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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은 장관이 아닙니다

[기자수첩] 회장님은 장관이 아닙니다

등록 2017.11.14 10:00

수정 2017.11.14 16:48

장기영

  기자

 회장님은 장관이 아닙니다 기사의 사진

수년 전 한 언론사 주최 금융포럼이 막 끝난 서울시내 호텔 앞. 줄지어 선 검정색 고급 세단 앞으로 두 남자가 발걸음을 옮겼다.

한 남자가 먼저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수고했어. 잘 들어가” 다른 남자는 허리를 숙이며 화답했다. “네, 들어가십시오”

친한 듯 보이지만 상하 관계가 분명한 두 남자의 정체는 당시 생명보험협회장과 금융위원장이다. 주목할 점은 손을 흔든 남자가 생보협회장, 허리를 숙인 남자가 금융위원장이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수장과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협회의 수장. 뭔가 뒤바뀐 듯 한 작별 인사 이면에는 행시 기수의 차이(9기수)가 있었다.

최종구 현 금융위원장과 무려 10기수나 차이가 나는 장관급 출신의 회장을 모시는데 성공한 손해보험협회와 회원사들의 속내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지난 6일 제53대 손보협회장으로 취임한 김용덕 회장은 행시 15회 출신으로 현재의 금융위원장인 금융감독위원장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손보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김 회장을 손보협회의 새 수장으로 낙점한 데에는 관료사회의 엄격한 선후배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장도 허리를 숙이는 보험협회장, 아니 선배에게 젊은, 아니 새파란 금융위 국장이나 과장이 제대로 된 쓴소리를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수많은 회의와 행사에서 마주치게 될 전·현직 금융당국 수장. 과연 그들 중 누가 먼저, 어떻게 인사를 할까.

과거의 기억이 일흔을 앞둔 전직 장관의 처세술에 대한 괜한 노파심이길 바라며, 뒤늦은 인사말을 건넨다.

“회장님은 더 이상 장관이 아닙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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