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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犬) 보다 훌륭한 사람들

[데스크 칼럼]개(犬) 보다 훌륭한 사람들

등록 2017.10.23 10:44

수정 2017.10.23 16:33

윤철규

  기자

윤철규 경제부동산부장

개(犬) 보다 훌륭한 사람들 기사의 사진

한 달 전 춘천 어머니댁에 도착하자마자 막내가 소릴 지르며 내게 뛰어왔다. “아빠, 별이 배에 구멍이 났어”라고 말하면서 금새 울먹이는 것이었다. 별이는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다. 어머니는 이장네 개가 물어 상처가 났다면서 이내 손자를 달랬지만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장네는 멧돼지 사냥에 쓰는 개를 여러 마리 기른다. 사고가 난 날도 멧돼지 사냥을 하다가 한 마리가 무리를 이탈해 우리 집 쪽으로 와서 별이를 무자비하게 물어 버린 것이다. 어머니가 뜯어 말려 겨우 살아났다는데 상처가 제법 깊어 당시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이장네로 가려하자 어머니가 나섰다. 어머니는 “그쪽에서 이미 사과했다. 일 크게 만들지 말아”라면서 나를 제지했다.

다음 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산책을 하는데 주변 견주와 반려견을 보는 내 시선이 삐딱하다. 그날 따라 목줄을 안하고, 치우지 않은 반려견들의 흔적이 왜 그리 많은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한 마디 하려는데 이번엔 아내가 말린다. “그래봤자 싸움만 나. 가던 길이나 갑시다”.

지난 달 30일 최근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이 길던 개 프렌치불독에 물려 유명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주말에 온라인을 뒤덮었다. 최시원씨의 가족이 눈물로 사과했고 유족들도 이들을 용서했다고 했지만 여론이 심상치 않다. 최씨 사건을 보면서 우리 가족과 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오버랩됐다. 그날 별이가 아니라 우리 어머니가 물렸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개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러다가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갈등으로 번질 기세다. 견주들은 주변의 시선이 싸늘하다며 목줄과 배변 봉투는 물론 입마개까지 단단하게 준비하겠다는 자성(?)도 들린다. 개를 산책시키지 않을 수는 없으니 스스로 대비하겠다는 뜻일텐데 그들을 향한 비난이 멈추질 않는다.

이 와중에 한일관 대표 김모씨 언니의 말이 가슴을 울린다. 공동대표인 김씨는 며칠 전 한 언론에 “최시원이나 그의 가족에 대한 비난이나 근거 없는 언론 보도 보다는 견주들의 인식 변화와 성숙한 자세, 규제 마련 등이 선행되야야 2차 피해자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장례식장에서 (최시원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는 오히려 그의 손을 잡고 용서했다”고 했다.

일상에서 개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놓고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개가 이웃을 물 것이고, 층간 소음 분쟁도 여전할 것이다. 크게는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두고 확대와 유지, 폐기가 대립할 것이다. 문제는 갈등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모아져야 한다. 개가 사고를 치지 못하게 시스템을 완비하고, 층간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제도적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 용서하고 대화해서 견주들의 인식이 바뀌고 규제 마련이 원활하게 이어진다면 갈등은 지금 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사람이 개 보다 훌륭한 이유는 개는 갈등시 물어뜯고 싸우는 반면 사람은 대화하고 용서할 줄 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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