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3일 화요일

  • 서울 20℃

  • 인천 21℃

  • 백령 13℃

  • 춘천 18℃

  • 강릉 13℃

  • 청주 21℃

  • 수원 21℃

  • 안동 19℃

  • 울릉도 12℃

  • 독도 12℃

  • 대전 21℃

  • 전주 19℃

  • 광주 18℃

  • 목포 17℃

  • 여수 17℃

  • 대구 17℃

  • 울산 15℃

  • 창원 19℃

  • 부산 15℃

  • 제주 15℃

보수(補修)도 어려운 보수(保守)

[기자수첩]보수(補修)도 어려운 보수(保守)

등록 2017.06.29 14:05

수정 2017.06.29 14:06

이창희

  기자

보수(補修)도 어려운 보수(保守) 기사의 사진

좀처럼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막말, 수차례 다짐하고도 실현하지 못해 신뢰를 잃은 혁신, 기대감을 거둬들인 국민들. 대한민국 보수정당의 현주소다.

제1야당이자 보수의 대표정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대선 참패로 가라앉은 분위기를 수습하고 정국 주도권 장악을 꾀하는 중이다. 야성(野性)을 되찾겠다는 명분 아래 새로 출범한 정부에 연일 공세를 퍼붓는 데 사력을 다하고 있다. 내각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을 구실로 각종 의혹 제기는 물론이고 인사시스템과 인사권자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 발언과 행태는 종종 도를 넘어선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횟수는 빈번해지고 수위는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해 최근 열리고 있는 지역 합동연설회는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막말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민주화 유공자들에 대해 ‘좌파 사회질서 파괴범’이라는 딱지를 붙인 데 이어 청와대 비서진을 ‘주사파’,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규정했다.

김태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여자 속곳까지 들춘 마녀사냥’이라고 표현했고, 이철우 의원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나와 붙으면 설설 긴다’고 깎아내렸다. 앞서 이 의원은 ‘(이번 정권이)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안 갈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해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맹우 의원 역시 ‘피나게 준비하면 의외로 자유한국당의 시대가 빨리 올 수 있다’고 같은 맥락의 말을 던졌다. 강동호 서울시당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 대해 ‘친북·종북’으로 몰아세우며 ‘아주 나쁜, 깡패 같은 놈’이라고 표현해 검찰에 고발됐다.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는 논리를 내세워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막아서고 있는 것도 여론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4년 전 불통과 강압으로 얼룩졌던 여당으로서의 과거는 이미 잊은 듯한 모습이다.

이미 현 대통령의 소통과 파격에 열광하고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다수의 국민들은 이들에게서 자연스레 등을 돌렸다. 바닥을 치고 있는 지지율만이 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을 스스로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들에게서 30%의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상황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헛발질’은 계속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다음 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5행시 이벤트’를 열었다. 심기일전할 수 있도록 응원을 요청한 것인데 오히려 여론은 신랄한 조롱과 비판으로 응답했다. 물론 당의 홍보 목적이었다면 대성공을 거둔 셈이긴 하다.

또 다른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승민 의원이 대선을 완주하면서 당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당원 가입이 늘어나는 등 성공을 거뒀으나 보수층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에는 여전히 갈길이 멀어 보인다.

특히나 당의 중진이자 핵심인 김무성 의원이 얼마 전 귀국하는 길에 공항에 마중 나온 보좌관에게 여행용 캐리어를 던지듯 건넨 것이 ‘노룩 패스’ 등으로 회자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지겹도록 언급했던 ‘골든타임’도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다. 보수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려온 이들에게 남은 반전의 카드가 얼마나 될지, 과연 있기는 할지 의문인 상황이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