없애자/보험·카드①]보험가격 자율화 2년···‘묻지마’ 인하 압박 여전

등록 2018.03.05 17:51

수정 2018.05.17 12:24

장기영

  기자

車보험 이어 실손보험 보험료 인하 요구2016년 보험상품 및 가격 자율화 무색손해율 무시한 보험료 인하 정책에 반발지나친 간섭에 다양한 상품 개발도 한계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및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그래픽=박현정 기자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및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그래픽=박현정 기자

“금융당국이 가격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립하고 상품 개발의 자율성을 보장해나가는 만큼 금융권 스스로 내부통제제도를 강화하고 소비자 보호 역량을 한층 높여야 한다.”(2015년 10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실손의료보험 보장 내역이 줄어드는데 그걸로 수익을 내려고 하면 안 된다. 실손보험 보장 내역이 줄면 당연히 가격을 낮춰야 한다. 앞으로 줄어들 테니 가격을 조정하라는 것이다.”(2017년 12월 최흥식 현 금융감독원장)

금융당국이 보험상품 및 가격 자율화를 선언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보험사에게는 가격 결정권이 없다. 정권과 정책에 따라 상품을 개발하라면 개발하고 보험료를 낮추라면 낮춰야 하는 형편이다.

손해율과 연동되는 보험료 책정의 기본 체계를 무시한 묻지마식 가격 인하 압박은 가장 먼저 없애야 할 보험업계 ‘액티브X’다.

지난해 친(親)서민정책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보험료에 대한 금융당국의 간섭은 노골화됐다.

지난해 8월 국내 상위 4개 대형 손해보험사는 잇따라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삼성화재는 1.6%,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각 1.5%, DB손해보험은 0.8%를 내렸다.

표면적으로는 자연재해 감소와 경미사고 수리비 등 제도 개선에 따른 손해율 하락을 이유로 들었지만, 실상은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정부와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당시 한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어느 회사인들 보험료를 내리고 싶어서 내리겠나”라며 “다들 내리는데 안 내리면 정부와 금융당국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험료 인하분은 1년이 지난 올해부터 손해율에 본격적으로 반영돼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가 예상된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업계 1위사 삼성화재의 지난해 연간 손해율은 80.6%로 적정 손해율 77~78%를 웃돌았다. 다른 대형 손보사인 현대해상과 DB손보의 손해율 역시 각각 79.5%, 80.6%로 적정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 전문가들은 오히려 자동차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 실시에 따른 민심몰이와 맞물려 사실상 조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위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원가와 보험료를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원가인 의료비, 자동차 수리비, 일용임금 등은 상승했으나 보험료는 0.13% 하락했다”며 “향후 최저인금 인상으로 일용임금 상승세가 확대되고 보험금 원가 상승이 보험료에 제한적으로 반영될 경우 보험료 상승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위적 가격 개입은 금융당국이 2년여 전 발표한 보험상품 및 가격 자율화 정책을 무색케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보험상품 및 가격 자율화를 골자로 한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이듬해 초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1993년 발표한 ‘보험 자유화 조치’를 22년만에 실질적으로 완성한다는 방침이었다.

당시 금융당국은 가격의 획일성을 초래하는 표준이율제도를 폐지해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보험료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험료 산정 시 적용하는 위험률 조정 한도(±25%)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보험금 지급에 활용되는 공시이율 조정 범위도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하지만 보험료 책정에 대한 자율성 침해가 지속되면서 다양한 상품을 출시토록 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던 당초 목표도 퇴색됐다.

한 중형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상품 개발 시 보험료 책정과 해약환급률 산출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지나치게 상세하게 정해져 있다”며 “개발 단계부터 제약이 많다 보니 경쟁력 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한 술 더 떠 실제 내려가지도 않은 손해율을 반영해 보험료를 내리라고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기로에 놓인 ‘제2의 국민건강보험’ 실손보험이 주인공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미용, 성형 등을 제외한 치료 목적의 비급여를 모두 급여화하거나 예비급여를 도입하는 내용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지난해 8월 발표했다. 금융위와 보건복지부는 같은 해 9월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실손보험의 반사이익, 즉 보험료 인하 여력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만년적자 상태인 실손보험 손해율을 이유로 들어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시행되는데 일단 보험료부터 낮추라니 수긍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9개 주요 손보사의 지난해 1~3분기(1~9월) 개인용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34%에 달했다. 흥국화재(148.3%), 메리츠화재(147%), MG손해보험(144%), 현대해상(142.8%) 등 4개 회사의 손해율은 140%를 웃돌았다.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서 급여비율이 올라갔음에도 실손보험 손해율은 130% 내외에서 변동이 없었다”며 “섣불리 반사이익을 보니까 실손보험료를 내려야 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의 논리적 타당성은 이해가 되지만 그런 지 여부는 대책을 시행한 뒤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KDI에서 실손보험 반사이익에 대한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면 인하해야겠지만 현 단계에서 인하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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