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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가보지 않은 길 가는 가야 하는데···“앞이 안 보인다”

[기업이 아프다]삼성, 가보지 않은 길 가는 가야 하는데···“앞이 안 보인다”

등록 2017.09.05 09:13

수정 2017.09.05 09:25

한재희

  기자

이재용 부회장, 1심 재판서 징역 5년 실형 총수공백 장기화 국면···경영 차질 불가피계열사간 사업·현안 조율 등 시너지도 상실미래가 더 걱정···장기 비전·전략 누가 짜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선고 공판.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유례없는 총수 공백 사태에 처했다. 지난 2월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6개월간 이어져 온 총수 부재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이후 사실상 총수 역할을 맡아온 이 부회장의 부재로 정상적인 경영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을지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적용됐던 5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고 뇌물을 제공했다고 봤다.

1심 판결 이후 특검 측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 모두 항소를 제기하면서 재판은 2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2심에 대한 항소까지 이어질 경우 연내 판결은 불가능하며 내년 상반기가 되어서야 완전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총수 공백이 사실상 내년까지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는 삼성 80년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이 특검 및 검찰 수사로 자리를 비운 적은 있지만 총수 일가가 모두 공백인 상태는 없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경우 1961년, 1966년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구속을 면했으며 이건희 회장 역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혐의, 2005년 X파일 사건,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되거나 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조성 사건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가 이듬해 10월 사면된 바 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 구속에 이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유례 없는 ‘총수 공백’ 사태를 불러왔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최종 의사결정자로서 그룹을 이끌어온 상황이어서 경영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미래 경영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큼직한 M&A(인수‧합병)을 이끌며 미래 먹거리 산업 발굴에 적극적이었다. 올 초 인수가 마무리된 하만 역시 이 부회장의 작품이다.

지난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조이언트’, 미국 럭셔리 가전 브랜드 ‘데이코’,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기업인 ‘비브랩스’, 하만 등 총 6건의 M&A를 진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는 전무 하다.

특히 하만 인수를 통해 미래 전장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를 뒷받침해 줄만한 M&A나 사업 전략이 뒤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미래 사업 준비 자체가 ‘시계 제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쟁 업체들이 활발하게 M&A를 진행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삼성전자만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사업 경영은 전문 CEO를 통해 가능하지만 기업 전체의 방향성과 M&A등 굵직한 경영 판단은 총수가 맡고 있는 상황이라 대안도 찾기 힘들다.

삼성전자의 경영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사내 경영위원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주요 결정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 부회장 구속 후 열린 경영위원회에서는 새로운 투자 계획이 논의되기 보다는 기존 프로젝트의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등에만 그쳤다.

경영위원회는 권오현 DS(디지털 솔루션)부문 대표(부회장),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대표(사장), 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부문 대표(사장) 등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계열사 간 현안 조율 등 그룹 시너지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삼성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던 미래전략실(미전실) 마저 해체된 상황에서 계열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수요 사장단 회의’도 폐지되면서 계열사 간 업무나 사업을 조율할 창구도 사라졌다. 지난 6개월간 계열사 전체 사장단이 모여 사업에 대해 논의한 경우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부 계열사의 중복투자 등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구심점을 잃은 계열사들은 당분간 각자도생의 길을 찾는데 집중할 전망이다.

기업 간(B2B)거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 부회장 1심 선고 직후 “삼성전자의 신용등급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평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S&P는 “법정 공방이 길어지면 삼성전자 평판과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피치는 “리더십의 불확실성은 삼성의 성공을 가져온 과감한 대규모 투자를 지연시킬 수 있고 다른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총수 공백에서 비롯한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미래 대비를 위한 적기를 놓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이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다면 한국 경제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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