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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점포 犧牲(희생)만 강요하는 사회

[데스크칼럼]대규모점포 犧牲(희생)만 강요하는 사회

등록 2017.06.13 08:11

홍은호

  기자

대규모점포 犧牲(희생)만 강요하는 사회 기사의 사진

‘유무상생(有無相生)’ 있고 없음은 서로 상대적이기 때문에 생겨난다는 화합의 정신을 강조한 것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귀다. 우리사회는 상생을 꾀하면서 어느 한 쪽의 희생을 강요한다. 힘이 센 대기업의 조건없는 희생을 요구한다. 작년 김종훈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담긴 면세점 영업제한 내용이 단편적인 예다. 이 법안대로라면 시내 면세점의 경우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공항 등 면세점은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7시까지만 영업을 해야 한다. 시내면세점은 한달에 한 번 꼴로 일요일에 강제로 쉬어야 하고, 설날과 추석 등 명절도 영업을 하면 안된다. 한마디로 면세점이 골목상권을 침혜하고 있으니 의무적으로 영업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면세사업자들은 이 법안이 발의된 후 ‘억울하다’며 강한 반감을 보였다. 이들의 반응은 당연하다. 작년 기준으로 면세점들이 우리나라 국민을 상대로 한 판매는 20% 미만이다. 이 경우도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내 면세점이 골목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물증이 없다. 면세점이 골목상권을 침혜할 것이라고 보는 이도 그리 많지 않다.

명절과 휴일이 강제 휴무일로 정해지면 국내 면세점의 수익은 날개없이 추락할 것은 자명하다. 명절때 쉬게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여행객 중 1위는 단연 중국인으로 명절이 겹친다. 지리적 잇점으로 인해 중국의 많은 여행객들은 명절에 한국을 방문한다. 만약 설과 추석 등 명절에 강제 휴무 조치를 취한다면 면세점의 피해는 이루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도 면세점 강제휴무 조치로 규제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지적을 유통 대기업의 하수인들의 지껄임 정도로 폄훼해서는 안된다. 골목의 영세상인들을 지키기 위해 무조건 규제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제한으로 인해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납품업체가 받는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지, 또 소비자의 불편은 어떤식으로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높은 연구도 필요하다. 대규모 점포가 출점하면 인근 골목상권이 사라질게 뻔하니 너희들(대규모점포, 소비자)가 희생을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思考)만 해서는 안된다.

대규모점포 출점에 따른 매출 증가 사례는 경기 시흥의 정왕시장, 부산 롯데몰 광복점 인근의 전통시장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작년 한국외식경영학회 김영갑 교수의 ‘백화점 출점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사례연구’에서는 희생보다 상생에 대한 효과가 더 크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현재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만 무려 24건에 달한다. 대규모점포의 강력한 규제로 소비자를 골목상권으로 유입시키려는 발상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노자의 유무상생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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