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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1년 ‘책임소재’ 가려라

[기자칼럼] 한진해운 사태 1년 ‘책임소재’ 가려라

등록 2017.08.21 12:37

수정 2017.08.21 13:36

임주희

  기자

 한진해운 사태 1년 ‘책임소재’ 가려라 기사의 사진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간 국내 해운업엔 거센 풍랑이 몰아쳤다.

지난해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 해운 산업은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을 경험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를 책임지는 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정부와 오너가(家)에 대한 무능을 지적하는 이들만 있을 뿐, 무너진 시스템에 대한 책임 소재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불분명하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으로 국가의 위상은 급락했고 해외 화주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아수라장이 됐던 물류 현장은 수습됐지만 아픔은 현재진행형이다.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이들은 국내 화주들이다. 미주노선을 책임지던 한진해운 파산으로 국적선사를 이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해외 선사에 비싼 운임을 지불하며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제대로 된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하지만 이의 제기는 어불성설이다.

항만 경쟁력은 어떠한가.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사용했던 부산항의 국적 선사 물동량은 1년 전 38.1%에서 3.9%p 감소한 34.2%로 줄었다. 줄어든 점유율은 외국선사가 가져갔다.

국내 선사의 국제적 위상은 말할 것도 없다. 국내 1위 선사라는 현대상선은 선복량 34만6297TEU로 세계 15위(점유율 1.6%)에 그치고 있다. 한 때 2M(머스크, MSC)에게 위협적인 존재였지만 이젠 아니다.

재무적 위험도 높아 정부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지원 없이는 추가 선박 발주도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선사들과 겨뤄야 할 현대상선은 생존을 위해 국내 중소형 선사들과 손을 잡는가 하면 경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설립 1년도 채 안된 SM상선과 국적선사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모습은 코웃음이 나올 정도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한진해운이 40년간 쌓아온 네트워크의 붕괴다. 이는 국가적 손해로 이어졌지만 정부와 산업은행은 책임을 감추기 위해 명확한 피해 규모조차 산출하지 않고 있다.

해운산업의 생산물은 서비스다. 이는 재화를 생산하는 다른 사업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무형의 자산이지만 한진해운의 네트워크와 노선의 가치는 수백조원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해당 자산은 회생 불능 상태가 됐다.

해운 구조조정을 주도했던 산업은행과 정부는 현대상선을 통해 자산 인수를 추진한다고 했지만 계획대로 이뤄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주요 자산은 외국 선사나 SM상선이 인수했다. 정부의 정책은 틀어졌고 결국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도 수습하지 못하며 무능함의 극치를 보였다. 국가 물류체계 붕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듯 한진해운 사태로 발생한 피해는 명확하다. 하지만 책임자는 현재까지 모호하다. 지난해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진행된 조선·해운업 부실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해 국회 청문회가 열렸지만 관계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했다. 결국 분명한 책임 소재는 가려지지 않은 채 청문회는 종료됐다.

당시 청문회는 한진해운의 부실화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다. 중요한 것은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국가의 물류 체계와 기간산업의 붕괴였으나 이에 대한 논의와 책임소재는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 1년간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피해는 적지 않게 드러났다. 피해에 따른 책임자는 분명히 존재한다. 여기서 책임은 단순히 한진해운의 부실화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과거 금융권이 시행한 해운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정부의 해운 정책, 그간 의사결정 관련자들의 결정 등 과정에 대한 책임소재다. 이를 가리기 위해선 청문회가 불가피하다.

이미 한진해운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 따른 피해는 1년이 지금도 산업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청문회를 열고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해운 대책을 세워 해운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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